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철학

[기고] 종교의 언어는 세속의 언어와 달라야

최만섭 2015. 11. 18. 10:47

[기고] 종교의 언어는 세속의 언어와 달라야

  • 현길언 소설가

현길언 소설가 사진
현길언 소설가
국사 교과서 국정화 문제가 한국 사회와 정치 마당을 휩쓸고 있다. 국사 교과서가 마치 국가의 존망이 걸린 것처럼 확대 포장되더니 결국은 진영 논리로 치닫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개신교의 한 대형 교단이 '국정화 반대' 입장을 공식적으로 표명했다. 이는 종교가 지향해야 할 본질적인 문제를 외면했다는 점에서 매우 우려스러운 일이다.

종교와 종교인은 인간이 추구하는 욕망적 가치를 넘어 초월적 가치를 지향하기 때문에 우리는 그들을 신뢰한다. 그러하기에 종교인의 언어는 종교적 진리에 근거를 둬야 한다. 기독교인이라면 그 언어는 하나님의 뜻과 부합되어야 한다. 그러므로 교단의 이번 입장 표명은 종교 언어의 본질에 부합되는가, 그리고 하나님의 뜻인가를 냉정하게 성찰해야 한다.

올바른 국사 교육의 필요함을 부정할 사람은 없다. 국정보다는 검인정이 민주국가에서 바람직한 교과서 제도임을 부인할 사람도 없다. 그런데 현재 검인정 교과서가 그 본래의 취지에서 어긋나, 내용의 다양성과 수요자 선택의 자율성이 유지되지 못했기 때문에 대통령까지 나서서 문제를 해결하려 하면서 정치 문제화됐다. 결국 국정은 '친일 독재 미화 교과서', 검인정은 '종북 친북 교과서'라고 피차 매도하면서 진영 논리로 확산되었다. 이 문제로 학자들이 성명서를 내고, 학생들까지 나서고, 야당은 전면전을 선포하는 극히 비정상적인 상황에 이르렀다.

이러한 상황에서, 한 교단의 발언은 국정화 반대의 수준을 넘어 종교적 언어의 본질을 훼손하는 문제를 드러냈다. 교회나 성당에서 목사나 신부의 설교나 강론은 '하나님의 말씀을 대언하는 일'이다. 또한 종교적 발언은 인간의 보편적인 선한 가치와 진리가 훼손당할 때, 권력의 억압과 세속적 여론의 폭력이 두려워 아무도 그 진실을 말하지 않을 때에, 예언적 언어로 나타나야 한다. 그리고 종교적 신앙이 외부 포악한 세력에 의해, 또는 조작된 대중 여론에 의해 훼손당할 때, 그 신앙을 보호하기 위해 표방해야 한다. 이번 한 교단의 입장 발표는 위의 어느 사항에도 해당하지 않는다. 혹 종교의 사회참여를 말할지 모른다. 하지만 국정화나 검인정 제도 어느 것도 절대 선이나 절대 악이 아니다. 그러하기에 '국정화 반대' 입장은 '하나님의 입장'인가를 생각해야 한다.

한국 교회가 진정으로 걱정해야 할 일은 국정화나 검인정의 문제가 아니라 모든 사안에 대해 본질을 외면하고 정치적으로 해결하려 하는 우리 사회의 경직성이다. 이러한 문제에 우려를 표명했다면 종교 교단의 역할로서 의미를 유지했을 것이다. 한국 교회는 지상의 권력에 대한 집착에서 벗어날 때가 되었다. 우선 거리의 교회, 거리의 미사는 사라져야 한다. 팔을 치켜들며 구호를 외치고 성명서를 발표할 때에 목사나 신부는 나서지 말아 야 한다. 종교와 종교인이 해야 할 일은 건전한 신앙인을 육성하여 그들이 사회를 위해 좋은 일을 하도록 하는 데 있다.

기독교 교단과 종교 지도자들은 그들이 믿는 하나님의 크고 위대한 권세자임을 외면하고 세상의 권력을 추구한다면, 그것이 우상(偶像)이라는 사실을 모르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야훼 하나님이 그 우상을 가장 싫어하신다는 것도 모르지 않을 것이다.



[출처] 본 기사는 조선닷컴에서 작성된 기사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