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철학

[사설] 범죄 혐의는 종교의 중재 대상일 수 없다

최만섭 2015. 11. 20. 09:46

[사설] 범죄 혐의는 종교의 중재 대상일 수 없다

입력 : 2015.11.20 03:23

조계종 화쟁위원회가 19일 지난 주말 불법 시위를 주도하고 조계사로 도망간 한상균 민노총 위원장의 중재 요청에 대해 "당사자, 정부 등과 함께 모두에게 이익이 되는 지혜로운 길을 모색하겠다"고 밝혔다. 한씨가 '현 시국 문제에 대한 중재와 큰 도움'을 요청한 데 대한 화쟁위의 입장이다. 화쟁위는 중재 요청을 수용한 것은 아니라고 밝히면서 "중재는 이런 현실이 되기까지에는 많은 복잡한 관계가 있으니 이런저런 것들을 다 잘 파악하고 그런 걸 토대로 해서 진행하는 게 맞다"고 설명했다. 검토한 뒤 중재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뜻이다.

한씨는 시위 당시 "언제든 노동자·민중이 분노하면 서울을, 아니 이 나라 전체를 마비시킬 수 있다는 것을 똑똑히 보여주자"며 과격 시위를 선동한 인물이다. 그의 말대로 극렬 시위꾼은 각목과 장대, 사다리로 경찰을 두들겨패고 새총으로 돌멩이까지 쏘아대며 도심을 심야까지 마비시켰다. 경찰 113명이 부상을 입었고 경찰 차량 50대가 망가졌다. 그는 법을 어겼을 뿐만 아니라 법을 조롱하고 있다. 불법 시위를 벌인 혐의로 법원이 발부한 체포 영장을 묵살했고 재판엔 출석조차 하지 않았다. 참다못한 법원이 구속영장을 발부했지만 이 역시 깔아뭉갰다.

화쟁위는 이날 "중생이 아프면 부처도 아프다. 부처님은 고통받는 중생을 끌어안는 것이 붓다의 존재 이유라고 하셨다"고 했다. 한씨는 종교 안에서는 '고통받는 중생'으로 보일지 모르지만 현실 세계에서는 범죄 혐의자일 뿐이다. '아프고 고통받는 중생' 가운데는 폭력 시위로 부상을 입은 경찰들과 난동 시위로 불편을 겪은 시민들도 있다. 그의 범법(犯法) 혐의에 '복잡한 관계'가 있다면 그것은 법원에서 풀 수밖에 없는 일이다.

화쟁위는 2010년 사회적 갈등 현안에 대해 불교의 화쟁(和諍) 사상을 통해 해법을 제시하자는 취지로 설립됐다. 한진중공업과 철도 파업 사태에선 노사 대화를 이끄는 일부 성과도 올렸다. 하지만 속세의 일 가운데는 종교가 중재할 수 있는 것이 있고 중재할 수 없는 것이 있다. 범법 혐의는 결코 종교가 중재하겠다고 나설 수 없는 사안이다. 종교적 자비와 용서가 아무리 중요해도 사법부의 판단에 앞설 수 없다. 한씨가 주도한 '민중총궐기투쟁본부'는 '박근혜 대통령 퇴진' '국정원 해체' '이석기 석방' 등 헌정 질서와 법치(法治)를 뒤집어엎는 정치적 주장을 내세웠다. 이 역시 종교가 중재할 수 있는 내용이 아니다.

한씨는 다음 달 5일 '2차 민중총궐기대회'란 이름으로 또 다른 불법 시위를 예고했다. 조계사에 숨어 시위 참여를 독려하는 글을 민노총 홈페이지에 올리고 있다. 한국 불교를 대표하는 사찰에 본부를 차리고 연일 법과 나라를 농락하면서도 정부와의 거래를 요구하며 불교계에 큰 폐를 끼치고 있다. 이런 사람을 언제까지 끌어안고



[출처] 본 기사는 조선닷컴에서 작성된 기사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