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강천석 칼럼] 대통령, ‘作戰타임’ 불러 경기 흐름 바꿀 때

최만섭 2022. 7. 30. 16:57

[강천석 칼럼] 대통령, ‘作戰타임’ 불러 경기 흐름 바꿀 때

대통령 지지도 下落, 內政·외교·정치 상황에 주름살
자신을 대통령으로 만든 국민 희망과 기대를 나침반 삼아야

 

입력 2022.07.30 03:20
 
 
 
 
 

대통령은 나라를 움직이는 힘을 만드는 발전소다. 발전 용량이 떨어지면 공장 제품 불량률이 높아지고 TV, 냉장고 등 가전제품 고장도 잦아진다. 정치 발전소 정상 가동 여부를 측정하는 잣대가 대통령 업무 수행에 대한 국민 지지도 변화다. 윤석열 대통령 업무 수행 지지도가 최근 크게 낮아졌다. 걱정하는 사람과 고소해하는 사람 모두 이 문제를 화제로 삼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이 29일 서울 서대문경찰서 신촌지구대를 방문해 지구대 근무자들과 기념촬영하고 있다. /대통령실

정치 발전소 발전 용량을 나타내는 방정식이 있다. ‘대통령 영향력=헌법·법률·관례가 부여한 대통령 권한+여당의 국회 장악력과 여·야 협력 관계+공무원 사회 분위기+국민을 향한 대통령 설득력과 대통령에 대한 국민 신뢰도’라는 것이다. 헌법·법률·관례에 따른 대통령 권한은 고정(固定)돼 있다. 여당의 국회 장악력은 의석수에 달려 있고 적대적(敵對的) 야당과 관계 역시 당분간 바뀔 것 같지 않다. 공무원 태도를 결정하는 가장 큰 요인은 소속 부처의 이해(利害)관계다.

대통령이 변화시킬 수 있는 것은 국민을 향한 대통령 설득력과 대통령에 대한 국민 신뢰도다. 대통령 업무 태도, 정책 내용, 정책 결정 방식이 갑자기 크게 변하는 일은 드물다. 그런데도 국정 수행 지지도는 늘 출렁거린다. 국정 수행 지지도가 업무에 대한 ‘객관적 평가’가 아니라 대통령을 바라보는 국민 마음의 변화를 가리키는 ‘주관적(主觀的) 지표’라는 뜻이다.

국정 수행 지지도가 ‘주관적 지표’라 해서 중요성이 낮다는 말이 아니다. 최근 전국 경찰서장급(級) 총경들 집단행동에도 그 영향이 은연중 나타났다. 대통령 지지도가 70~80%를 오르내리고 여당이 국회 과반(過半) 의석을 차지하고 있었더라도 이런 일이 일어났겠는가. 1993년 3월 8일 취임 열흘 된 김영삼 대통령은 하나회 출신 육군 참모총장과 기무사령관을 전격 해임했다. ‘권력은 총구(銃口)에서 나온다’는 말이 엊그제 같던 시절, 총구멍을 막아버렸다. 그래도 군(軍)은 군말 없이 따랐다. 대통령 지지도가 높았기 때문이다.

외교에도 영향을 준다. 문재인 정권은 최악(最惡)의 한일 관계를 물려줬다. 윤 정부 출범으로 풀리는가 했던 관계 개선이 지지부진이다. 박근혜 정부는 2015년 한일 합의로 위안부 문제를 풀었다. 사실은 한·미·일이 함께 푼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2017년 합의를 뒤집었다. 합의할 때 일본 외교장관이 기시다(岸田文雄) 현 일본 총리다. 기시다로선 강경 우익의 반대도 장애물이지만 이번에 합의했다 또 뒤집히는 사태가 올까 겁난다. 그러면 총리 정치 생명은 끝이다. 이 경우 한국 대통령의 지지도가 높다면 정치 대출(貸出)에 대한 믿을만한 신용(信用) 담보가 된다.

 

이재명씨는 대통령 선거 낙선 한 달여 만에 국회의원 선거에 출마했다. 그리고 넉 달 반 후 다시 당대표에 도전했다. 그가 대표인 민주당은 이마에 ‘대장동당(黨)’ ‘백현동당’이란 딱지가 붙는다. 수사·기소·재판 과정을 거쳐 유죄 선고를 받을 사법(司法) 리스크도 있다. 자기 손으로 관(棺)을 열고 나온 최초의 좀비 당수(黨首)가 출현하는 것이다. 관 뚜껑을 누르는 돌덩이가 더 무거웠더라면 이런 호신용(護身用) 정치 변신은 불가능하다. 그 돌덩이가 바로 현 대통령에 대한 국민 지지도다.

대통령은 ‘지지도에 연연(戀戀)하지 않는다’지만 속마음은 다를 것이다. 장관들에게 ‘스타 장관이 되라’고 독려한 건 적극적으로 나서 국민 마음을 바꿔보라는 재촉이다. 대통령의 경제·외교·안보 정책 방향을 문제 삼는 경우는 드물다. 내용보다 태도와 스타일이 문제다. 국민을 바꾸는 노력의 10분의 1이면 대통령 본인의 태도를 바꿀 수 있다. 국민의 바람은 대통령’다운’ 대통령이 돼달라는 것이다.

대통령 후보 때는 연(緣) 닿는 대로 사람을 끌어다 써도 되지만 대통령 인사(人事)는 달라야 한다. 인사 하나하나에 지지 기반을 확장하는 숙고(熟考)가 더해져야 한다. 출근길 대통령과 기자들이 나누는 몇 마디는 과거 어느 대통령도 시도하지 못했던 모험이다. 그러나 즉석(卽席) 문답은 감정이 묻어나기 쉽고 그것이 대통령의 품격(品格)을 해친다. 문자 메시지 파문도 그렇다.

대통령은 자신을 대통령으로 만든 국민이 누구인가를 자문(自問)하는 것으로 나침반을 삼아야 한다. 대통령 어깨에 걸린 그들의 희망과 기대를 저버려선 안 된다. 가게 안에서 불만을 표시하는 고객은 붙들 희망이 있다. 떠나기로 작정(作定)한 사람은 뒤도 돌아보지 않고 불평도 하지 않는다. 대통령은 ‘작전 타임’을 불러 경기 흐름을 바꿔야 한다. 지금이 작전 타임을 부를 시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