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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착되는 가뭄, 물 확보만으론 해결 못 해

최만섭 2015. 11. 4. 11:45

[열린 포럼] 고착되는 가뭄, 물 확보만으론 해결 못 해

  • 진장철 강원대 교수·춘천국제물포럼 운영위원

입력 : 2015.11.04 03:00

진장철 강원대 교수·춘천국제물포럼 운영위원장
진장철 강원대 교수·춘천국제물포럼 운영위원장
지금 미국의 캘리포니아는 극심한 가뭄으로 난리다. 주민들은 물을 많이 쓰는 셰일가스 생산업자들을 맹비난하고 벼농사까지 문제 삼고 나섰다. 시민들은 자발적으로 자기 집 마당에 인조잔디를 깐다. 정원 잔디를 푸르게 유지하고 있는 이들은 '귀한 마실 물의 부끄러운 낭비' 주범으로 몰려 사회적 지탄을 받는다. 가뭄에 대처할 주민행동요령도 마련돼 있다.

우리에게도 큰 가뭄이 닥쳤다. 이미 극심한 가뭄이 이 땅 곳곳에서 시민들의 일상에 큰 고통으로 다가왔다. 아직 일부 지역에 국한된 현상으로 보이지만 머지않아 점점 피해 범위가 확대될 것이 거의 확실하다. 당장 내년 봄 농사가 큰 걱정이라고들 말한다. 더 큰 문제는 미주 대륙처럼 이번 가뭄이 단기적으로 끝나지 않고 길게는 수년에 걸쳐 지속적으로 악화될 것으로 전문가들이 진단하고 있다는 점이다. 결국 수도권 주민들의 식수까지 위협할 것으로 우려된다.

사정이 이런데도 우리는 여전히 태평하다. 한국 사회의 고질적인 안전 불감증적 행태가 엿보인다. 게다가 우리는 물에 대해 너무 모른다. '빗물 박사'로 알려진 서울대 한무영 교수는 '컴맹'에 빗댄 '물맹'이라는 말을 만들어 쓰고 있다. 이를테면 가뭄이 들어 제한 급수를 실시하면 화장실 사용이 가장 큰 어려움으로 다가온다는 사실을 짐작은 하고 있는가. 변기 물 한 번 내릴 때 물이 얼마나 버려지는지 알고 있는가. 가뭄에 대비해서 빗물이라도 받아두어야 한다는 생각을 해보았는가. 또는 세숫물을 변기의 물로 재사용하면 어떨까 하는 고민을 해본 적 있는가. 이 중 하나에라도 해당해야 '물맹'을 면한다.

유감스럽게도 우리나라 위정자 중 '물맹'이 태반인 듯하다. 그렇지 않고서야 정부의 가뭄 대책이 항상 물 확보에만 집중되고 수요 관리에는 이처럼 소극적일 수 없다. 정부 대책은 강에 물이 마르면 지하수 뽑아서 쓰면 되고 차제에 강의 상류에 댐을 많이 만들어야 한다는 식이다. 그러나 지하수는 뽑아 쓰기 쉬워도 다시 채워지려면 한 세대가 지나야 한다는 것과 오염의 위험이 크다는 사실은 잘 모를 터이다. 물 확보를 위한 댐 건설이 전처럼 쉽지 않다. 댐 건설로 인해 강원도민들이 얼마나 어려운 세월을 살아왔는지도 모르는 듯하다.

이제 우리 사회의 가뭄 대책은 물의 수요 관리에도 역점을 두어야 한다. 대부분의 선진국에서는 국민 1인당 물 소비량이 줄고 있는데 우리는 계속 늘고 있다. 놀랍게도 독일인보다 우리가 물을 세 배나 많이 쓰고 있다. 그런 만큼 개선의 여지도 큰 셈이다. 물 수요 관리는 정부의 노력만으로 되지 않고 시민의 참여와 실천이 필수적이다.

우리는 지난 4월 제7차 세계물포럼을 개최한 나라답게 다가오는 극한 가뭄에 지혜롭게 대비하여야 한다. 시민사회가 나서서 대대적인 물 절약 운동을 서둘러 펼쳐야 한다. 물은 대체재가 없지만 다행히도 다시 쓸 수는 있다. 폐수를 재이용하는 기술을 개발해 확산시키거나 빗물을 모아 활용하는 사회적 관행도 속히 정착시켜야 한다. 장기적으로는 산림의 지속적인 간벌이나 그 목재로 계곡마다 작은 나무 댐을 만드는 등의 사업을 창의적으로 검토해볼 만하다. 우리 사회의 '물맹'을 퇴치하는 노력도 당장 시작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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