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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학 산책] 기호 '∞'는 로마 숫자에서 유래… '신의 영역'으로 불렸어요

최만섭 2022. 4. 21. 05:10

[수학 산책] 기호 '∞'는 로마 숫자에서 유래… '신의 영역'으로 불렸어요

입력 : 2022.04.21 03:30

무한(無限)

수학의 다양한 분야 중 발전 속도가 가장 느렸던 분야는 '무한'이에요. 발전 속도가 느리다는 것은 그만큼 인류가 이해하기 어려웠다는 의미예요. 엄밀하게 따지면 무한대(無限大)는 수가 아니라 '끝이 없다'라는 개념이에요. 기호로는 '∞'로 나타내요.

오늘날에는 무한히 잘게 나누는 개념을 '미분'(微分), 이를 무한히 많이 더하는 개념을 '적분'(積分)으로 설명하지만, 고대의 수학 개념으로는 끝도 없이 커지는 수를 더하거나 빼는 등의 무한은 짐작하기조차 어려운 분야였어요. 그래서 무한은 '신의 영역'으로도 불렸어요.

무한대의 기호는 17세기 중반 영국의 수학자 존 월리스가 자신의 책에서 처음 사용했어요. 그는 이 모양을 왜 기호로 사용했는지 밝히진 않았지만, 숫자 1000을 의미하는 고대 로마 숫자인 'CI ' 'CD'에서 유래했을 것으로 추측되기도 해요. 당시 1000이라는 숫자는 끝이 없는 수를 의미할 만큼 굉장히 큰 수였기 때문이에요. 그는 극한의 개념을 수학적으로 발전시킨 인물 중 한 명으로 꼽혀요.

독일의 수학자 다비트 힐베르트는 1924년 '무한 호텔의 역설'을 통해 무한의 수에 무한을 더하는 방법과 얼마를 더하든 무한이 된다는 개념을 설명했어요. 먼 미래에 인류는 우주에 무한개의 방을 가진 '무한 호텔'을 지어요. 이 호텔의 방은 언제나 우주여행을 하는 손님으로 가득 차 있었어요. 그런데 어느 날 새로운 손님 한 명이 찾아와 "방 하나를 달라"고 했어요. 만약 셀 수 있는 만큼(유한)의 방을 가진 호텔이었다면 만실이었기 때문에 손님을 받을 수 없었겠지만, 이 호텔에서는 가능했어요.

호텔 지배인은 각 방에 설치된 스피커로 "현재 있는 방에서 한 칸씩만 옆 방으로 이동해 달라"고 방송해요. 예컨대 1번 방의 손님은 2번 방으로, 2번 방의 손님은 3번 방으로 옮기는 거예요. 그렇게 새로 온 손님이 1번 방에 묵을 수 있게 됐어요. 같은 방식으로 다섯 명의 손님이 새로 온다면, 다섯 칸씩 옆 방으로 이동해 달라고 부탁하면 되겠죠.

그런데 다음 날 몇 명인지 알 수 없이 많은 단체 손님이 이 호텔에 와서 묵길 원했어요. 지배인은 묵고 있던 손님이 몇 칸씩 이동해야 하는지 알 수 없게 됐어요. 그러자 지배인은 모든 손님에게 "현재 방 번호의 두 배가 되는 숫자 번호의 방으로 옮겨 달라"고 요청했어요. 예컨대 1번 방 손님을 2번 방으로, 2번 방 손님을 4번 방으로, 3번 방 손님을 6번 방으로 옮기도록 한 거예요.

이렇게 되면 홀수 번호 방들이 모두 비게 돼요. 따라서 새로 온 무수히 많은 손님이 홀수 번호 방을 찾아 들어가게 되면서, 호텔에 묵을 수 있게 되는 거예요. 이런 방법으로 늘 손님이 꽉 찬 무한 호텔은 언제나 손님을 받을 수 있는 상태가 됩니다. 이는 무한에 셀 수 없는 만큼을 더하든, 셀 수 있는 만큼을 더하든 모두 같은 무한이라는 사실을 알려주는 가설이랍니다.

 

이광연 한서대 수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