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은 우울한 감정이 주도
흥겨운 기분전환 송년회로 마음의 에너지 너무 쓰면 뇌가 피로해져 허무감 찾아와
하루쯤 삶의 유한함 생각해보면 긍정적 감정 생겨 우울감 극복
'멋진 내년을 위해'라고 함께 외치며 술잔의 술을 다 마셔 비울 때, 잠시 기분이 좋아진다. 올해 힘들었던 순간도 잊을 수 있고 내년에 좋은 일이 생길 것 같은 기대도 생긴다. 그런데 송년회 시즌, 신나게 즐기고 나서 집에 돌아가는 길에 우울감이 불쑥 찾아오는 경우가 있다. 이 우울감이 심해져 병원을 찾아오는 이도 있다.
'기분도 꿀꿀한데 회식하며 기분전환 좀 할까'란 제안엔 기분전환이란 마음관리 기술이 담겨 있다. 가벼운 느낌의 기분전환이 사실은 강력한 마음조정법인데 뇌 에너지를 써서 억지로라도 기분을 좋은 쪽으로 돌리겠다는 것이다. 기분전환이란 마음조정법을 자주 사용하게 된 이유는 우리가 부정적인 감정을 잘 견디지 못하기 때문이다. 사람들에게 '우울'의 반대말을 질문하면 많은 이가 '행복'이라 답한다. 즉 우울하면 불행하다는 것이다. 행복 여부를 감정 상태로 판단하기에 마음이 울적한 것을 잘 견디지 못하고 그래서 마음의 에너지를 써서라도 긍정적인 기분으로 전환하려고 하는 것이다. 종종 기분전환하는 것은 좋지만 부정적인 감정을 없애려고 지나치게 기분전환을 사용하면 뇌가 피로해져 더 큰 우울감이 찾아올 수 있다. 송년회 후 불쑥 찾아오는 우울감, 허무감은 뇌의 피로 증상이다. 기분전환을 하느라고 마음의 에너지를 지나치게 쓰다 보니 발생한 것이다.
행복의 판단 기준을 긍정적인 감정보다는 가치에 두는 것이 좋다. '오늘 내 감정이 우울하더라도 하루를 가치 있게 보냈다면 행복한 삶'이라고 받아들이는 것이다. 삶의 가치를 잘 느끼기 위해서는 마음에 심리적 겸손이 있어야 한다. 여기서 겸손은 타인을 향한 태도가 아니라 내 마음의 기준점이 낮추어진 상태를 이야기한다. 17세기 유럽에서 바니타스(Vanitas) 예술이 유행했다. 바니타스는 라틴어로 인생무상이란 뜻이다. 인생이 한시적이고 덧없다는 인식을 예술로 표현했다. 그래서 바니타스 미술 작품은 집에 걸어 놓기 망설여지는 것이 대부분이다. 죽음을 상징하는 해골이 그림의 주인공인 경우가 많고 그 옆에 조연으로 한시성을 상징하는 모래시계가 자주 등장한다. 우린 모두 시한부 인생이니까. 거울도 종종 등장하는데 인간의 허영을 이미지화했다고 한다. 가뜩이나 사는 게 빡빡한데 그림이라도 산뜻해야지 이런 칙칙한 그림을 집에 갖다 놓을 생각이 들지는 않은데 당시 부러울 것 없는 귀족들이 이 그림을 걸어 놓고 감상했다고 한다.
'항노화'란 말엔 죽음에 대한 공포가 스며들어가 있다. 항노화는 거짓이고 회피다. 우리는 늙을 수밖에 없고 결국은 세상과 이별해야 한다. 누구도 예외일 수 없다. 그래서 12월은 우울한 감정이 주도하는 달이다. 올해를 멀리 떠나 보내는 시간이기 때문이다. 흥겨운 기분전환의 송년회도 좋지만 하루쯤 죽음에 대해 생각해 보는 것을 권한다. 죽음에 대해 생각하고 이야기하는 것을 재수 없다며 꺼리지만 가끔 죽음에 대해 생각하는 것은 심리적으로 크게 유익하다. 죽음을 생각하면 마음의 기대치가 떨어지는 심리적 겸손이 찾아와 내가 이미 가진 소중한 것을 감사하게 되고 만족감도 증대된다. 우울한 죽음을 생각할 때 오히려 튼튼한 긍정적 감정이 찾아오는 것이다. 훌륭한 평가를 받는 예술 작품을 보면 대체로 우울하다. 삶의 본 질을 다뤘기 때문이다. 연말에 기분전환을 위해 신나는 핑크빛의 공연과 전시회를 찾는 것도 좋지만 하루쯤은 우리 인생의 한계를 느끼게 하는 우울한 작품을 감상하며 '병신년(丙申年)이 내 인생의 마지막 해라면 하고 싶은 일 3개 적어 보기'를 권한다. 죽음을 생각할 때 내 마음이 정말 원하는 가치가 떠오르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중의 하나는 실천하시기를 바란다.
'기분도 꿀꿀한데 회식하며 기분전환 좀 할까'란 제안엔 기분전환이란 마음관리 기술이 담겨 있다. 가벼운 느낌의 기분전환이 사실은 강력한 마음조정법인데 뇌 에너지를 써서 억지로라도 기분을 좋은 쪽으로 돌리겠다는 것이다. 기분전환이란 마음조정법을 자주 사용하게 된 이유는 우리가 부정적인 감정을 잘 견디지 못하기 때문이다. 사람들에게 '우울'의 반대말을 질문하면 많은 이가 '행복'이라 답한다. 즉 우울하면 불행하다는 것이다. 행복 여부를 감정 상태로 판단하기에 마음이 울적한 것을 잘 견디지 못하고 그래서 마음의 에너지를 써서라도 긍정적인 기분으로 전환하려고 하는 것이다. 종종 기분전환하는 것은 좋지만 부정적인 감정을 없애려고 지나치게 기분전환을 사용하면 뇌가 피로해져 더 큰 우울감이 찾아올 수 있다. 송년회 후 불쑥 찾아오는 우울감, 허무감은 뇌의 피로 증상이다. 기분전환을 하느라고 마음의 에너지를 지나치게 쓰다 보니 발생한 것이다.
행복의 판단 기준을 긍정적인 감정보다는 가치에 두는 것이 좋다. '오늘 내 감정이 우울하더라도 하루를 가치 있게 보냈다면 행복한 삶'이라고 받아들이는 것이다. 삶의 가치를 잘 느끼기 위해서는 마음에 심리적 겸손이 있어야 한다. 여기서 겸손은 타인을 향한 태도가 아니라 내 마음의 기준점이 낮추어진 상태를 이야기한다. 17세기 유럽에서 바니타스(Vanitas) 예술이 유행했다. 바니타스는 라틴어로 인생무상이란 뜻이다. 인생이 한시적이고 덧없다는 인식을 예술로 표현했다. 그래서 바니타스 미술 작품은 집에 걸어 놓기 망설여지는 것이 대부분이다. 죽음을 상징하는 해골이 그림의 주인공인 경우가 많고 그 옆에 조연으로 한시성을 상징하는 모래시계가 자주 등장한다. 우린 모두 시한부 인생이니까. 거울도 종종 등장하는데 인간의 허영을 이미지화했다고 한다. 가뜩이나 사는 게 빡빡한데 그림이라도 산뜻해야지 이런 칙칙한 그림을 집에 갖다 놓을 생각이 들지는 않은데 당시 부러울 것 없는 귀족들이 이 그림을 걸어 놓고 감상했다고 한다.
'항노화'란 말엔 죽음에 대한 공포가 스며들어가 있다. 항노화는 거짓이고 회피다. 우리는 늙을 수밖에 없고 결국은 세상과 이별해야 한다. 누구도 예외일 수 없다. 그래서 12월은 우울한 감정이 주도하는 달이다. 올해를 멀리 떠나 보내는 시간이기 때문이다. 흥겨운 기분전환의 송년회도 좋지만 하루쯤 죽음에 대해 생각해 보는 것을 권한다. 죽음에 대해 생각하고 이야기하는 것을 재수 없다며 꺼리지만 가끔 죽음에 대해 생각하는 것은 심리적으로 크게 유익하다. 죽음을 생각하면 마음의 기대치가 떨어지는 심리적 겸손이 찾아와 내가 이미 가진 소중한 것을 감사하게 되고 만족감도 증대된다. 우울한 죽음을 생각할 때 오히려 튼튼한 긍정적 감정이 찾아오는 것이다. 훌륭한 평가를 받는 예술 작품을 보면 대체로 우울하다. 삶의 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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