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법인세 내릴수록 稅收 오히려 늘어… 연금개혁은 국민투표하자”

최만섭 2022. 6. 10. 04:50

“법인세 내릴수록 稅收 오히려 늘어… 연금개혁은 국민투표하자”

입력 2022.06.10 03:00
 
 
 
 
 

“지금까지 평등이라는 이름으로 공정이, 분배라는 이름으로 상식이 흐트러졌는데, ‘공정과 상식’이 다시 자리 잡으면 역동적 혁신 성장이 이뤄질 것입니다.”(강만수 초대 기획재정부 장관)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김획재정부 장관과 허창수 전경련 회장 등이 9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 회관에서 열린 역대 기획재정부 장관 초청 특별대담에 참석하기 위해 이동하고 있다. 왼쪽부터 유일호, 박재완 전 장관, 추경호 장관, 윤증현 전 장관, 권태신 전경련 부회장, 허창수 전경련 회장, 강만수, 현오석 전 장관./연합뉴스

윤석열 정부가 출범한 지 한 달째인 9일, 전국경제인연합회가 개최한 역대 기획재정부 장관 초청 ‘새 정부에 바라는 경제정책 방향’ 특별대담에서는 다양한 조언이 쏟아졌다. 이명박·박근혜 정부 시절 대한민국 경제사령탑이었던 강만수·윤증현·박재완·현오석·유일호 전 기재부 장관은 “현재 우리 경제는 총체적 복합 위기 상황”이라며 연금·노동·교육 등 구조적인 개혁 추진을 서둘러야 한다고 제안했다.

◇전직 경제사령탑 “잠재성장률 끌어올리기 위해 적극적 이민 정책 도입해야”

윤증현 전 장관은 현재 우리 경제 상황을 저성장, 고실업, 양극화, 사회 갈등이 모두 심각해진 ‘총체적 복합 위기’로 진단했다. 윤 전 장관은 “국내외적으로 유동성이 과도하게 풀린 상황에서 미·중 갈등, 우크라이나 사태까지 겹쳐 글로벌 공급망이 붕괴하고 물가 상승 압력이 최고조에 달한 상황”이라며 새 정부 경제팀의 최대 과제로 ‘물가 안정’과 ‘경기 침체 가능성 차단’ 두 가지를 꼽았다. 허창수 전경련 회장 역시 개회사에서 “총체적 복합 위기를 의미하는 퍼펙트 스톰에 대한 우려가 크고, 현재 2%대인 한국의 잠재성장률이 10년 후면 0%대로 하락할 것으로 전망되는 등 구조적 저성장 문제가 심각하다”고 말했다.

전직 기재부 장관들은 저성장 문제가 심각해지는 상황에서 잠재성장률을 끌어올리기 위해 재외동포에게 이중국적을 부여해 생산가능인구를 늘리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강 전 장관은 현재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꼴찌인 대한민국 합계 출산율(0.81명)을 언급하며, “800만명으로 추정되는 재외동포들이 자유롭게 입출국할 수 있도록 하고 이중국적도 허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윤 전 장관도 “인구 문제를 전담할 이민국을 만들어야 한다”며 “우리도 다른 선진국처럼 이민을 체계적으로 받아들여, 다문화국가가 아니라 다민족 국가로 가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대한민국이 사라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박재완 전 장관은 “최근 수년간 정부가 모든 일에 나서 만기친람하며 민간의 자율과 책임을 위축시켰다”며 “정부가 모든 일에 간섭하는 ‘보모 국가’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말했다. 강만수 전 장관은 민간의 활력을 높이기 위한 방법으로 법인세 인하를 제안했다. 강 전 장관은 “과거 통계를 보면 법인세율을 내릴수록 세입이 늘었다. 세율 인하가 장기적으로 증세 정책이라는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했다.

 

◇‘연금 국민투표’ ‘노동 개혁 시급’ 다양한 조언 쏟아져

전직 경제사령탑은 당장 시급한 구조적인 개혁으로 연금 개혁과 노동 개혁을 꼽았다. 박재완 전 기재부 장관은 연금 개혁에 대한 국민투표를 제안했다. 박 전 장관은 “연금의 지속 가능성을 위해서는 더 걷는 방향의 개혁이 불가피하다”며 “기성세대와 신세대 사이의 첨예한 갈등이 예상되는 만큼 이 사안을 국가의 안위와 관련된 중요한 사안으로 간주해 국민투표까지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윤 전 장관도 “하루빨리 연금별 연금 개혁 특별위원회를 만들어야 한다”며 “윤석열 정부에서 적어도 연금 개혁에 대한 청사진 내지 마스터플랜은 나와야 한다”고 말했다. 노동 문제와 관련해서는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 중대재해처벌법, 주 52시간제 근무가 초래한 부작용에 대한 개혁이 이뤄져야 기업들의 국내 투자가 이뤄지고 일자리도 생겨날 것”이라고 한목소리로 지적했다.

현오석 전 장관은 “경제가 너무 이념화되면 안 된다”며 “우리나라뿐 아니라 다른 나라 사례를 볼 때 경제가 이념화·정치화되면 국민이 힘들어진다” 말했다. 유일호 전 장관은 “쓸데없는 규제를 다 없애야 한다”며 “베트남에서도 원격의료가 이뤄지는데, 우리나라에서는 각종 규제로 쉽지 않은 상황이다. 윤석열 정부가 규제 혁파를 위해 과감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행사에 참석한 추경호 기획재정부 장관은 “선배들의 고견을 다음 주 발표하는 새 정부 경제정책 방향에 담겠다”고 말했다. 이어 “빚을 내서 무엇을 하겠다는 것은 정책이 아니다. 빚을 안 내고 할 수 있는 방법을 디자인하는 것이 정책”이라며 “당장 편한 쉬운 길을 걷기보다는 원칙을 지켜나가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