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 개혁

[朝鮮칼럼 The Column] 벼랑 끝 한국 경제, 危機관리체제 쇄신하라

최만섭 2015. 10. 26. 14:19

[朝鮮칼럼 The Column] 벼랑 끝 한국 경제, 危機관리체제 쇄신하라

  • 전광우 연세대 석좌교수·前 금융위원장

不實기업 구조조정 가속과 勞動개혁·금융혁신 등 과제… 봉합 아닌 '근본 치료' 해야
경제외교 역량 강화도 관건… 中 硬착륙 등 최악 상정하고 위기 땐 과감한 先制 대응을

전광우 연세대 석좌교수·前 금융위원장
전광우 연세대 석좌교수·前 금융위원장
중국발(發) 쇼크로 금융시장은 요동치고 세계경제는 흔들리고 있다. 악재가 겹친 한국 경제에 비상등이 켜지면서 '9월 위기설'도 되살아났다. 북한 리스크 완화는 무척 다행이나 국내외 경제 불확실성은 여전히 고조되고 있다. 지난주 '검은 월요일'의 증시 패닉은 일단 진정세로 돌아섰지만 차이나 쇼크의 파장이 '찻잔 속의 태풍'으로 끝날지, 아니면 '대형 쓰나미'로 확산될지 현재로선 예단하기 어렵다. 자칫 세계경제 질서와 국제정치 지형도 바꿀 수 있는 파괴력을 지닌 만큼 경계를 늦춰선 안 된다.

중국 경제 불안과 상당수 신흥국의 디폴트 위기는 선진국과 신흥국 간 불균형을 심화시키고 있다. 지난 1년간 신흥 시장을 탈출한 해외 자금은 1조달러를 넘어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 때보다 두 배 이상에 달한다. 브라질,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등 원자재 수출국 중심으로 국가 부도 위험 지수도 가파르게 오르고 있다. 위안화 평가 절하로 가열된 환율 전쟁은 신흥국 통화 가치 폭락과 해외 투자자 이탈로 번졌다.

자유시장경제하에서 금융 위기는 불가피하다. 위기 상시화라는 '뉴 노멀' 시대인 오늘날 더더욱 그렇다. 차이라면 각 위기의 원인과 파장의 크기다. 2008년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부실이 글로벌 경제 위기의 도화선이었고 이번에는 중국 경기 둔화와 금융 버블이 진원지로 바뀐 셈이다. 최근 영국 경제 주간지 이코노미스트지(紙)는 주요국 재정 통화 정책 수단이 거의 소진된 지금 대규모 위기가 발생하면 추가 경기 부양 여력이 제한적이라는 경고를 보내고 있다.

감속 성장과 정책 혼선이 겹친 중국 쇼크의 여진을 가늠하기는 이르다. 세계경제가 곧 정상 궤도를 찾으리라는 낙관론도 적지 않고 미국의 금리 인상 시기 연기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그러나 금융 쇼크가 실물경제로 본격 전이(轉移)돼 중국 경제의 경착륙 시나리오가 현실화되면 파장은 심각하고, 특히 중국 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가 직격탄을 맞을 소지가 크다. 외부 충격의 흡수 능력과 위기 대응력을 점검하고 강화해야 할 시점이다.

위기관리 수준을 격상해야 할 첫째 이유는 취약한 국내 경제 여건이다. 산업 생산과 기업 투자 감퇴로 경고음이 커진 지 오래고 금년도 성장 전망도 줄줄이 낮춰지고 있다. 핵심 제조업의 수출 경쟁력이 떨어지고 수익성도 악화일로다. 사상 최초로 1100조원을 넘어선 가계 부채와 정책 금융 수혈로 연명하는 한계 기업들도 우리 경제의 뇌관이다. 최악의 청년 실업, 저출산 고령화로 인한 역동성 상실과 잠재성장률 하락으로 이미 구조적 위기 상황에 처해 있다.

현 정부 임기가 지난주로 후반기에 들어섰다는 점도 경각심을 높여야 할 이유다. 과거 1998년 외환 위기와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의 성공적 조기 극복은 집권 초반기에 이뤄졌다. 로런스 서머스 전 미 재무장관의 얼마 전 파이낸셜타임스(FT) 기고에 따르면, 정치 문화가 성숙된 미국에서조차 대통령 초임 시기 대비 연임 시기에 정책 추진력이 감퇴한다고 한다. 집권 후반기로 갈수록 정부 정책 효율성과 집행 강도를 더 높여야 한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위기관리 시스템의 리셋이 필요한 또 다른 이유는 '세종시 리스크'다. 메르스 사태 시 부실한 초동 대응은 지방에 위치한 질병관리본부의 소재가 원인의 하나로 꼽힌다. 관련 부처나 주요 기관의 지방 분산으로 신속하고 유기적인 협력 체제가 작동하기 어려웠다는 지적이다. 세종시 시대에 맞을 글로벌 경제 위기의 효과적 대응을 위해서 기획재정부, 금융위원회, 한은 등 핵심 부처 간 공조 체제를 더욱 긴밀히 해야 한다.

최선의 위기 대응책은 경제 체질 개선과 체력 강화다. 좀비 기업 퇴출에 실패한 일본의 경험을 반면교사로 삼아 부실기업 구조 조정에 박차를 가하고 4대 개혁 프로그램의 추진 강도와 일관성을 높여야 한다. 노동 개혁은 경제 활성화의 선결 조건이고, 최근 중국 사태가 보여주듯 금융 혁신 없는 선진경제의 꿈은 불가능하다. 총선 등 정치 일정과 맞물려 개혁 작업이 적당히 봉합되면 내성만 키우고 근본적인 치유는 더 어려워지는 만큼 정공법으로 가야 한다. 대외적으로는 경제 외교 역량 및 국제 금융 협력 강화, 그리고 해외 투자자 네트워크 확대가 관건이다.

과도한 위기감 조성이나 과민 반응은 경계할 일이지만, 철저한 위기의식은 필수다. 도전적 대내외 경제 상황하에서 최악의 시나리오를 상정한 비상 대응 체제 구축이 바람직하다. 위기관리의 기본 원칙은 '과감하고 선제적인 초기 대응'이다. 최근 북한 도발로 야기된 안보 위기 대처 과정에서 '파국을 화해의 길로 돌려세운 전환적 계기'를 만들어낸 힘은 성숙한 국민 안보 의식과 대통령의 단호한 리더십이었다. 국가든 기업이든, 리더의 판단과 대응에 따라 위험도 기회가 된다. 위기란 뜻의 'crisis'는 '결단'과 '전환점'의 의미를 가진 그리스 말에서 유래됐다.



[출처] 본 기사는 조선닷컴에서 작성된 기사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