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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흥민, PK 없는 순도 100% 득점왕... ‘우상’ 호날두 위에 섰다

최만섭 2022. 5. 24. 05:18

 

손흥민, PK 없는 순도 100% 득점왕... ‘우상’ 호날두 위에 섰다

입력 2022.05.23 21:35
 
 
 
 
 
23일 노리치 시티전에서 토트넘 손흥민 선수가 페널티박스 왼쪽 모서리 부근에서 오른발로 감아차 23호 골을 성공 시키고 있다./AP 연합뉴스

손흥민(30·토트넘)의 아시아 선수 첫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득점왕을 결정지은 것은 이른바 ‘손흥민 존(Zone·지역)’에서 나온 골이었다. 23일 노리치 시티전에서 넣은 올 시즌 리그 마지막 23호 골은 페널티박스 왼쪽 모서리 부근에서 오른발로 감아찬 슈팅이었다. 골키퍼가 손을 뻗어도 닿을 수 없을 정도로 골문 오른쪽 깊숙이 꽂혔다. 손흥민은 이 득점 덕분에 무함마드 살라흐(30·리버풀)와 공동 득점왕에 올랐다. 손흥민은 페널티박스 양쪽 모서리 부근에서 양발을 가리지 않고 다양한 궤적의 슈팅을 날릴 수 있는데, 이 구역을 ‘손흥민 존’이라고 부른다. 손흥민이 리그 2연패(連覇)를 달성한 맨체스터 시티를 상대로 작년 8월 올 시즌 첫 골을 뽑아낸 곳도 손흥민 존이었다. 당시 그는 페널티박스 오른쪽 모서리 부근에서 왼발로 감아차 넣었다.

그래픽=양인성·백형선

손흥민 존은 어렸을 때부터 반복 훈련을 한 결과다. 손흥민은 아버지 손웅정씨와 함께 페널티박스 주변 구역을 나눈 다음, 강한 패스를 받아 공을 컨트롤하고선 골키퍼가 손쓸 수 없는 골대 구석으로 정확하게 슈팅하는 연습을 했다. 디딤발을 놓는 위치와 차는 발이 공에 닿는 지점에 따라 슈팅이 어떻게 휘는지 연구하면서 ‘필살기’를 완성했다. 여기에다 양발을 자유자재로 쓰며 수비수를 혼란스럽게 만든다. 손흥민은 원래 오른발잡이인데 올 시즌 리그 23골 중 왼발로 넣은 게 12골로 오른발(11골)보다 많다.

올 시즌엔 보여준 공격력은 순도도 높다. 손흥민은 페널티킥 없이 23골을 넣었다. 공동 득점왕 살라흐는 23골 중 5골이 페널티킥 득점이다. 손흥민은 또 올 시즌 시도한 슈팅 86개 중 골문으로 향하는 유효 슈팅이 49개(57%)로 EPL 득점 1~5위 선수 중 비율이 가장 높았다. 슈팅이 득점으로 연결된 비율도 27%로 5명 중 최고였다.

 
토트넘 선수들이 23일 노리치 시티와의 올 시즌 프리미어리그 마지막 경기를 마친 후 득점왕을 확정한 손흥민(가운데)에게 물세례를 퍼부으며 축하하는 모습. /게티이미지코리아

EPL이 유럽 5대 리그(잉글랜드·스페인·이탈리아·독일·프랑스) 중 가장 경쟁이 치열하고 수준이 높은 리그로 통하는 만큼 손흥민과 득점 1위를 놓고 다퉜던 경쟁자들도 화려하다. 이집트 출신 살라흐는 현재 아프리카 최고 선수로 꼽힌다. EPL에서 2017-2018, 2018-2019시즌에도 득점왕에 올랐다. 득점 3위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맨체스터 유나이티드·18골)는 세계 축구 최고 권위 발롱도르를 5회 수상한 전 세계적인 스타다. 손흥민의 어릴 적 우상이었다. 팀 동료이자 득점 4위 해리 케인(17골)도 EPL 득점왕에 세 차례나 오른 세계적인 스트라이커다.

손흥민은 유럽에 진출한 아시아 선수로서 전인미답의 기록을 남겼다. 손흥민은 올 시즌 차범근 전 감독이 독일 레버쿠젠 시절(1985-1986시즌) 세웠던 종전 아시아 선수 유럽 5대 리그 한 시즌 최다 골(17골)을 넘어선 데 이어 이란의 알리레자 자한바크시(페예노르트)가 2017-2018시즌 네덜란드 프로축구 AZ알크마르에서 세웠던 종전 아시아 선수 유럽 1부 리그 한 시즌 최다 골(21골) 기록도 깼다. 그러면서 손흥민은 유럽 5대 빅리그 아시아 선수 첫 득점왕에 올랐다. 자한바크시도 2017-2018시즌 네덜란드 리그 득점왕에 올랐지만, 네덜란드는 유럽에서 빅리그로 꼽히지 않는다.

 
 
2009년 조선일보에 입사해 사회부 기동취재팀과 법조팀, 디지털뉴스부, 산업1부 등을 거쳐 현재 스포츠부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현장을 생동감 있게 전달하면서도 사람 냄새가 물씬 나는 기사를 쓰려고 노력 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