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제도

“반도체, 기술투자 못지않게 인재투자해야”

최만섭 2022. 6. 21. 05:26

“반도체, 기술투자 못지않게 인재투자해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이종호 장관 인터뷰

입력 2022.06.21 03:00
 
 
 
 
 
이종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은 지난 17일 인터뷰에서“부족한 반도체 인력 숫자를 늘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기초가 탁월한 인재 양성”이라고 했다. 그가 손에 든 것은 반도체 집적 회로를 만드는 데 사용되는 웨이퍼(얇은 실리콘 판)다. /장련성 기자

“반도체 분야의 인력 숫자를 늘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건 기초가 탁월한 인재를 키워내느냐입니다. 그런 점에서 최근 붐이 일고 있는 ‘반도체 계약학과’는 자칫 획일적인 응용 교육만 받는 인력들을 양성하는 데 그칠 수 있습니다.”

이종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은 지난 17일 본지와 가진 인터뷰에서 최근 이슈가 된 반도체 분야 인력 부족과 관련해 예상 밖의 우려를 말했다. 반도체 계약학과는 반도체 기업들이 대학에 비용을 대고 필요한 인력을 맞춤형 교육을 통해 키우는 방식이다. 이 장관은 반도체 인재를 육상 선수에 비유하면서, 이런 방식의 한계를 지적했다. 그는 “몸 관리뿐 아니라 출발, 초반 스퍼트, 막판 스퍼트 등을 종합적으로 잘해야 훌륭한 100m 선수가 될 수 있다”며 “기초 과목인 물리, 화학, 재료 공학, 전자기학 등이 바로 그런 하나하나의 요소”라고 했다.

이 장관은 교육부에도 대학들이 기업 펀딩으로 기초 학과를 더 강화하는 대신 반도체 인력에 필요한 응용 교육은 기업이 분담하는 방식을 아이디어로 제안했다고 한다. 그는 “이렇게 하면 나중에 산업 트렌드가 바뀌어도 대학이나 양성되는 인재 모두 플렉시블(flexible·유연)한 대처가 가능하다”고 했다. 반도체 분야 세계적 권위자인 이 장관은 이번이 취임 후 첫 언론 인터뷰다.

◇”반도체 인력 수보다 더 중요한 건”

이 장관은 윤석열 대통령이 취임 직후 연일 반도체 산업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주목을 받고 있다. 윤 대통령이 주재한 국무회의(지난 7일)와 여당인 국민의힘 의원총회(지난 14일) 때 웨이퍼(반도체 제조용 실리콘판)를 직접 갖고 반도체 특강을 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이 장관은 “국무회의와 여당 의원총회에서도 반도체 인력 숫자 증가보다 탁월한 인재 양성이 더 중요하다는 점을 설명했다”며 “윤 대통령 역시 기술 투자 못지않게 인재 투자가 중요하다는 것을 중요하게 느끼고 있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이 장관은 “과거엔 밤을 새워가며 선진국의 성공 사례를 벤치마킹하면 됐지만 이제는 달라졌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반도체 분야는 국내 기업들이 전 세계 상위권을 차지하기 때문에 스스로 창의력을 발휘해야만 초격차를 이어갈 수 있다”며 “탁월한 인재 양성이 반도체 전쟁의 핵심”이라고 말했다.

◇”민간 기업과 상시 소통 채널”

이 장관은 “새 정부의 과기정통부는 이전 정부와 뭐가 다르냐”는 질문에 “민관(民官) 협력 강화와 확대”라며 “민간 기업과 상시 협력 채널을 구축할 계획”이라고 했다. 특히 연구개발(R&D) 지원을 받은 유망 기술과 반도체·디스플레이·배터리 등 첨단 분야 기업들을 연결해줄 수 있도록 장차관과 대학의 총장·부총장, 기업의 CEO(최고경영자)·CTO(최고기술책임자)가 소통하는 별도 협력체 구성도 구상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R&D 분야의 경우 이전에는 단순히 어떤 기술을 개발하느냐에만 초점을 뒀다면, 앞으로는 기획부터 평가에 이르는 전 과정에 민간 기업들이 참여해 시장 수요에 필요한 R&D 방향을 제시토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장관은 “요소수 부족 사태나 세계적인 반도체 부족 현상에서 볼 수 있듯이, 하나의 전략적 핵심 기술이 전 세계 공급망과 국가 경제에 큰 영향을 끼친다”며 “우리나라만의 초격차 기술과 대체 불가 원천 기술을 확보하기 위해 이제 민관 협력이 더더욱 중요해졌다”고 했다.

”5G 중간요금제, 이르면 다음 달 출시 협의”

이 장관은 시장에서 기대를 하고 있는 ‘5G 중간요금제’에 대해선 “다음 달 초 예정된 통신 3사 CEO(최고경영자)들과의 회동 때 이르면 다음 달부터 출시되도록 협의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그는 “(출시가) 빠를수록 국민들이 더 빨리 통신비 절감 효과를 체감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국내 5G 가입자당 데이터 사용량은 월평균 23~27GB(기가바이트) 수준이지만, 통신 3사의 5G 요금제는 기본 데이터양이 주로 10GB 이하 또는 100GB 이상으로 ‘중간 구간’이 없는 상태다. 이 장관은 요금제 예상 가격대에 대해선 “소소익선(少少益善·적을수록 좋다) 아니냐”라며 “통신사들은 기업의 수익을 최대화하기 위한 복잡한 (가격대) 시뮬레이션을 돌리겠지만, 국민의 입장에서 생각해주기를 바란다”고 했다.

세계 최대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업체 넷플릭스와 국내 SK브로드밴드 간 ‘망 이용료’ 분쟁에 대해선 “관련 법안(망 이용료 의무화법)이 국회에 발의돼 있는 만큼, 입법 논의에 적극 참여해 제도적으로 보완할 부분이 있는지를 잘 살펴보겠다”고 했다.

[이종호 장관은 누구] 3D 초미세공정 세계 첫 개발… 반도체기술 새 장을 연 석학

이종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은 서울대 전기·정보공학부 교수, 서울대 반도체공동연구소장을 지내다 장관에 발탁됐다. 반도체, 전자전기 분야 최고 학회인 국제전기전자공학회(IEEE) 회원의 0.1% 이하만 선정되는 석학 회원이기도 하다. 원광대 교수였던 2001년 카이스트와 시스템반도체 국제 표준인 3차원(3D) ‘벌크 핀펫’(Bulk FinFET)을 세계 최초로 공동 개발해 반도체 기술의 새 장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반도체를 초소형으로 구현하면서도 성능은 안 떨어뜨리고 전력효율까지 높여주는 기술로, 인텔·삼성전자·TSMC 등 전 세계 주요 반도체 기업들이 채택한 기술이다. 현재 스마트폰의 ‘두뇌’격인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 등에 사용되고 있다. 이 장관은 2003년 미국에서 이 기술에 대한 특허를 낸 뒤 카이스트에 특허권을 양도했는데, 2016년 미국에서 카이스트와 삼성전자 간 특허침해 소송이 벌어졌다가 합의로 종결되는 과정에서 다시 한번 이 장관의 기술이 조명을 받았다.

 
 
1997년 이후 줄곧 과학 분야만 취재하고, 국내 유일 과학기자 기명칼럼인 ‘이영완의 사이언스카페’에서 자연과 역사, 문화를 과학으로 풀어내길 좋아하는 이야기꾼, 이영완 과학전문기자입니다.
 
2000년 입사후 사회부, 정치부, TV조선, 디지털뉴스본부, 산업2부, 총무팀 등을 거쳐 현재 산업부에서 통신업계를 맡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