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

[단독] 새만금 태양광 부지, 오염 침출수 위험 방치

최만섭 2022. 5. 31. 05:16

[단독] 새만금 태양광 부지, 오염 침출수 위험 방치

35㎞ 도로에 깔린 제강슬래그
독성 침출수 논란 일어난 뒤
환경부, 6개월 넘도록 조사 안해
장마철 침출수 피해 커질 우려

입력 2022.05.31 05:00
 
 
 
 
 
지난해 전북 군산시 새만금 육상태양광 부지 내 도로에 깔린 제강슬래그에서 흘러나온 독성 물질 침출수 문제가 불거지자 작년 12월 도로 위를 흙으로 덮는 작업이 진행되는 모습. 이후 반년 가까이 지난 지금도 방수 처리는 여전히 돼 있지 않아 비나 눈이 내리면 침출수가 흘러나올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이 나온다. /독자제공

30일 오후 전북 군산시 새만금 육상태양광 2구역. 지난해 독성 물질 침출수 논란을 일으킨 구역 내 35km 제강(製鋼)슬래그 도로는 흙으로 덮여 있었다. 슬래그는 겉으로 드러나 있지 않을 뿐 밑에 이전 그대로 깔려 있었으며 더군다나 방수 처리는 돼 있지 않았다. 작년 말 민관 합동 점검단이 슬래그가 깔린 도로에서 나온 침출수를 분석한 결과, 특별 관리가 필요한 부식성 폐기물인 ‘폐알칼리’가 검출된 바 있다. 태양광 부지가 광범위하게 오염됐을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이 나왔다. 한 주민은 “곧 장마철인데 비가 내리면 작년처럼 오염 물질이 흘러나올 거 같아 불안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대책은 전무한 상황이다. 전수조사를 통해 대책 마련에 나서겠다던 정부는 6개월 넘도록 제대로 된 조사를 하지 않고 있다. 환경 단체가 정부에 수차례 전수조사 착수를 요구했지만 “담당자가 출장 중”이라며 반년째 답변을 피해온 정황도 드러났다.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환경부는 작년 12월 3.6㎢ 규모 새만금 육상태양광 1~3구역 부지에 대한 pH 농도 전수조사를 실시한다고 발표했지만, 조사 방법을 둘러싸고 업체와 환경 단체 간 이견이 발생하자 조율을 포기한 채 올 1월 공을 전북환경청으로 넘겼다. 전북청은 “올해 강수량이 적어 침출수가 발생하지 않았고, pH 측정이 어려웠다”면서 “한 달에 두 번씩 현장 점검한 결과 pH는 안정적인 7~8 수준으로 파악됐다”고 환경부에 보고했다. 당초 환경부는 축구장 495개 면적의 새만금 육상태양광을 전수조사한다고 했지만 침출수 조사 포인트 40곳을 선정해 전북청에 전달했다. 그마저도 전북청은 반년 동안 20곳을 조사하는 데 그쳤다. 그사이 업체는 방수 처리 없이 슬래그를 흙으로 덮었고, 1~3구역 태양광 발전단지는 순차적으로 가동에 들어갔다.

약한 비가 내린 올 4월 중순, ‘침출수 위험 신호’가 감지됐다. 전북청 조사에서 그동안 중성을 유지하던 방류조 1개 지점의 pH가 비가 내린 뒤 10 이상으로 튄 것이다. pH 10~11은 제산제나 표백제에서 나타나는 농도다. 슬래그 내 독성 물질은 평소엔 문제가 없지만 비·눈, 지하수 등 물과 만나면 유출돼 땅과 물을 오염시킨다. 적은 양의 비로도 pH가 이처럼 올라간다면 장마가 시작될 경우 더 많은 독성 물질이 검출될 우려가 있다. 하지만 전북청은 pH가 갑자기 올라간 원인은 밝혀내지 못한 채 “며칠 후 수치가 정상으로 회복됐다” “안정적으로 관리되고 있다”고만 했다.

 

민관 합동 점검단 소속 환경 단체 측은 “환경부에 제대로 된 조사 의지가 있는지조차 의문”이라고 주장했다. 새만금슬래그반출범시민대책위원회 관계자는 “환경부에 전화하면 ‘전북환경청에 문의하라’고 답변하고, 전북환경청에 전화하면 ‘담당자가 출장 중’이라는 대답만 6개월째 반복하고 있다”며 “수차례 직접 방문도 하고, 전화도 걸었지만 진전되는 건 하나도 없다”고 말했다. 실제로 환경부는 올해 들어 민관 합동 점검단 측과 전수조사 등 관련 사항을 한 차례도 논의한 적이 없다. ‘환경부 주관 전수조사’는 ‘전북환경청 주관 자체 조사’로 바뀐 상태다. 객관적인 방법을 정해 조사를 이끌어야 할 환경 당국이 “업체와 환경 단체 간 조사 방식 이견을 좁히기 힘들다”며 뒤로 빠진 채 제 역할을 못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토양오염 조사는 샘플을 채취하는 장소에 따라 수치가 다 다르게 나올 수 있기 때문에 한 지점이라도 고농도 오염이 관측되면 그 일대를 모두 오염 지대로 간주하고 정화 작업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지적한다. 하지만 환경 당국은 “일부 구역에선 pH 수치가 정상이었다”는 제강슬래그 반입 업체의 주장을 받아들여 적극적인 관리에 나서지 않고 있다. 조원철 연세대 토목환경공학과 명예교수는 “새만금 육상태양광 부지의 환경오염 여파는 장마철이 시작된 후 본격적으로 나타날 수 있다”며 “토양오염은 사후 처리가 아니라 예방이 핵심이기 때문에 장마가 오기 전 제대로 된 침출수 예방책이 나와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