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반구대 암각화(국보 285호)의 보존 대책으로 울산시와 정부가 추진해온 키네틱이라는 가변형 일시 물막이 댐 사업이 실패할 가능성이 커졌다. 지난달 25~26일의 세 차례 모의실험에서 누수 결함이 노출되면서 부정적 전망이 지배적이다.
태화강 상류 대곡천에 사연댐이 건설되고 6년 후인 1971년에 발견된 반구대 암각화는 1년 중 3~6개월은 물에 잠겨 보존 대책이 2003년부터 논의됐다. 하지만 물 사정이 열악한 울산시에 용수 공급을 하려면 사연댐 수위를 낮출 수 없다. 그래서 수위를 그대로 유지하면서 반구대를 보존하는 방법으로 키네틱댐 아이디어가 나왔던 것이다.
이것은 2009년부터 대구·경북 지역 맑은 물 공급을 위해 추진해 온 '낙동강 취수원 상류 이동'만 이뤄지면 가능하다. 현재 낙동강-금호강 합류 부근의 매곡·문산 취수장을 구미공단 상류로 옮기자는 것이다. 이는 오래전부터 대구·경북 지역 숙원이기도 하다. 기존 취수장이 구미공단 하류에 있어 수질오염 사고에 워낙 취약하기 때문이다. 실제 지난 2009년 구미 지역 9개 화학섬유 업체에서 다이옥산이 유출되면서 수돗물 발암물질 소동이 빚어졌다. 정부는 대구 취수원을 구미 해평취수장으로 옮기는 안과 구미공단 상류의 강변 여과수를 개발하는 안을 제시해 왔다. 이렇게만 되면 대구·경북 지역 주민들은 안심하고 맑은 원수로 수돗물을 만들어 마실 수 있다. 문제는 구미의 반대다. 취수 지역 상류 일대가 상수원보호구역으로 지정돼 개발권과 재산권이 제약받고 가뭄 때 수량 부족과 수질 악화 등이 우려되기 때문이다.
70만t의 맑은 물을 생산하는 이 사업은 대구·경북 지역 6개 시·군 200만명의 식수 안전에 직결되는 만큼 꼭 이뤄져야 한다. 다만 구미 주민들에게 일방적 희생을 강요해선 안 되고 대구·경북 지역에서 혜택을 보는 만큼 구미에도 상응하는 대가를 주어야 한다. 상수원 보호 때문에 개발 제한을 받는 상류 지역 주민들을 지원하기 위해 하류 주민들 수돗물 값에 보태 부과하는 물이용부담금 등의 재원을 확대하는 것도 방안이 될 수 있다.
취수원이 이전되면 울산 지역 물 공급에도 숨통이 트인다. 낙동강 상류에 새로운 취수원을 만들면 그동안 하루 21만t씩 용수를 대구시에 공급해온 경북 청도의 운문댐에 여유 수량이 생긴다. 운문댐에서 울산까지 50㎞의 관거를 설치하면 하루 12만t 정도의 용수 공급이 가능하다. 낙동강 물을 태화강 유역인 울산에 일종의 '유역변경' 방식으로 공급하는 것이다.
인구 120만명의 울산
결국 구미의 새 취수원 개발은 대구·경북 일대에 맑은 물을 공급하는 사업이면서 울산의 물 부족 문제도 해결하고 아울러 반구대 암각화 보존도 되는 일석삼조의 방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