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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A (Individual )Savings Account·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영국

최만섭 2015. 12. 9. 10:34

"연금外 버팀목"… 英 만능통장 가입자 75%가 서민

  • 런던=안준용 기자
  • 입력 : 2015.12.09 03:05

    [ISA 선진국에서 배운다] [2]중·저소득층 가입비중 큰 英

    최소 보유기간 제한 없애 중·저소득층 가입 유인
    필요할 땐 언제든 돈 인출… 납입 한도 해마다 늘려
    자녀 명의로 ISA 개설… 대학등록금 인상에 대비

    영국 런던에서 인테리어 업체를 운영하는 닐 피어시(47)씨는 ISA (Individual )Savings Account·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 가입자다. 매년 납입 상한액만큼 ISA에 돈을 넣어두고는 그 돈으로 MMF(머니마켓펀드) 등에 투자하면서 비과세 혜택을 받는다. 올해도 1만5000파운드(약 2660만원)를 ISA에 넣었다. 그는 "은퇴 후 연금 외엔 마땅히 믿을 구석이 없었는데 ISA가 대안인 것 같아 개설했다"며 "비과세 혜택도 좋지만 ISA를 유지하면서 꾸준히 돈 모으는 습관이 길러진 것 같아 만족스럽다"고 했다.

    런던의 50대 택시 기사 스튜어트씨도 ISA 계좌를 튼 지 올해로 10년째다. 그는 "많은 돈은 아니지만 꾸준히 납입하는데, 계좌 하나로 자산을 관리하면서 필요할 때는 언제든 돈을 인출할 수 있어 편리하다"고 했다.

    '국민 계좌'로 성장한 영국 ISA 신규 가입 금액. 주니어 ISA 신규 가입. 중·저소득층을 위한 '신 복지 제도' ISA.
    1999년 4월 ISA를 도입한 'ISA 종주국' 영국에는 미래에 대비해 ISA에 가입하는 이들이 많다. 영국 정부는 ISA를 통한 국민 재산 증식을 하나의 복지 제도로 정착시켰다.

    중·저소득층 위한 '국민 계좌'

    영국 ISA는 한 계좌에 예·적금 등을 편입하는 '현금형 ISA'와 주식·펀드 등을 편입하는 '투자형 ISA'로 나뉜다. 가입자는 투자 성향에 따라 ISA를 택하고, 연간 납입액 1만5240파운드(약 2700만원)까지 비과세 혜택을 받는다.

    영국 정부가 ISA를 고안한 배경은 저소득층의 보유 자산을 부동산에서 예금·채권·주식 같은 유동성 자산으로 바꾸도록 유도하기 위해서였다. 영국 투자협회의 피터 캐퍼 리스크 전문가는 "저소득층이 유동성 자산을 별로 보유하지 않다 보니 그들이 먹고살 길을 마련해야 하는 정부 입장으로선 부담이 컸다"고 했다. 영국 정부는 "ISA를 통해 중·저소득층의 유동성 자산을 늘리겠다"고 천명했고, 계좌 최소 보유 기간 등 종전 절세형 금융 상품이 갖고 있는 제한을 없애 저소득층도 쉽게 가입할 수 있는 길을 텄다.

    ISA 가입자 수는 가파르게 늘어 2013년 기준 2268만명(가입 가능 인구의 46%)에 이르고, 누적액은 4830억파운드(약 850조원)에 달한다. 특히 중·저소득층의 가입 비율이 높다. 2013년 기준으로 소득별 ISA 가입자 수를 보면 연소득 1만~1만9999파운드 구간이 694만명(30.6%)으로 가장 많다. 연소득 2만파운드 미만이 전체의 56.6%이고, 3만파운드(약 5300만원) 미만으로 범위를 넓히면 전체 가입자의 74.6%에 달한다. 영국 내 ISA 시장 점유율 1·2위를 다투는 자산운용사 피델리티의 개인투자 부문장 조너선 휴잇은 "ISA는 '절세에 유리한 포장지(tax-efficient wrapper)'로 홍보되기도 한다"고 했다. 속을 어떤 상품으로 구성하든 ISA라는 포장지로 감싸면 누구라도 세금을 피할 수 있다는 의미다.

    복지 부담 줄인 '주니어 ISA'

    영국 학부모 중에는 자녀 명의로 ISA를 개설해 돈을 납입하는 이들도 많다. 16세 미만을 대상으로 연간 4080파운드(약 720만원)까지 세제 혜택을 주는 '주니어 ISA'다. 영국 정부는 2011년 긴축 정책의 하나로 대학 보조금을 줄이겠다고 발표했고, 대학들은 기존 3000파운드에서 최대 9000파운드까지 등록금을 올렸다. 주니어 ISA는 각 가정에서 등록금 인상에 대비하라고 정부가 마련한 수단이다.

    글로벌 자산운용사 악사(AXA)의 자회사 악사IM에서 ISA를 담당하는 아드리안 로콕씨는 "정치적·정책적 목적에서 주니어 ISA를 도입했는데, 혜택과 간편함 덕분에 인기가 많다"며 "이것이 성인 ISA로 이어지니 업계 입장에서도 새 고객이 형성되는 제도"라고 했다. 2011 ~2012년 7만1000개였던 주니어 ISA신규 개설 계좌 수는 2014 ~2015년 51만개로 늘었다.

    ◇납입 한도 늘려주고, 상품도 다양화

    영국 정부는 2008년 ISA를 사실상 영구적인 제도로 확립하고, 납입 한도를 해마다 늘려 혜택을 키우면서 가입자도 늘리고 있다.

    다만 투자 업계에서는 투자형에 비해 현금형 ISA 비중이 눈에 띄게 높아지는 데 대해 아쉬움을 토로한다.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 이후 영국 국민 사이에서 수익성보다 안전성을 중시하는 성향이 높아진 탓에 신규 가입자의 75% 이상이 현금형 ISA를 선택한다.

    글로벌 자산운용사 슈로더의 ISA 담당 제임스 레인보씨는 "투자형 ISA 비중을 더 늘릴 방안을 고민 중"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