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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덕꾸러기서 귀한 물… 가뭄대책 절반은 '4대강 끌어쓰기'

최만섭 2015. 11. 13. 09:55
  • 천덕꾸러기서 귀한 물… 가뭄대책 절반은 '4대강 끌어쓰기'

입력 : 2015.11.13 03:00

[4대강의 복권]

-지류·지천사업 막던 野
"토목과 물관리 다르다"며 미묘하게 입장 바꿔

-가뭄에 꼬리내린 政爭
與野 가릴 것 없이 지방하천 '쪽지 예산' 쇄도
野, 1000억이상 증액 요구

그동안 천덕꾸러기 취급을 받던 4대강이 '귀한 몸' 대접을 받는 상황은 한동안 이어질 공산이 크다. 지금과 같은 가뭄이 계속될 경우 내년 봄에는 대청댐과 주암댐이 '물 부족 심각' 단계에 도달하는 등 4대강에 담긴 물의 활용 가치가 더 커지기 때문이다. 4대강 보(洑) 등에 담긴 물(11억7000만t)은 팔당댐(저수용량 2억4400만t)을 5번 가득 채울 수 있는 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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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심한 가뭄에 시달리고 있는 충남 부여군 내산면 온해리 일원에서 금강 백제보와 보령댐을 잇는 도수로 공사가 진행되고 있다. 21㎞길이의 도수로가 완성되면 매일 11만5000t의 물을 보령댐에 공급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정치권 안팎에서 받는 '대접'도 조금씩 바뀌고 있다. 그동안 야당과 시민단체는 이명박 정부 때부터 '22조원이라는 천문학적 혈세 낭비' '환경 파괴' 등의 이유를 들어 강하게 반대했고 지류·지천 사업도 막았다. 하지만 이번 가뭄 국면에 들어서면서 미묘하게 입장을 바꾸고 있다. 최재천 새정치연합 정책위의장은 "지금 정부가 하는 건 4대강 사업과는 관계없는 물관리 사업"이라며 "토목사업이거나 국가 대운하 일환으로 4대강은 반대하지만, 물관리 제대로 하자는 4대강은 다르다"고 말했다. '4대강 토목사업'과 '물관리 사업'을 분리한 것이다.

하지만 정작 여당은 물론 야당까지도 토목사업을 수반하는 지방 하천 정비 예산 증액에 앞다퉈 나서고 있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지역에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야당 의원들은 이번 예산 심사에서 총 1000억원 이상의 지방 하천 예산을 증액시킬 태세다. 야당 의원들은 국회 국토위에서 200억원의 지방 하천 사업 예산을 증액시킨 데 이어, 12일까지 예결위에 412억원의 예산 증액을 추가로 요구했다. 또 여야 예결위원들이 함께 경기도 31개 시·군에 1018억원의 하천 예산을 증액시키려 하고 있어, 야당 의원들이 주장하는 지방 하천 예산만 총 1000억여원에 이르는 것이다. 예결위 관계자는 "지방 하천 사업과 관련해서는 여야 가릴 것 없이 '쪽지 예산' 민원이 계속 들어오고 있다"고 했다.

4대강 사업이 부각된 계기 중 하나는 야당 소속인 안희정 충남지사가 지난달 중순 정부에 긴급 지원을 요청하면서부터다. 안 지사는 금강 용수를 가뭄 지역에 공급하는 도수로(導水路) 공사를 조기 착공해 달라고 했고, 가뭄과 별 관계 없는 야당의 수도권 지역 의원들이 "전액 국비로 지원하라"는 예산 심사 부대의견으로 정부를 압박했다. 새누리당과 정부는 이를 받아들여 금강 공주보와 백제보 사업을 전폭 지원키로 한 것이다. 지난 11일 당정 협의에서 확정된 가뭄 대책의 주된 테마도 '4대강'이었다. 4대강의 3개 보(洑·공주보, 상주보, 백제보)로부터 물을 끌어오는 사업 예산만 1074억원(전체의 53%)이었다. 4대강이 '금기어' 취급을 받아온 현 정부에서도 가뭄 앞에서는 4대강을 찾고 있는 것이다.

앞서 박근혜 정부 감사원은 4대강 사업을 '문제 있는 사업'으로 규정했다. 2013년 1월 감사원은 "보(洑)·준설 등 각 단계 각 분야마다 졸속과 부실이 확인됐다"는 감사 결과를 발표하고, 그해 7월에는 "대운하를 염두에 두고 추진했다"고 했다. 이명박 정부 인사들은 당시 감사원 감사에 대해 "정치적 감사"라고 비판하면서 논란도 일었다. 2014년 12월 민간 전문가들이 참여한 '4대강 사업 조사 평가위원회'가 4대강 사업의 홍수 예방 효과 등의 공(功)을 일부 인정했지만, 정부는 "공과(功過)를 같이 봐야 한다"며 선을 긋는 쪽이었다. 이 때문에 정부 관료들도 4대강 관련 사업에 대해 소극적인 태도를 갖게 됐다는 지적이다.

그러나 정부·여당도 재난급 가뭄이 계속되면서 입장을 바꾸기 시작했고, 고위 당정청 협의와 긴급 당정 협의 등을 거치면서 "4대강 물 활용사업을 적극 지원한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대규모 사업의 경우 받아야 하는 예비타당성 조사도 '긴급성'을 이유로 면제해 주면서 이번에 예산을 배정해 줬다. 여권에서는 "4대강에 대한 재평가가 이뤄지는 과정에서 옛 친이(親李)계와 친박(親朴)계의 화해가 자연스럽게 이어지면 향후 총선 과 대선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기대도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명박 정부 청와대 국정기획수석으로 4대강 사업을 총괄한 박재완 전 기획재정부 장관은 "시간이 흐르면서 4대강 사업 효용성이 드러나 재평가를 받을 것"이라며 "4대강 사업 같은 대형 국책사업은 정치적인 이유로 미시적인 문제에 대해 폄훼하기 시작하면 누구라도 진행하기가 어렵다"고 했다.



[출처] 본 기사는 조선닷컴에서 작성된 기사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