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뉴스

[朝鮮칼럼 The Column] 지식인의 正直이 역사의 수레바퀴를 돌린다 차기환 변호사

최만섭 2015. 11. 2. 10:51

[朝鮮칼럼 The Column] 지식인의 正直이 역사의 수레바퀴를 돌린다

  • 차기환 변호사  

입력 : 2015.11.02 03:00

엉터리 재판받은 드레퓌스, 에밀 졸라 등 나서 무죄 밝혀
묻힐 뻔한 박종철 고문치사, 의사 2명의 용기가 진상 규명
좌우익 진영 논리 탈피한 知的 용기가 사회 발전시켜

차기환 변호사 사진
차기환 변호사

드레퓌스(Dreyfus) 사건은 19세기 말부터 20세기 초 전 유럽을 뒤흔들었다. 1894년 유대인 알프레드 드레퓌스 대위가 정보 유출 혐의로 종신형을 선고받았는데 증거는 정보 유출에 사용된 메모의 암호명 'D'가 그의 이름 첫 글자와 같다는 것이었다. 이 판결의 배경에 당시 프랑스 사회에 만연한 반(反)유대인 정서가 있었다.

그 무렵 특정 회사가 파나마 운하 건설을 명분으로 시민들로부터 13억프랑 이상의 자금을 조달한 후 파산했는데 무분별하게 투자한 프랑스 중산층이 엄청난 타격을 받았다. 사업 추진 과정에서 유대인들이 좌·우익 정치권에 모두 로비 자금을 제공한 것이 드러났다. 정치권에 대한 신뢰는 추락했고 유대인에 대한 증오는 끓어올랐다. 프랑스의 부패한 상류층은 중산층의 불만을 풀어줄 희생양이 필요했고 유대인은 자연스럽게 먹잇감이 됐다. 이런 요인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드레퓌스는 엉터리 재판을 받고 종신형에 처해졌다.

1896년 참모부 정보국 피카르 중령은 드레퓌스의 무죄를 상부에 보고했다가 튀니지로 좌천되고 다음해 상원부의장에게 다시 이를 제보했다가 1898년 체포됐다. 에밀 졸라가 1898년 1월 '나는 고발한다(J'Accuse)'를 공개 발표했다가 군부에 대한 명예훼손으로 유죄 선고를 받았다. 진범인 에스테라지가 횡령혐의로 불명예 제대한 뒤 영국으로 도망가 자신이 진범임을 자백했다. 드레퓌스는 1906년에 이르러서야 완전히 무죄 선고를 받고 복직됐다. 이 사건은 프랑스 정치에 개입해온 가톨릭의 영향을 차단하고 개인의 인권을 자의적으로 유린하는 것을 막는 계기가 되었다.

한국 사회에도 역사의 흐름 속에 지식인들이 용기를 내어 진실을 추구함으로써 역사를 진전시킨 사례가 있다. 5공 말기였던 1987년 1월 14일 중앙대 용산병원 전임강사였던 오연상씨는 대공 수사 요원들과 함께 남영동 대공분실에 갔다가 박종철군이 발가벗겨진 채 침대에 누워 있고 조사실이 물바다인 것을 보았다. 그는 심폐 소생술을 시행했으나 박종철군이 이미 사망한 것을 확인했다. 그는 사인이 은폐될 것을 염려해 중앙대학병원에 연락해 박종철군이 이미 사망했으니 절대 응급실로 받아들이지 말라고 당부했다.

박종철군을 부검한 황적준씨는 박군이 심장 쇼크로 사망했다는 치안본부의 견해를 부정하고 '경부(頸部) 압박 치사'라는 소견을 관철하여 고문치사의 단서를 밝혔다. 오연상씨는 이틀간 경찰의 혹독한 심문을 받았지만 굴복하지 않았다. 이 사건은 전두환 정권에 결정타를 가했고 노태우 당시 민정당 대표의 직선제 개헌 약속을 끌어내는 결정적 계기가 됐다.

이 두 사례는 지식인들의 지적인 정직성(Intellectual Integrity)과 용기가 사회를 발전시키는 데 얼마나 중요한 요소인지를 보여준다. 권위주의 정부가 물러가고 민주 정부가 들어선 지금, 지식인들이 진실을 존중하는 지적인 정직성과 용기는 진영논리, 개인적 친소관계나 이해관계를 극복하지 못해 오히려 퇴보하는 사례가 있고, 심지어 진실을 흐리기 위해 전문지식을 악용하는 사례마저 있다. 전문직에 종사하는 지식인은 사회의 중요한 이슈에 대해 자신에 이익이 되지 않거나 오히려 불이익을 받더라도 진실을 추구 해야 하고, 지식을 진실 은폐 도구로 삼아서는 안 된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이념이나 진영에 관계없이 진실을 존중하는 정신을 공유하면 사회 공동체가 지속될 수 있지만, 허위와 거짓 위에서는 공동체의 지속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진실을 추구하는 데는 용기가 필요하다. 용기란 겁이 없는 것이 아니라 겁이 나더라도 스스로 옳다고 생각하는 바를 행하는 것이다.

  • Copyright ⓒ 조선일보 & Chosun.com



[출처] 본 기사는 조선닷컴에서 작성된 기사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