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추경호, 1대4 ‘압박 면접식 보고’... 尹 “중산층 세부담 줄일 案 내라”

최만섭 2022. 7. 12. 05:10

추경호, 1대4 ‘압박 면접식 보고’... 尹 “중산층 세부담 줄일 案 내라”

달라진 부처 업무보고… 추경호 장관 홀로 참석
尹, 장관들에 창의적 해법 주문 “캐비닛에 처박힌 아이디어 안돼”
배석자도 차관급 등 1~2명 제한, 과거 매머드급 보고 관행 바꿔
경제수석 등 참모 3명 함께 앉아 추경호 장관과 ‘1대4 원탁토론’

 

입력 2022.07.11 22:14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8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제1차 비상경제민생회의에 앞서 추경호 기획재정부 장관 등 국무위원 및 수석들과 사전환담을 하고 있다. /대통령실

윤석열 대통령이 11일 추경호 기획재정부 장관에게 취임 후 첫 부처 업무 보고를 받았다. 기재부에선 추 장관 혼자 참석했고 차관이나 실장급 등 배석자는 없었다. 역대 정부에서 대통령 업무 보고 때 차관이나 실·국장급 인사 등 10여 명이 동석했던 것과는 다른 방식이었다.

기재부 업무 보고는 이날 오후 3시부터 용산 대통령 집무실에서 비공개로 진행됐다. 원탁의 윤 대통령 오른쪽에 추 장관과 최상목 경제수석이, 윤 대통령 왼쪽에 김대기 비서실장과 이재명 부대변인이 앉았다. 윤 대통령과 참모들이 추 장관을 4대1로 둘러싸는 구조였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에 임명장 - 윤석열 대통령이 11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김주현 금융위원장에게 임명장을 수여한 뒤 악수하고 있다. 금융위원장은 국회 인사 청문 대상이지만, 국회 원(院) 구성이 지연되면서 김 위원장에 대한 인사 청문회는 열리지 않았다. /대통령실

추 장관은 준비해온 부처 업무 현황과 정책 방향 등을 16쪽 분량의 자료를 토대로 보고했고, 윤 대통령과 참모들은 즉석에서 의견을 내거나 질문을 던졌다. 윤 대통령이 사안마다 추 장관에게 질문하면서 업무 보고는 예정보다 30분쯤 늘어난 1시간 반 동안 진행됐다. 윤 대통령은 사전에 참모들에게 “장관에게 적극적으로 질문하고, 정책 방향에 대한 의견이 있으면 서슴없이 이야기하라”고 했다고 한다. 또 업무 보고를 준비하는 장관들에게는 “새 시대에 새 해법이 필요한데 캐비닛에 처박혀 있는 아이디어를 꺼내올 생각을 해선 안 된다”며 창의적 해법을 주문했다고 한다. 틀에 박힌 보고는 받지 않고 토론식으로 현안에 대한 해법을 같이 논의하자는 취지다.

대통령실은 이번 업무 보고를 준비하면서 부처별 배석자를 차관이나 실장급 1∼2명으로 제한하기로 했었다. 과거 국·과장, 담당 사무관까지 참석하던 매머드급 부처 업무 보고 관행을 없앤 것이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윤 대통령은 20여 년간 공직에서 근무하면서 업무 보고를 할 때 공무원들이 우르르 몰려와서 말 한마디 못하고 가는 것에 대한 문제의식이 상당하다”고 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8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제1차 비상경제민생회의를 주재하기 전 추경호 기획재정부 장관, 최상목 경제수석, 이영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등과 사전 환담을 하고 있다. /대통령실

이날 ‘첫 타자’로 나선 추 장관은 배석자를 한 명도 대동하지 않았다. 코로나 확산 상황 등을 고려해 참석자를 최소화하고 추 장관이 윤 대통령에게 독대 보고하는 형식으로 진행됐다고 이 부대변인은 밝혔다. 여권에선 “추 장관 이후 업무 보고하는 장관들 부담이 상당할 것”이라는 말이 나왔다. 당장 12일 업무 보고를 하는 산업통상자원부와 중소벤처기업부 장관들은 최소한의 배석자도 두지 못하는 ‘독대 보고’의 압박을 받게 됐다.

 

윤 대통령은 추 장관에게 “고물가 시대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중산층과 서민층에 대한 세 부담 경감 방안을 마련하라”며 “그동안 발표한 물가 및 민생 안정 대책 이행 상황을 면밀히 점검하고 지원 사각지대가 없는지 꼼꼼히 살펴봐 달라”고 했다. 이어 “관련 부처와 ‘추석 민생 안정 대책’을 마련해 선제적으로 물가 및 민생 안정을 위해 노력해달라”고 했다. 추 장관은 “민생과 물가 안정을 최우선 과제로 삼고 전방위 대응을 강화하겠다”며 “금리 상승기에 가장 어려움을 겪을 다중 채무자나 저신용 채무자들을 지원하는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첫 업무 보고를 기재부로 정한 건 물가 안정 등 경제 위기 극복을 국정의 최우선 순위로 둔다는 윤 대통령 의중이 반영됐다”고 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업무 보고뿐 아니라 각종 경제 현안과 관련해 수시로 추 장관에게 연락해 대책을 상의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업무 보고를 앞둔 다른 부처에서는 이날 기재부의 첫 업무 보고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분위기였다. 정부 부처 관계자는 “파워포인트 등 프레젠테이션을 최소화하는 대신 즉문즉답으로 진행되는 사실상 장관 압박 면접 방식인데 답변하는 입장에선 긴장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업무 파악이 미흡한 장관은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다. 관가에선 장관들이 업무 보고에서 기초적인 현안이나 돌발 질문에 쩔쩔매거나 답변을 제대로 못 할 경우 책임 장관으로서의 ‘데뷔전’을 망칠 수 있다는 말도 나온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장관이 업무를 숙지한 상태에서 실질적 권한과 책임을 가지고 소신껏 부처를 운영하라는 의미”라고 했다.

 
 
정치부에서 용산 대통령실을 출입하고 있습니다. '질문은 그를 귀찮게 해' 등의 책을 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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