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책 출판 '롤링다이스' 제현주 대표]
20대, 컨설팅기업 '매킨지' 입사, 사모펀드 '칼라일'서 스카우트, 35세에 관두고 철학 책모임 시작
"뭘 하느냐보다 왜 하느냐가 중요… 함께 일하는 즐거움, 경이롭더라"
화장실 문을 잠그려다 당황했다. 보통 잠금장치 대신 여행가방용 노란색 잠금 벨트가 미닫이문과 한쪽 벽에 붙어 있다. '찰칵'. 벨트를 잠그면 문도 잠기는 구조랄까. 이곳은 불광동의 서울 혁신파크. '비상식'과 '뜬구름'을 자처하는 혁신가들에게 새로운 미래를 디자인해보라며 서울시(市)가 제공한 마당이다. 밖으로 나오니, 제현주(39) 롤링다이스 대표의 표정이 "당황하셨어요?"다. 롤링다이스는 이곳에 입주한 110여 팀 중 하나. 전자책출판 공동체를 내세운 일종의 협동조합이지만, 그 일만 할 리가 없다. 구르는 주사위(Rolling Dice)가 무슨 숫자에서 멈출지는 알 수 없는 법. 제 대표의 인생 궤적 역시 그랬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갑(甲) 중의 갑'이었던 인생과 '함께하는 즐거움'을 만끽하는 취향 공동체의 소박한 삶. 제 대표의 삶은 30대 중반을 기점으로 이렇게 나뉜다. 카이스트 산업디자인과를 졸업하고 글로벌 컨설팅 기업인 매킨지에 입사한 그는 "억대 연봉을 받겠다"는 목표를 불과 2년 만에 이뤘다고 했다. 20대가 한참 남아 있는 나이였다. 이후에는 더욱 승승장구. 홍콩의 크레디트스위스 투자은행을 거쳐 29세의 나이에 사모펀드 칼라일(Carlyle)에 안착했다. 이 분야 최고의 엘리트들이 염원한다는 소위 '바이 사이드(Buy Side)'의 일자리. 영화 '프리티우먼'에서 리처드 기어가 연기했던 M&A의 최고 전문가들 말이다.
경제부 아닌 문화부 기자에게 선입관을 주입하는 이력이었다. 7년을 꼬박 일하고 스스로 그만뒀다는 '여자 리처드 기어'. 자본주의에 대한 환멸을 상상하며 "뭐가 가장 싫었냐"고 물었을 때, 제 대표의 대답은 의외였다. "지적인 차원에서는 재미있었고, 그리 싫지 않았다." 특정 기업의 현재 가치를 판단하고, M&A 거래 조건을 따지고, 관련 산업의 미래를 예측하는 일은 흥미진진했다는 것. 단지 자신은 '무엇을'보다, '누구와' '어떻게' '왜' 하느냐가 더 중요한 사람이었다고 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갑(甲) 중의 갑'이었던 인생과 '함께하는 즐거움'을 만끽하는 취향 공동체의 소박한 삶. 제 대표의 삶은 30대 중반을 기점으로 이렇게 나뉜다. 카이스트 산업디자인과를 졸업하고 글로벌 컨설팅 기업인 매킨지에 입사한 그는 "억대 연봉을 받겠다"는 목표를 불과 2년 만에 이뤘다고 했다. 20대가 한참 남아 있는 나이였다. 이후에는 더욱 승승장구. 홍콩의 크레디트스위스 투자은행을 거쳐 29세의 나이에 사모펀드 칼라일(Carlyle)에 안착했다. 이 분야 최고의 엘리트들이 염원한다는 소위 '바이 사이드(Buy Side)'의 일자리. 영화 '프리티우먼'에서 리처드 기어가 연기했던 M&A의 최고 전문가들 말이다.
경제부 아닌 문화부 기자에게 선입관을 주입하는 이력이었다. 7년을 꼬박 일하고 스스로 그만뒀다는 '여자 리처드 기어'. 자본주의에 대한 환멸을 상상하며 "뭐가 가장 싫었냐"고 물었을 때, 제 대표의 대답은 의외였다. "지적인 차원에서는 재미있었고, 그리 싫지 않았다." 특정 기업의 현재 가치를 판단하고, M&A 거래 조건을 따지고, 관련 산업의 미래를 예측하는 일은 흥미진진했다는 것. 단지 자신은 '무엇을'보다, '누구와' '어떻게' '왜' 하느냐가 더 중요한 사람이었다고 했다.
칼라일을 나온 뒤 철학 공부를 위해 홍대 근처에서 책읽기 모임을 시작했고, 2012년 6월 모임 구성원들과 협동조합 롤링다이스의 문을 열었다. 공동 출자, 공동 경영. 지금까지 17권의 전자책을 냈다. 자신의 표현으로 '얼굴마담'이기는 하지만, 인사권이나 평가 권한은 없다. '욕망의 조율'이 새 삶의 목표였던 만큼, 그는 다양한 이름으로 살고 있는 르네상스인이다. 협동조합 등 사회경제적 조직을 위한 컨설턴트 제현주, '경제학의 배신' '디자인과 진실'의 번역가 제현주, 그리고 '내리막세상에서 일하는 노마드를 위한 안내서'(어크로스 출간)을 쓴 작가 제현주.
리처드 기어 시절과 비교했을 때 지금의 즐거움을 물었다. "내가 정말 좋다고 믿는 게 클라이언트에게도 좋은 것이라는 사실을 확인할 때" "번역의 기쁨은 공부의 즐거움. 누구보다도 그 책을 촘촘하게 읽어야 한다" "무엇보다 '팀'을 만들어 함께 일한다는 것에서 각별한 즐거움을 느낀다. 제도가 주는 권한 없이도 여럿이 일을 완성해내는 구조가 가끔은 경이롭다."
제 대표의 책 '내리막…'은 아버지 세대와 다를 수밖에 없는 자식 세대의 '일'에 대한 이야기다. 삶에 단 하나의 이정표만 있던 시대는 끝났다는 것. 오르막은 모두 정상만을 향해 가지만, 내리막은 방사선으로 퍼져 나가는 길이다. 그는 "도달점은 제각각 아니겠느냐"면서 "길을 걷는 과정에서 스스로 무슨 가치와 어떤 이야기를 발견하느냐, 거기에 집중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그의 집은 강원도 대관령에 있다. 사무실이 있는 불광동 혁신파크까지는 200㎞가 넘는 거리. 0이 몇 개 찍힌 연봉이냐로 평가받던 시절에는 무 조건 직장이 1순위였지만, 지금은 자신이 일하고 싶은 곳에서 원하는 방식으로 일한다. 거리만큼이나 격차도 크지만, 서울과 대관령을 왕복하는 노마드(Nomad)의 삶이 그리 싫지 않다. 밥벌이와 창조 욕망과 사회 공헌의 욕망을 더불어 추구하는 삶. 평생직장이 판타지가 되어버린 2015년의 한국에서, 전직 M&A 전문가가 시도하는 새로운 삶의 모델이다.
리처드 기어 시절과 비교했을 때 지금의 즐거움을 물었다. "내가 정말 좋다고 믿는 게 클라이언트에게도 좋은 것이라는 사실을 확인할 때" "번역의 기쁨은 공부의 즐거움. 누구보다도 그 책을 촘촘하게 읽어야 한다" "무엇보다 '팀'을 만들어 함께 일한다는 것에서 각별한 즐거움을 느낀다. 제도가 주는 권한 없이도 여럿이 일을 완성해내는 구조가 가끔은 경이롭다."
제 대표의 책 '내리막…'은 아버지 세대와 다를 수밖에 없는 자식 세대의 '일'에 대한 이야기다. 삶에 단 하나의 이정표만 있던 시대는 끝났다는 것. 오르막은 모두 정상만을 향해 가지만, 내리막은 방사선으로 퍼져 나가는 길이다. 그는 "도달점은 제각각 아니겠느냐"면서 "길을 걷는 과정에서 스스로 무슨 가치와 어떤 이야기를 발견하느냐, 거기에 집중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그의 집은 강원도 대관령에 있다. 사무실이 있는 불광동 혁신파크까지는 200㎞가 넘는 거리. 0이 몇 개 찍힌 연봉이냐로 평가받던 시절에는 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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