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국산 밀 품종순도 확인법’ 개발… 자급률 높여 식량 안보 확보한다

최만섭 2022. 5. 25. 05:37

‘국산 밀 품종순도 확인법’ 개발… 자급률 높여 식량 안보 확보한다

이제는 K농업이다 ①

김수정 객원기자
입력 2022.05.25 03:00
 
 
 
 
 
게티이미지뱅크

유엔 식량농업기구(FAO)에 따르면 지난 3월 세계식량가격지수(指數)는 159.3으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폭염·가뭄 등 기후 변화에 따른 수확량 감소 ▲코로나 팬데믹으로 인한 글로벌 공급망 붕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등으로 인해 밀·옥수수·콩 등 주요 곡물을 비롯해 종자(種子) 가격까지 오르고 있다.

한편, 지난 18일 러시아의 포격으로 우크라이나 하르키우에 있던 식물 유전자은행이 파괴돼 16만 개의 종자 샘플이 사라졌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다행히 벙커에 보관된 주요 종자들은 손상되지 않았다는 후속 기사가 나왔으나, 당장 ‘밥상 물가’ ‘식량 위기’에 이어 ‘식량의 미래’까지 염려하게 하는 뉴스였다.

전 세계적으로 ‘식량 안보’가 중요한 이슈로 부상했다. 식량 안보의 실탄은 ‘종자’다. 이 가운데 우리나라 국립종자원의 역할이 부각되고 있다. 국립종자원은 농림축산식품부 소속 기관으로서 식량작물의 안정적 생산을 위해 고품질 정부보급종을 공급하고, 다양한 지원 및 품질관리로 종자시장의 질서를 지키고 있다. 이에 더해 종자 수출을 지원해 국내 종자의 글로벌 경쟁력 강화도 추진하고 있다.

◇고효율·대용량 국산 밀 품종순도 확인법 개발 등 과학적인 지원

우리나라 밀 자급률은 1% 안팎에 불과하다. 최근처럼 국제 밀 가격이 요동치면 그 타격이 클 수밖에 없다.

이러한 문제점을 인식한 정부는 2020년 ‘제1차(2021~2025년) 밀 산업 육성 기본계획’을 수립했다. 대규모 예산을 투입해 밀 자급률을 2025년까지 5%로 끌어올리고 국산 밀 산업 활성화를 꾀한다는 계획이다. 그 일환으로 국립종자원은 밀 산업에 대한 과학적인 지원에 나섰다.

국립종자원은 지난 12일 ‘첨단 유전자(DNA) 분자표지 기술을 활용한 고효율·대용량 국산 밀 품종순도 확인법’을 개발해 지식재산권을 확보하고 유관기관에 기술이전까지 마쳤다고 밝혔다. 국산 밀의 품종순도 확인은 생산·유통·소비 기반 조성에 필수 요소로 꼽힌다. 이를 위해 과학적인 분석법 개발 필요성이 증대되고 있다. 국립종자원이 개발한 품종순도 확인 기술은 단일염기다형성(SNP)을 이용한 최신 DNA 분석 기술로 대량의 시료를 신속하게 분석할 수 있다. 기존 분석법에 비해 분석 시간은 10분의 1, 비용은 4분의 1 수준으로 크게 감축된다.

 

유병천 종자검정연구센터장은 “지속적인 과학적 분석기법 개발로 투명한 종자 유통 질서를 확립하고 국산 밀 산업의 경쟁력을 높여 나갈 것”이라고 전했다.

◇민·관·학 협력 ‘종자 수출 활성화’ 방안 모색

국내 종자업계는 소비자 선호 등 시장 트렌드는 물론 기후 위기, 일손 부족 등 재배환경 변화에도 기민하게 대응해왔다. 그 결과, 2020년 종자 판매액은 6505억원(공공기관 862억원 제외)으로 2017년 5919억원보다 9.9% 증가했다. 하지만 매출 대부분을 내수시장에 의존하고 있으며, 수출은 약 13%에 불과하다. 해외시장을 개척해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고 창출된 이익을 다시 연구·개발에 투자하는 선순환이 필요한 상황이다. 또한 1분기 종자 수출액이 2019년부터 지난해까지 연평균 5% 내외로 증가하다 올해 13.3% 감소하는 등 성장세가 둔화된 점도 위기감을 불러왔다.

국립종자원은 지난 4월 전북 김제시에 있는 종자산업진흥센터에서 ‘종자 수출 활성화’를 위한 간담회를 개최했다. 이에 그치지 않고 국립종자원·종자기업·한국농촌경제연구원·(사)한국종자협회·종자수출협의회 등 민(民)·관(官)·학(學)이 함께 조직을 구성해 ▲수출 관련 제도와 정부 지원사업 ▲해외시장 다변화와 홍보 ▲민간 종자 업계의 역량 강화 등 종자 수출 활성화 방안을 올해 하반기까지 마련할 계획이다.

한편, 국립종자원은 2008년부터 매년 아시아 국가의 종자산업 정부 관계자를 초청해 왔다. 지난해 가을에도 비대면 연수를 실시했다. 이러한 활동을 통해 각국의 종자제도 운영 및 종자검정·품종심사 기술 선진화에 기여하며, 한국과 아시아 국가 간 인적 네트워크 구축과 함께 한국 종자업체의 아시아 지역 진출을 꾀하고 있다.

조경규 종자산업지원과장은 “국제 곡물 위기 상황이 가중되는 시점에서 종자 수출 활성화 방안을 마련해 종자산업이 농업의 새로운 미래 전략 산업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제작지원: 2022년 FTA이행지원 교육홍보사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