무역 -BUSINESS 용어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

최만섭 2015. 12. 23. 10:02

신기술 얻고 벤처 키우고… 대기업들 '스타트업' 투자 급증

  •  강동철 기자
  • [자체 벤처 투자회사 운영… 삼성·카카오도 흐름에 동참]

    "자체 연구개발에 의존하면 변화하는 세계에 적응 어려워"
    헬스케어·가상현실 등 신기술 확보로 시너지 창출
    벤처 창업자는 富를 얻고 대기업은 단기간에 사업 확장

    삼성전자는 지난 9월 독일에서 열린 전자제품 전시회 'IFA(Internationale Funkausstellung) 2015'에서 수면 측정 기기인 '슬립센스'를 공개했다. 침대 아래에 넣어놓으면 수면 패턴을 분석해주고 무호흡·맥박 급변 등 긴급상황이 발생하면 가족·친지에게 알람도 보내주는 스마트기기다. 이 제품은 삼성이 아니라 이스라엘의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 얼리센스가 개발했다. 삼성은 투자 전문 계열사인 삼성벤처투자를 통해 이 회사에 2000만달러를 투자하고 이 기술을 도입했다.

    글로벌 스타트업 업계에 대기업의 투자 자금이 밀려들고 있다. 지금까지는 재무적 투자를 목적으로 한 전문 벤처투자회사(venture capital·VC)가 주류를 이뤘지만, 최근 대기업이 운영하는 기업 벤처투자회사(corporate venture capital·CVC)의 투자가 늘고 있는 것이다.

    스타트업에 투자하는 대기업

    미국 구글·인텔·퀄컴 등 대기업들은 대부분 자체 벤처투자회사를 운영하고 있다. 한국에서도 삼성, 카카오 등이 이런 흐름에 동참하고 있다. 기업이 운영하는 VC는 벤처의 수익 창출보다는 신기술 확보, 모기업과의 시너지 창출에 집중하는 것이 특징이다. 미국 하버드대 경영대학원의 조시 러너(Lerner) 교수는 "기업 자체의 연구개발(R&D) 성과에만 의존했다가는 빠르게 변화하는 세계에 적응하기 어렵다"며 "이런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것이 스타트업 투자"라고 말했다.

    기업이 운영하는 주요 벤처캐피털. 기업이 운영하는 벤처캐피털 투자 규모.
    대표적인 기업이 세계 최대의 반도체 기업 인텔이다. 인텔은 1991년에 인텔캐피털이라는 투자 전문 회사를 설립했다. 주요 투자처는 자사의 반도체를 탑재하는 스마트 기기 업체다. 세계 최대의 이륜 전동식 이동장치 업체 나인봇 등 지금까지 800여 곳에 투자했다. 작년 4월에는 중국 하드웨어 업계를 겨냥한 1억달러(약 1173억원) 규모의 펀드를 따로 만들기도 했다. 퀄컴 역시 무인기(드론) 업체 3D로보틱스, 헬스케어 스타트업 등에 투자했다.

    구글은 2013년 1월 사물인터넷 기술 업체 네스트랩스에 8000만달러를 투자한 데 이어, 1년 뒤 이 회사를 완전히 인수했다. 사물인터넷이란 각종 기기에 통신장치·센서를 부착해 자동으로 작동하거나 스마트폰으로 원격 조종하는 기술을 말한다. 구글은 네스트랩스의 센서·정보 분석 기술을 활용해 사물인터넷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미국 벤처캐피털협회(NVCA)에 따르면 2011년 23억6500만달러 수준이던 기업 벤처투자업체의 스타트업 투자는 올해 64억500만달러로 3배 가까이 늘어날 전망이다. 이는 인수·합병(M&A)을 제외한 지분 투자만 따진 수치다.

    신사업 키우고 창업자도 富 얻어

    한국에서도 이런 흐름에 동참하는 기업이 나오고 있지만 아직은 삼성·카카오 등 제한적이다. 삼성은 삼성벤처투자를 통해 미국 실리콘밸리, 이스라엘 등의 스타트업에 투자하고 있다. 투자 분야는 헬스케어·가상현실 등 다양하지만 모두 삼성전자의 신사업들과 연관돼 있다. 모바일 메신저 '카카오톡'을 운영하는 카카오케이큐브벤처스를 운영하고 있다. 케이큐브벤처스는 설립 3년 만에 59개 업체에 342억원을 투자했다. 카카오는 케이큐브벤처스가 투자했던 유아용 스마트 알림장 서비스인 키즈노트를 인수하기도 했다. 이를 통해 스타트업 창업자는 부(富)를 얻고, 대기업은 단기간에 사업을 확장할 수 있다.

    스타트업 업계는 대기업들의 투자 확대를 환영한다. 재무적 투자자들은 수익을 올리는 데 집중하는 반면, 대기업은 기술 향상, 시너지 확보 등에 집중하기 때문에 사업을 안정적으로 끌고 갈 수 있다. 예를 들어 삼성이 투자한 가상현실 콘텐츠 업체 '바오밥 스튜디오'는 자신들의 콘텐츠를 삼성의 가상현실 기기 '기어 VR'을 통해 서비스하면서 사업을 키울 수 있다. 삼성 역시 콘텐츠의 질과 양을 높여서 고객들에게 더 좋은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 LG경제연구원의 한수연 연구위원은 "외부 역량을 통해 혁신과 시너지를 창출하려는 대기업의 스타트업 투자는 계속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