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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상혁 ‘높이뛰기 다이아몬드’ 품었다

최만섭 2022. 5. 16. 05:39

우상혁 ‘높이뛰기 다이아몬드’ 품었다

카타르 대회 강풍에도… 한국 첫 다이아몬드리그 우승

입력 2022.05.16 03:00
 
 
 
 
 

우상혁(26·국군체육부대)이 긴장한 표정으로 앞을 바라보다가 별안간 두 손바닥으로 본인 얼굴을 다섯 차례 세차게 때렸다. 그러자 환한 표정으로 변한 그는 “가자!”라는 짧고 큰 고함과 함께 앞으로 내달렸다. 바(bar)를 등지고 허리를 활처럼 휘게 하면서 높이 뛰었고, 바를 건드리지 않고 내려왔다. 2022년 세계 남자 높이뛰기 실외 최고 기록인 2m33을 넘는 순간이었다.

우상혁이 14일 새벽 카타르 도하에서 열린 2022 세계육상연맹 다이아몬드리그 개막전 남자 높이뛰기에서 올해 세계 최고 기록인 2m33으로 1위에 올라 한국 최초로 다이아몬드리그 대회 우승을 차지했다. 도쿄올림픽 공동 금메달리스트인 카타르의 무타즈 에사 바심(2위·2m30)과 이탈리아의 장마르코 탬베리(7위·2m20)를 제치고 시상대 가장 맨 위에 올랐다. 우상혁은 도쿄올림픽에선 4위로 아쉽게 메달을 목에 걸지 못했다. 그는 다이아몬드리그 우승 이후 “올해 세계 1위 기록을 세우며 다이아몬드리그에서 우승해서 행복하다”고 했다.

빛을 발한 ‘맞춤형 훈련’

다이아몬드리그는 세계육상연맹이 매년 뛰어난 기량을 가진 선수 10여 명을 초청해 진행한다. 14개 대회(올해는 13개)를 통해 최종 승자를 가리는 ‘왕중왕전’ 격 리그다. 초청받는 것 자체가 실력을 인정받았다는 의미다. 우상혁은 대회 출전차 출국하기 전 “다이아몬드리그를 10년 전부터 꿈꿨다”며 기뻐했는데, 개막전에서 우승까지 차지했다.

우상혁은 6시간 빠른 카타르 도하의 시차에 맞추기 위해 11일 출국하기 전날까지 매일 밤에 훈련했다. 변화무쌍한 카타르의 5월 날씨에 대비해 비 오는 날에도 훈련을 강행했다. 그런 지독한 훈련을 보상이라도 받은 듯 이날 도하에는 옷이 펄럭일 만큼 강한 바람이 불었다. 여러 기후 조건에서 훈련했던 우상혁은 흔들리지 않고 자신의 페이스를 유지할 수 있었다.

 

우상혁의 도약은 지금부터다

우상혁은 올해 출전한 국내외 7개 대회 중 6개 대회에서 우승했다. 국제 대회만 따져도 4연속 우승이다. 첫 출전 대회였던 지난 1월 체코 월드 투어(실내)에서만 5위(2m23)를 했을 뿐, 이후 열린 대회에서는 모두 2m30 이상을 뛰며 1위를 차지했다.

우상혁은 올해 세계육상연맹이 공인한 실외와 실내 1~3위 기록에 모두 자신의 이름을 올렸다. 실내는 기후를 제어할 수 있지만, 실외는 그렇지 않아 둘을 다른 종목이라고까지 느끼는 선수도 있다고 한다. 그런 이유로 우상혁이 지난 3월 2022 실내세계선수권에서 우승할 때만 해도 그의 기량을 의심하는 사람이 있었는데, 이날 실외 메이저 대회인 다이아몬드리그 개막전에서도 정상에 오르며 의구심을 없앴다.

우상혁은 강자들의 몸이 아직 덜 풀린 덕도 보고 있다. 개인 최고 기록(실외)이 2m43인 바심은 지난해 도쿄올림픽 이후 첫 대회 출전이었다. 2m39인 탬베리 역시 3월 이후 2개월여 만에 나섰다. 김도균 육상대표팀 수직도약 코치는 “두 선수가 제 기량을 발휘하기 어려웠을 것”이라면서도 “우상혁도 꾸준히 지난 대회보다 기록을 높이고 있다”며 경쟁을 이어가겠다는 뜻을 밝혔다.

우상혁은 오는 21일 영국 버밍엄에서 열리는 다이아몬드리그 두 번째 대회에서도 우승에 도전한다. 바심과 탬베리가 출전하지 않아 우상혁의 현재 기세가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