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 개혁

부실기업 정리, 어느 實勢 눈치 보느라 총선 뒤로 미루나

최만섭 2015. 10. 15. 09:03

[사설] 부실기업 정리, 어느 實勢 눈치 보느라 총선 뒤로 미루나

입력 : 2015.10.15 03:21

금융위원회가 13일 부실기업 구조조정 방안을 발표하고 내달 말까지 부실 우려가 있는 중소기업 1934개를 심사해 퇴출 대상을 가리겠다고 했다. 정부는 '이름만 대면 알 만한 대기업은 정치권 외압(外壓)이 덜한 내년 4월 총선 후에 손댄다'는 방침을 세웠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3년 연속 영업이익으로 이자도 못 갚은 한계 기업은 2009년 2698개에서 작년 3295개로 5년 사이 600개 가까이 불었다. 자산 120억원 이상 기업 가운데 5285곳이 자본 잠식 상태에 빠져 있다. 정부가 늦게라도 구조조정에 팔을 걷어붙인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다.

그러나 정부는 벌써부터 정치권이 개입할 것을 예상했는지 어정쩡한 모양새를 취하고 있다. 부실 대기업 구조조정을 내년 총선 이후 추진하겠다는 방침은 정책 자체가 정치권 외압에 노출돼 있음을 정부 스스로 인정한 것이나 마찬가지다.

과거에도 정치권 입김에 휘둘려 부실기업 퇴출 기회를 놓친 경우가 허다했다. 성동조선의 경우 국책은행인 수출입은행이 2010년 채권 은행들과 함께 지금까지 2조원 넘는 돈을 쏟아부었지만 여전히 부실을 털어내지 못하고 있다. 이 회사를 법정관리에 보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올 때마다 지역구 국회의원과 정권 실세까지 가세한 외압에 추가 지원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부실 회사 하나에 5년 넘게 시간과 돈을 허비하는 동안 조선업종 전체가 부실화되고 말았다.

경남기업은 워크아웃 상태에서 최고 경영자인 성완종 전 회장이 국회의원에 당선되면서 연명 로비를 벌였다. 성 전 회장과 정치권 실세들의 압박에 밀려 금융 당국은 채권 은행들에 수차례 "담보 없이 대출하라" "대출금을 출자 전환하라"고 압박했다. 부실한 경남기업을 연명(延命)시켜준 피해는 올 4월 성 전 회장의 자살로 금융 당국은 물론 정치권 발등까지 찍었다. 은행들이 지원한 1조955억원도 허공으로 사라질 형편이다. 중견기업 중에도 정치권에 빌붙어 생명을 연장하는 사례가 많다.

조선과 철강·석유화학 등 불황 업종의 한계 기업들은 세계경제 침체 속에서 앞으로 더 어려운 지경에 빠질 것이다. 미국이 곧 금리를 올릴 경우 부실기업들은 이자 부담을 더 감당하기 힘들어질 것이다. 정치권의 눈치를 보며 구조조정을 더 이상 미룰 때가 아닌 것이다. 총선 이후로 부실기업 정리를 미루겠다는 것은 총선 후 새로 등장하는 정치권 실세들 눈치를 봐가며 살려줄 기업, 정리할 기업을 분리하겠다는 말인가.



[출처] 본 기사는 조선닷컴에서 작성된 기사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