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철학

누구도 피해가지 못한 중2병… 공자는 배움으로 극복

최만섭 2015. 11. 19. 08:51

[철학이야기] 누구도 피해가지 못한 중2병… 공자는 배움으로 극복

입력 : 2015.11.19 03:09

[공자의 '지우학(志于學)']

뇌의 감정 조절하는 부분 변화 탓… 청소년기에 누구나 겪는 현상

수천 년 전 철학가 공자도 마찬가지
질풍노도의 시기 배움으로 견뎌 천재 아님에도 위대한 성인 됐어요

어린이 시절을 지나서 사춘기에 이르게 되면 대부분의 청소년은 신체적으로 급격히 변할 뿐만 아니라 정서적으로도 큰 변화를 겪어요. 온 세상에서 자기가 최고인 듯한 우쭐한 마음을 가질 수도 있고 반대로 자기가 가장 불행한 사람이라는 우울한 감정에 빠지기도 하지요.

중학교 2학년에 이르면 이러한 감정의 변화가 가장 심해져요. 선생님들 사이에서 중학교 2학년 학생이 가장 지도하기 힘들다는 이야기도 있어요. '중2병'이라는 말이 유행하기도 했어요. 워낙 감정의 기복이 심하고 근거 없는 자신감에 차있는 경우가 많아서 한때 북한이 남침하지 못하는 이유가 '중2가 무서워서'라는 우스갯소리도 있었을 정도예요.

[철학이야기] 누구도 피해가지 못한 중2병… 공자는 배움으로 극복
▲ /그림=정서용
존중, 협동, 예의 등 인성과 관련한 여러 덕목을 얼마나 잘 실천하고 있는지 조사했더니 평균 점수가 가장 낮은 시기가 중학교 2학년이었다고 해요. 4000년 전에 만들어진 피라미드에서 "요즘 어린애들은 버릇이 없다"는 기록이 발견되기도 했어요.

더 성숙한 어른이 되기 위해 겪는 중2병

그렇다면 도대체 왜 사람들은 중2병을 앓는 걸까요? 과학자들은 오랜 연구 끝에 이 의문에 대한 해답을 찾았어요. 사람의 뇌 가운데 전전두엽(前前頭葉·전두엽에서도 앞부분)이라는 부분이 있는데 이것은 인간의 감정을 억제함으로써 합리적으로 판단하고 행동하도록 이끄는 기능을 맡고 있어요. 전전두엽이 발달할수록 화를 내는 것도 잘 참게 되고 하고 싶은 것이 있어도 마음을 억제할 수 있지요. 어린아이들이 조금이라도 자신이 원하는 것을 얻지 못하면 울며 보채는 것은 전전두엽이 발달하지 못했기 때문이에요. 전전두엽은 인간의 뇌 가운데 가장 늦게 발달해요. 어린 나이에 뇌의 다른 기능이 발달해서 지식을 많이 쌓거나 음악, 미술 등에 천재적 재능을 보이는 경우는 어느 정도 볼 수 있지요. 하지만 어린 나이에 인격이 성숙한 경우를 보기는 쉽지 않은 것은 이 때문이에요.

중학교 2학년, 즉 15세 무렵에 이르면 전전두엽에 큰 변화가 생겨요. 우리의 뇌에는 뇌 속의 신경세포들을 연결해주는 시냅스라는 것이 있어요. 그런데 15세 무렵이 되면 태어날 때부터 전전두엽에 있던 시냅스들이 우수수 떨어져 버리죠. 마치 나무가 가지를 치는 것과 비슷하다고 해서 이것을 '가지치기'라고 부르기도 해요. 나무가 가지치기를 통해 더 큰 나무로 성장하는 것처럼 인간도 전전두엽의 시냅스 가지치기를 통해 어른으로 성숙해지게 된답니다. 나무가 가지치기하는 동안에는 볼품이 없는 것처럼 감정을 억제하는 시냅스들이 가지치기하는 중2 시절에는 감정을 조절하는 능력이 떨어져 중2병을 앓을 수밖에 없게 되는 거랍니다.

열다섯 살의 불안정함… 공자의 대처법

동양에서 역사상 가장 위대한 인물 가운데 한 사람으로 꼽히는 공자는 논어(論語)에서 이렇게 말했어요.

"나는 열다섯 살 때 배움에 뜻을 두었다(志于學·지우학)."

공자(孔子·기원전 551~479년).
▲ 공자(孔子·기원전 551~479년). /위키피디아
공자는 왜 하필이면 열다섯 살 때 배움에 뜻을 두었을까요? 저는 그 이유를 중2병에서 찾을 수 있다고 생각해요. 공자도 평범한 우리와 똑같이 힘겨워했던 열다섯 살 시절이 있었어요. 당시엔 열다섯 살이라면 결혼도 하고 사회생활도 했어야 할 나이였기 때문에 이런 감정의 변화를 겪으며 사는 게 더욱 쉽지 않았을 거예요. 이를 공자는 배움으로 이겨냈지요.

존 스튜어트 밀이라는 학자는 다섯 살 때 그 어렵다는 라틴어와 희랍어로 된 고전을 줄줄 읽었어요. IQ가 무려 210이나 되는 김웅용이라는 천재는 다섯 살 때 고등학생들도 어려워하는 미적분 문제를 척척 풀어 전 세계인들을 놀라게 했었지요. 피겨스케이팅의 여왕 김연아 선수는 여섯 살 때 올림픽 금메달의 목표를 세웠다고 해요. 우리는 누구나 존 스튜어트 밀이나 김웅용처럼 천재가 될 수는 없어요. 아무리 뜻을 높게 세운다 해도 올림픽 금메달을 따는 것은 특별한 소수에게만 가능하지요.

이러한 천재들에 비하면 열다섯 살 때 배움에 뜻을 두었다는 공자의 고백은 평범하게 느껴질 정도랍니다. 그러나 공자의 평범한 고백에서 비범함을 발견할 수 있어요. 공자는 어린 시절 무척 불우하게 살았어요. 공자의 아버지와 어머니는 정식으로 결혼하지 못한 채 공자를 낳았어요. 아버지는 나이가 너무나 많아서 일찍 돌아가셨고 어머니는 가난한 무당이었어요. 자만심과 열등감, 분노와 열정이 뒤섞여 있는 이 시기 공자는 불우한 처지를 이겨내고자 배움에 뜻을 두고 기어코 동양 역사상 최고의 인물이 되었지요.

공자의 지우학(志于學)은 평범한 우리도 뜻을 제대로 세우고 노력하면, 배움으로 중2병을 극복했던 공자처럼 성인이 될 수 있다는 희망을 전해주고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