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제도

[재미있는 과학] 채굴할수록 고성능 컴퓨터 필요해… 전력소모 커져요

최만섭 2022. 4. 19. 05:25

[재미있는 과학] 채굴할수록 고성능 컴퓨터 필요해… 전력소모 커져요

입력 : 2022.04.19 03:30

암호화폐와 기후변화

 /그래픽=안병현

지난 7일 국제 학술지 네이처에는 "암호화폐(Cryptocurrency)가 대세가 되려면 기후변화를 일으킬 수 있는 에너지 사용량을 줄여야 한다. 이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인류의 재앙이 될 수 있다"는 금융학자들 글이 실렸어요. 더불어 사용자 교육과 보안 문제 등 9개 숙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했죠. 암호화폐가 왜 기후변화와 연결되는 걸까요.

블록체인 기술을 기반으로 발전

이 내용을 이해하려면 우선 암호화폐가 어떻게 생기는지 알아야 해요. 암호화폐는 지폐나 동전과 달리 디지털 환경에서 거래되기 때문에 실물이 없는 가상화폐(virtual currency)예요. 전 세계 암호화폐는 2만 종 정도 있다고 하는데 대표적인 건 '비트코인(Bitcoin)'입니다. 비트코인은 최초 암호 화폐로 '블록체인(BlockChain)' 기술을 바탕으로 만들어졌습니다. 디지털 정보량 기본 단위 비트(bit)와 동전을 뜻하는 코인(coin)이 합쳐진 말이에요. 2009년 정체가 알려지지 않은 컴퓨터 프로그래머 나카모토 사토시가 만들었어요.


블록체인은 데이터를 기록하는 한 방법인데, 거래가 이뤄질 때마다 거래 내역(데이터)이 담긴 새로운 블록(block)들이 기존 블록에 '사슬(Chain)'처럼 연결되는 기술이에요. 거래가 이뤄지면 거래 당사자들이 갖고 있는 비트코인 전자 장부(帳簿)에 하나씩 순서대로 거래 기록이 적힙니다.

보통 은행에선 고객 돈을 보관하고 거래 내역을 통장에 기록합니다. 그 관리는 은행이 책임집니다. 그런데 암호화폐 거래에서는 은행 같은 중앙기관이 없어요. 개인과 개인이 직접 거래하는(P2P·Peer to Peer) 방식이에요. 그럼 이게 진짜 암호화폐인지 어떻게 믿고 거래할까요?

블록체인은 모든 참여자(거래자) 컴퓨터에 내역(데이터)을 분산해 저장해요. 암호화폐를 거래하는 순간 거래가 이뤄졌다는 내역이 블록으로 만들어져 참여자 컴퓨터에 각각 저장됩니다. 처음 이뤄진 거래부터 가장 최근 거래까지 저장되기 때문에 '새로운 블록'(새로운 거래 내용)이 만들어지면 참여자가 기존 블록들과 비교하며 서로가 서로를 감시하죠.

바로 이 부분 때문에 더 안전하다는 평가를 받습니다. 누군가 어떤 사람 은행 통장에서 돈을 빼내려면 그 은행 컴퓨터 서버에 몰래 들어가 해킹하면 되지만 암호화폐는 그 내역이 전 세계 곳곳 수없이 많은 참여자 컴퓨터에 나눠져 있어서 한 곳을 뚫는다고 되는 일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블록(거래)이 쌓이면 쌓일수록 해킹을 더 많이 해야 하니 더 어려워지겠죠? 그래서 블록체인 기술이 탈중앙화와 투명성, 불변성을 특징으로 한다는 말이 나오는 겁니다.

비트코인은 어떻게 사고팔까

그럼 비트코인 같은 암호화폐는 어떻게 사고팔까요. 우선 비트코인을 사고파는 암호 화폐 거래소(온라인 환전소)가 있어 거기서 돈 주고 살 수 있어요. 또 다른 방법은 컴퓨터로 암호화된 수학 연산 문제를 풀어 비트코인을 얻는 거예요. 이를 '채굴(mining)'이라고 불러요. 광부가 광산에서 곡괭이질을 거듭해 금을 캐내는 것과 비슷하다 해서 그런 이름이 붙었습니다.


비트코인 블록은 대략 10분 단위로 새로 만들어지게 프로그램되어 있어요. 이 블록은 '공개키 암호'라는 방식으로 잠겨 있는데 이 암호를 가장 빨리 푸는 사람은 상금으로 이달 기준 6.25비트코인을 받을 수 있어요. 현재 미국 시세로 1비트코인이 약 4만달러(약 4900만원) 이상이니 6.25비트코인이면 25만달러, 3억원이 넘습니다.

비트코인은 무한정 찍어낼 수 있는 게 아니라 총량이 2100만개로 제한되어 있어요. 최초 설계자가 애초에 그렇게 만들었다고 해요. 따라서 사람들이 암호를 풀어 비트코인을 얻으면 점점 남아 있는 채굴량이 떨어져요. 지금은 비트코인 전체 발행량 중 90%가 채굴돼 10%만 남았다고 해요.

채굴에 쓰이는 전력량은 얼마나 될까

암호화폐에 '환경 파괴범'이라는 꼬리표가 따라다니는 이유는 이 암호화폐가 복잡한 알고리즘으로 잠겨 있어 이 암호를 풀려면 컴퓨터가 쉴 새 없이 계산해야 하기 때문이에요. 컴퓨터를 끄면 안 되고 계속 돌려야 하고, 결국 이 컴퓨터를 돌리는 데 전력이 많이 소모됩니다. 또 성능이 좋은 컴퓨터라야 빨리 계산할 수 있어 점점 고성능 컴퓨터를 이용하면서 전력이 더 드는 거죠. 영국 케임브리지대 비트코인 전력 소모 지표에 따르면, 이달 8일 기준 비트코인 채굴을 위한 전 세계 연간 전력소비량은 142.60테라와트시(TWh)라네요. 지난해 우리나라 전력소비량(약 523TWh)의 4분의 1을 넘어서는 규모로, 경기도 전체 전력소비량(약 123TWh)과 비슷해요. 스웨덴 연간 전력 사용량도 넘어서죠. 채굴업체 한 곳당 수만대 컴퓨터를 24시간 가동하고, 열기를 식히기 위해 냉방 시설까지 돌리다 보니 일부 지역에서는 대규모 정전 사태도 일어나요. 비트코인이 '전기 먹는 하마'인 셈입니다.


전기는 그냥 주어지는 게 아니라 발전소를 통해 얻어야 합니다. 이 발전소를 가동하려면 화석연료 등이 필요하고 여기서 이산화탄소가 배출됩니다. 비트코인 채굴로 발생하는 전 세계 이산화탄소 연간 배출량은 약 4000만t이라고 하네요. 미국 라스베이거스나 독일 함부르크 연간 배출량과 비슷한 수준이에요. 우리나라 울산광역시 연간 배출량(약 4800만t)도 비슷해요. 결국 비트코인 채굴 때문에 남태평양 섬나라 투발루가 물에 잠기는 시간표가 앞당겨지고, 수많은 숲이 사라질 수 있다 해도 과언은 아닙니다.

[중국에 몰린 채굴장]

전 세계 비트코인 채굴장의 약 70%가 중국에 집중돼 있어요. 고성능 장비를 만드는 데 필요한 전문 하드웨어 업체가 많고, 전기료가 저렴해 유지 비용이 적게 들기 때문이에요. 문제는 이런 중국의 값싼 전기는 대부분 석탄 연료에 의존하고 있다는 점이에요. 상대적으로 생산 단가가 낮은 화력발전으로 전기를 만들기 때문에 중국에서 비트코인 채굴이 늘면 늘수록 전력 소비도 증가하고, 결국 이는 이산화탄소 배출량 증가로 이어지게 되는 거죠.

김형자 과학칼럼니스트 기획·구성=조유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