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 개혁

[사설] "선방했다"는 崔 부총리, 경제 회생에 목숨 걸 장관 어디 없나

최만섭 2015. 12. 12. 10:22
  • [사설] "선방했다"는 崔 부총리, 경제 회생에 목숨 걸 장관 어디 없나

입력 : 2015.12.12 03:23

최경환 경제부총리가 10일 기자간담회에서 "한국 경제가 미증유(未曾有)의 위기라는 주장은 과장"이라며 "객관적으로 보면 대내외 여건이 나쁜 상황에서 선방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체감 경기가 괜찮다"고도 했다. 현실과 동떨어져도 한참 동떨어진 진단이다. 과거에도 최 부총리는 "올해 3%에 근접하는 성장이 가능하다"(9월) "내수가 살아나고 있다"(10월)며 틈날 때마다 낙관론을 폈었다. 최 부총리의 안이한 상황 인식에 많은 국민은 실망을 넘어 우려를 감출 수 없을 것이다.

지금 서민과 재래시장 상인, 자영업자들 사이에선 IMF 때보다 더 경기가 안 좋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불야성을 이뤘던 통영 일대 중소 조선소에선 건조 중인 배가 사라졌고, 포항에선 공장 폐쇄로 일자리를 잃은 직원들이 대거 대리기사 시장에 쏟아지고 있다. 작년 국내 기업의 총매출액이 사상 처음 마이너스를 기록했고, 올해는 5년 만에 무역 1조달러도 달성하기 어려워졌다. 올해 2%대 중반에 머문 경제성장률은 내년에도 2%대에 머무를 가능성이 높다. 경제가 쪼그라드는 위기 신호와 통계가 쏟아지는 이때 '선방론(善防論)'을 읊조리는 부총리는 어느 별에 살고 있는지 모를 일이다.

작년 7월 취임한 최 부총리는 부동산 대출 규제를 풀고 금리를 낮춰 부동산 시장에 반짝 불씨를 지폈다. 추경으로 돈을 풀고, 자동차·가전제품 소비세를 내리거나 할인 이벤트를 시도해 경기가 완전히 주저앉지 않게 막아냈다. 그러나 이런 것들은 일시적 진통제에 불과할 뿐 빈사(瀕死) 상태의 경제를 살리기 위한 근본적 조치는 되지 못했다. 오히려 최경환 경제팀이 단발성 부양책을 남발하는 바람에 국가 부채 비율은 GDP의 40%를 넘겼고, 가계 부채는 1200조원에 육박했다. 기준금리는 연 1.5%까지 떨어져 정책 수단마저 바닥이 났다. 어떤 기준으로도 좋은 점수를 받기 힘들다.

저성장의 늪에 빠진 경제를 일으켜 세우려면 체질을 바꾸는 구조 개혁 외에 다른 방법이 없다. 하지만 정부는 말로만 개혁을 외칠 뿐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했다. 금융 개혁은 고작 인터넷은행과 핀테크, 교육 개혁은 대학 구조조정, 공공 개혁은 공기업 임금피크제에만 매달렸다. 노동 개혁은 국회에서 막혀 있는 상태이다. 정부의 개혁 작업은 대부분 경제 회생과는 거리가 먼 곁가지에 불과하다. 대통령은 입만 열면 국회를 탓하지만 정부가 정치권을 설득하는 데 전력을 다했다고는 볼 수 없다.

다음 경제팀은 우리 경제가 앓고 있는 질환이 한계점에 왔고 더 이상 개혁을 미루면 몰락할 수밖에 없다는 각오로 근본적인 개혁과 체질 개선에 달려들어야 한다. 먼저 국민이 공감할 수 있는 개혁의 밑그림과 방향부터 확실히 제시하고 이를 바탕으로 수술에 들어가야 한다. 민간 기업 부문을 활성화하려면 공공 부문의 권한과 역할, 조직을 대폭 축소해야 한다. 부실기업 정리에 속도를 내고 위험 수위에 도달한 가계 부채를 관리해야 한다. 무엇보다 미래의 먹거리인 신(新)성장 산업을 찾아내는 데 국가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

정치권이 이런 개혁에 앞장서리라고 기대할 수 없는 게 우리의 안타까운 현실이다. 결국 구조 개혁은 정부가 주도할 수밖에 없다. 차기 경제부총리를 비롯한 경제팀은 엉뚱한 낙관론에 기대지 않고 제대로 된 개혁에 온 힘을 기울여 경제 회생의 활로(活路)를 열어 줄 행동력 있는 인물들로 채워져야 한다



[출처] 본 기사는 조선닷컴에서 작성된 기사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