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임금피크제, 나이로만 차별하면 무효

최만섭 2022. 5. 27. 04:33

임금피크제, 나이로만 차별하면 무효

 

입력 2022.05.27 03:00
 
 
 
 
 

정년 연장이나 업무량 감소 등 ‘합리적 이유’ 없이 ‘나이’만을 이유로 직원 임금을 깎는 ‘임금피크제’는 고령자고용법을 위반해 무효라는 대법원의 첫 판단이 나왔다.

같은 방식의 임금피크제를 시행해 온 회사들에 대한 유사 소송이 이어지고, 대법원이 제시한 ‘합리적 이유’를 충족 못 한 임금피크제를 시행 중인 회사들은 정년 연장 등 내용 수정이 불가피하게 됐다는 전망이 나왔다.

대법원 1부(주심 노태악 대법관)는 26일 A씨가 과거 자신이 근무했던 B연구기관을 상대로 “임금피크제로 삭감된 급여 차액을 돌려달라”며 낸 임금청구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로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정년이 61세였던 이 연구기관은 2009년 만 55세 이상 직원을 대상으로 성과연급제(임금피크제)를 도입했다. A씨는 2011년부터 적용 대상이 돼 최소 93만원, 최대 283만원 월급이 깎였다.

이에 대해 대법원은 합리적 이유 없이 나이를 이유로 임금 등을 차별하는 것을 금지한 고령자고용법 4조의 4를 위반한 것으로 판단했다. ‘연령 차별’이란 것이다. 대법원은 아무리 노사 합의가 있었더라도 ①임금피크제 도입 목적의 정당성과 필요성 ②실질적 임금 삭감 폭이나 기간 ③임금 삭감에 준하는 업무량과 강도의 저감(低減) 여부 ④감액 재원이 도입 목적에 사용되었는지 등을 따져야 한다는 기준도 제시했다.

 

임금피크제는 고령자 고용을 보장하는 대신 임금을 줄여 경영 합리화를 도모하고 청년 채용을 늘리자는 차원에서 2000년대 들어 도입됐다. 현재는 모든 공공기관과 ‘300인 이상 기업’의 절반가량이 시행하고 있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대법원 판결이 기업 부담을 가중시키고 고용 불안을 불러일으킬 것”이라고, 한국경영자총협회는 “임금피크제의 본질과 법의 취지, 산업계에 미칠 영향 등을 도외시한 판결”이라고 지적했다. 반면, 한국노총은 “오늘 판결을 계기로 부당한 임금피크제가 폐지되기를 바란다”고, 민노총은 “(대법원이) 임금피크제 자체를 무효로 선언했어야 했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