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15.12.10 03:05
[ISA 선진국에서 배운다] [3·끝] 서민 재산 불리는 도구로
- 문턱 높은 한국 ISA
노년층·주부·청소년 등 소득 없으면 가입 못해
年 200만원인 비과세 한도, 英처럼 늘려줄 필요
밀어내기식 판매 금지… 금융기관 신뢰도 높여야
조지 오스본 영국 재무장관은 작년 12월 의회에서 "크라우드 펀딩에 돈을 넣는 것도 ISA 투자 대상에 포함시키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했다. 기존 영국의 ISA(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로는 예금·주식·펀드 등에만 투자할 수 있는데, 핀테크 기업들이 제공하는 크라우드 펀딩(인터넷 모금으로 대중들의 투자를 받는 것)에 투자해도 비과세 혜택을 주겠다는 것이다. 핀테크를 육성하면서 연 5~10% 수익을 고스란히 투자자에게 돌려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겠다고 했다. 결국 영국 정부는 내년 4월부터 크라우드 펀딩에 투자할 수 있는 '혁신 금융형 ISA'를 도입하기로 최근 결정했다.영국에 이어 작년 1월 ISA를 도입한 일본은 내년 1월부터 가입 대상을 현재의 '20세 이상'에서 '태어날 때부터'로 바꾼다. ISA 도입 2년 만에 가입 대상을 갓난아이까지로 확대하는 주니어 NISA(일본형 ISA)를 도입하는 것이다. 영국은 ISA를 주니어 ISA로 확대하는 데 12년 걸렸는데 일본에서는 그 속도가 훨씬 빨라졌다.
영국·일본 등 ISA 선진국들은 이처럼 지속적으로 ISA의 가입 대상을 확대하고 투자 대상도 다양화하고 있다. 반면 내년 3월 출시될 우리나라의 ISA는 가입 문턱이 높고 투자 대상도 예·적금 일변도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내년 시행키로 한 한국형 ISA를 더 적극 개선해서 서민층 재산 형성에 도움도 주고 투자 문화도 활성화하는 선진국 스타일의 ISA를 만들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선진국들은 ISA를 계속 진화시켜
영국과 일본은 당초 ISA를 도입할 때 누구나 가입할 수 있고, 가입 한도 내에선 얼마의 이익이 나든지 간에 세금을 안 물리는 '열린 구조'로 만들었다. 그럼에도 수시로 막힌 틈새가 없는지 점검해서 가입 대상과 투자 대상을 확대하고 있다.
비과세 한도를 늘려주는 방법도 벤치마킹할 필요가 있다. 현재 한국형 ISA의 비과세 한도는 연간 200만원(연소득 5000만원 이하는 250만원)으로 묶여 있다. 영국은 2008년 이후 물가 상승을 감안해서 거의 매년 가입 한도를 늘려준다. 영국은 가입 한도 내에선 어디에 투자하든 이자나 양도차익에 세금을 매기지 않기 때문에 가입 한도를 늘려 주면 비과세 액수도 자동으로 늘어난다. 2008년 주식·펀드에 투자하는 투자형 ISA는 연간 7200파운드, 예금 위주의 현금형 ISA는 연간 3600파운드의 한도가 있었지만 현재 두 유형 모두 연간 한도가 1만5240파운드(약 2700만원)로 올라갔다.
◇초저금리 시대에 '국민 재산 불리기' 도구로 만들어야
'예금에서 투자로'라는 투자 패러다임의 전환에 목표를 뒀던 일본 정부는 NISA를 도입할 때 아예 예·적금은 포함시키지 못하도록 차단벽을 쳤다. 주식과 펀드, 투자신탁 등 위험자산만 투자 대상으로 한정했다. 막대한 예금·현금이 자본시장으로 흘러들게 만들기 위해서다. 실제 NISA를 통해 3조엔(약 28조원)이 증시로 흘러들어 경기 활성화에도 도움을 줬다.
반면 한국형 ISA는 일본만큼 투자를 독려하게 설계되진 않았다. 그렇기 때문에 금융 교육 등으로 투자 문화를 확산하는 노력이 병행되지 않으면 한국형 ISA는 은행 예금만 담는 과거 '세금우대 종합통장'의 역할에 머무를 가능성이 크다. 실제 영국에선 65세 이상 노인들이 ISA를 '절세 예금 통장'으로만 이용하는 문제점이 나타나기도 했다. 이렇게 되면 '서민 재산 형성'이라는 본래 도입 목적을 달성하기 어렵다. 초(超)저금리 시대엔 1% 내외 금리를 주는 예금에만 매달려 있지 말고 펀드 등에도 분산 투자해야 수익률이 높아질 수 있기 때문이다. 예금에만 집착하는 성향이 강했던 일본에선 NISA의 정착을 위해 일본증권업협회가 중심이 돼서 이제까지 증권투자 경험이 없던 사람들을 대상으로 교육 활동을 펼치는 등 투자자 교육에 중점을 뒀다.
ISA 판매를 맡을 은행·증권사의 신뢰도도 높아야 한다. 천창민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ISA로 더 많은 사람이 위험도가 높은 투자 상품에 노출될 수밖에 없는데, 업계가 신뢰를 주지 못하면 결국 실패할 수밖에 없다"며 "은행·증권사의 밀어내기 식 판매나 가입자에게 제대로 설명하지 않는 불완전 판매는 엄격히 금지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철배 금융투자협회 집합투자본부장은 "ISA의 주요 가입 대상인 개인 투자자가 스스로 자산 관리를 하려면 영국 등 선진국처럼 특정 금융회사에 속하지 않고 객관적으로 컨설팅을 해 줄 수 있는 독립투자자문업자(IFA)가 필요한데, 정부가 이를 빨리 허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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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립투자자문업자
[ independent financial adviser ]약어 | IFA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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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정 금융사에 소속돼 있는 전속 자문업자와 달리 금융회사나 금융상품 종류에 구애받지 않고 독립적인 자문, 상품추천, 체결대행이 가능한 투자자문업자를 뜻한다. 독립적으로 금융소비자에게 상품을 추천하고 운용을 도와주는 회사인 것이다. 영국과 미국, 독일, 프랑스 등 유럽 국가들과 일본이 IFA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지금까지 소비자는 은행이나 증권사 등 판매대행사의 창구를 통해 투자상품에 가입해 왔다. 이 때문에 창구에서 자사 계열사의 상품을 추천하는 등 불완전 판매가 발생할 가능성이 존재했다. IFA가 등장하면 은행·증권사에 종속된 상품별 판매·유통 칸막이를 없애 금융시장을 활성화시키는 계기가 될 수 있다. IFA의 상담을 받으면 소비자는 판매 증권사의 창구를 거치지 않고도 자신에게 맞는 ISA 편입 상품을 직접 고를 수 있다.
[네이버 지식백과] 독립투자자문업 [independent financial adviser] (한경 경제용어사전, 한국경제신문/한경닷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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