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 개혁

[사설] 대우조선 勞使, 퇴출시키지 못할 거라 믿고 배짱 튕기나

최만섭 2015. 10. 24. 11:16

[사설] 대우조선 勞使, 퇴출시키지 못할 거라 믿고 배짱 튕기나

입력 : 2015.10.24 03:22

정부가 22일 청와대 회의에서 대우조선해양에 4조원대 자금을 지원하려던 방안을 보류했다. 회사가 노조 파업 금지, 장기간 임금 동결, 자산 매각 등 자구(自救) 계획을 만들고, 여기에 노조가 동의해야 돈을 주기로 했다.

정부가 요구한 자구 계획은 강도가 약한데도 노조는 23일 수용 거부 입장을 밝혔다. 정부가 회사를 망하게 하진 못할 것으로 믿고 배짱 튕기는 모양이다.

대우조선해양의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은 지난 2000년 이후 2조4000억원을 쏟아부었지만 올해 적자는 5조원이 넘고 부채 비율은 4000%에 달할 전망이다. 회사 경영진이 4조원이 넘는 부실을 숨겨온 탓이다. 그러고도 이 회사 경영진과 노조는 천문학적 자금을 지원해달라고 손을 벌렸다.

노조와 경영진은 적자 기업에선 있을 수 없는 방만함의 극치를 보이고 있다. 직원 평균 연봉이 7400만원으로 삼성중공업보다 많은데도 이 회사 노사는 지난달 임금 협상에서 1인당 900만원을 격려금으로 주기로 했다. 노조는 정부의 자구 계획 요구도 정면 거부했다. 새 경영진은 자산 매각을 하겠다고 하고선 본사 자산을 자회사에 넘기는 식으로 구조조정을 하는 시늉만 내고 있다. 금융계에선 이 회사가 정부에서 구제금융을 더 많이 받으려고 손실 규모를 일부러 부풀렸다는 의혹까지 나온다. 노사가 모두 정부가 대기업을 죽이지 못할 것이라는 대마불사(大馬不死)의 착각에 빠져 있는 것이다.

정부는 대우조선해양의 자구 노력이 미흡하면 퇴출시킬 수 있다는 의지를 보여야 한다. "잘못하면 모두 직장을 잃을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지 않으면 아무리 많은 구제금융을 부어 넣어도 회사가 좋아질 리 없다. 자구 계획도 강도를 훨씬 높여야 한다. 임금 동결이나 파업 금지 약속만으론 어림없다. 임금 삭감과 반납까지 감수하겠다는 약속을 받아내야 한다. 뼈를 깎는 자구 노력 없인 한 푼 지원도 없다는 사실을 대우조선 노사가 깨닫게 해야 한다.

대우조선 사태를 계기로 국책은행의 그늘에 기업을 오래 방치하면 낙하산 경영진과 노조가 야합해 회사만 망가진다는 사실이 분명해졌다. 제2, 제3의 대우조선해양을 막으려면 산업은행이 거느린 자회사 118곳 매각도 서둘러야 한다.


[출처] 본 기사는 조선닷컴에서 작성된 기사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