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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포커스] 벤처도 연륜으로 창업한다

최만섭 2015. 12. 2. 08:47

[경제포커스] 벤처도 연륜으로 창업한다

  • 최흡 조선비즈 위비연구소장

입력 : 2015.12.02 03:00

최흡 조선비즈 위비연구소장 사진
최흡 조선비즈 위비연구소장

조지 월너가 모바일 결제 기업 '루프페이' 공동창업자로 이름을 올린 것은 60세 때였다. 그는 1970년대 말에 창업, 지금 대부분의 상점에서 쓰는 '긁는 방식'의 카드 결제 단말기를 만들어 대성공한 후 회사를 팔고 업계를 떠났던 사람이다. 은퇴 생활을 즐기던 그는 2013년에 다시 창업했고, 미국 벤처기업들이 투자자를 찾을 때 사용하는 '킥스타터'라는 사이트에서 투자금을 모집했다. 얼마 후 연락해 온 것이 삼성전자였다. 그의 기술로 '삼성페이'가 만들어졌다.

'중고 신인'이었던 그는 출발점이 달랐다. 긁는 방식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기에 기존 단말기에서 휴대폰으로 결제할 수 있는 기술도 개발할 수 있었다. 그를 기억하는 사람이 많았기에 회사를 알리는 수고를 덜었다. 현재 실리콘밸리에서 성공한 기업인의 창업 횟수는 2.8회. 최소한 2번 실패해야 성공한다는 곳에서 기술과 네트워크를 바탕 삼아 단번에 성공했다.

세계는 벤처 붐이다. 상장도 하기 전에 10억달러의 가치를 인정받아 '유니콘'이라고 불리는 벤처들이 전 세계에서 탄생 중이다. 미국에선 벤처로 투자 자금이 너무 몰려, 공개적으로 자금을 조달하는 상장 절차가 유명무실해졌다는 얘기가 들린다. 한국 역시 '창조경제'를 내건 정부 투자 자금이 벤처시장으로 쏟아졌다. 작년 정부와 지자체로부터 12조원 정도가 흘러갔을 것으로 추정된다.

그런데 그 효율은 어느 정도일까? 2000년대 초반 벤처 붐 때 벤처기업들을 보증 서줬던 기술신용보증기금은 1조원 이상을 대신 갚아줘야 했다. 한국에서 최근 설립된 벤처기업 중 세상을 바꿀 정도의 아이디어를 낸 기업은 손에 꼽을 정도다.

물론 낮은 효율의 이유는 많다. 벤처의 옥석을 구분할 줄 아는 투자자가 적고, 킥스타터처럼 전문가들이 주목하는 자금 모집 사이트도 없다. 그러나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젊은 창업자의 '사회적 자본' 부족이다. 많은 젊은이가 벤처 창업에 나서지만 사업 자금은 물론 사회적 네트워크도 거의 가지고 있지 않다. 에린 메이어 프랑스 인시아드(INSEAD) 경영대학원 교수에 따르면 한국의 비즈니스에서 친소(親疏) 관계 등 '감성'이 미치는 부분과 순수 실력 등 '이성'이 미치는 부분의 비율은 8대2로 감성 우위다. 미국은 이 비율이 1대9로 이성 우위다. 사회적 네트워크가 없는 벤처기업이 현장 비즈니스에 성공하려면 확실한 독자 기술을 가지고 있든지, 아니면 외국에 나가는 게 낫다는 얘기다. 아무리 100개 중 하나만 성공하는 게 벤처라지만 '맨손 창업'을 권하는 것은 무책임한 처사다.

젊은이들의 벤처 도전은 아름답다. 사회에 활력도 준다. 하지만 기업에서 쌓은 풍부한 네트워크와 위기관리 능력, 그리고 사회생활에서 모은 자본을 가지고 새롭게 도전하는 경험 있는 창업자 역시 절실히 필요하다. 더 튼튼한 벤처 생태계는 그런 다양성에서 나온다. 조지 월너처럼 유명인 이 아니었더라도 좋다. 대한민국의 성장기를 체험한 많은 인재가 소규모 벤처를 창업해 사회적 자본이 없는 젊은이를 고용해 가르치고, 때로는 그들의 신선한 발상을 얻어 세계와 경쟁하는 것을 보고 싶다. 다시 한 번 그들에게 부탁하는 것이 염치없다. 그러나, 그래도 연륜 있는 벤처기업인들이 많이 나오길 기대한다. 그리고 모든 벤처를 응원한다. 꼭 성공하라고.



[출처] 본 기사는 조선닷컴에서 작성된 기사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