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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헌의 히스토리 인 팝스] [107] 용기에 관하여

최만섭 2022. 4. 11. 05:28

[강헌의 히스토리 인 팝스] [107] 용기에 관하여

Sia ‘Courage to Change’(2020)

입력 2022.04.11 03:00
 
 
 
 
 
Sia ‘Courage to Change’

‘돈을 잃는 것은 조금 잃는 것이고, 명예를 잃는 것은 크게 잃는 것이며, 건강을 잃는 것은 모든 것을 잃는 것’이라는 금언을 모르는 사람은 없다. 그러나 영국의 정치가이자 전시(戰時) 총리였던 처칠은 이 격언에서 건강 자리에 ‘용기’를 넣어 말했다. 그는 용기를 잃는 것이야말로 모든 것을 포기하는 것으로 생각했다.

처칠을 존경하는, 그래서 처칠에 대한 평전까지 쓴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가 전쟁 중인 우크라이나의 수도 키이우에 깜짝 방문해 젤렌스키 대통령과 우크라이나 국민들에게 경의를 표했다.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던 과감한 행동이었다. 그는 2차 세계대전에서 처칠이 그랬던 것처럼 젤렌스키에게 ‘사자와 같은 불굴의 용기’를 상찬했다.

영국의 트럼프라고 불렸던 보리스 존슨은 이런저런 흠집으로 비판도 많이 받지만, 이번 키이우 방문으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은근히 차별화하는 기개를 펼쳤다. 바이든은 폴란드까지만 오고 우크라이나는 방문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방탄소년단과의 협업으로도 잘 알려진 호주 출신의 여성 싱어송라이터 시아는 늦은 성공을 맞이하기 전까지 숱한 고난을 겪었다. 은퇴를 생각하던 시점에 큰 성공을 거두고 처음으로 자기 집을 샀다고 한다. 이중인격의 아버지 아래 보낸 유년, 너무 일렀던 엄마와 남자 친구의 죽음, 우울증과 공황장애 속에서 자살 시도, 약물과 알코올 중독은 시아의 신데렐라 스토리 뒤에 숨은 어두운 아픔의 편린들이다. 그래서 그의 보컬에선 한국식으로 말하자면 한이 느껴진다. 늦게 주목받은 덕분에 아이돌로 생각하는 사람이 많지만 이 노래를 발표한 2020년은 그가 40대 중반을 넘어가는 때였다.

 

“난 의미 있는 죽음을 맞고 싶어/내 인생이 가치 있기를 원해/여기서 내가 추구할 그 무엇이 없다는 것은 두려운 일이야(World, I want to leave you better/I want my life to matter/I am afraid I have no purpose here.)”

시아는 진지하게 이 화두에 임한다. 그것은 바로 나와 세상을 바꿀 용기(Courage to change)라고 말이다. 처칠의 말처럼 승리가 없으면 생존도 없다. 그 승리를 가져오는 것은 바로 용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