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원희룡 국토장관 후보자 “규제 완화, 투기 기회로 생각하면 큰 착각”

최만섭 2022. 4. 12. 05:16

원희룡 국토장관 후보자 “규제 완화, 투기 기회로 생각하면 큰 착각”

입력 2022.04.11 18:15
 
 
 

 

원희룡 국토부장관 후보자는 11일 “지나친 규제 완화가 잘못된 가격 신호로 연결되는 주택 공급은 윤석열 정부의 미래 청사진에 없다”고 말했다. 지난 5년간 왜곡된 부동산 시장 정상화를 위해 규제 완화는 예정대로 추진하지만, 그 과정에서 투기 심리가 확산하거나 집값이 과열되는 일은 없도록 막겠다는 의지를 강조한 것이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가 11일 오전 경기도 과천시 정부과천청사 2동에 마련된 청문회 준비 사무실로 출근하고 있다. /뉴스1

원 후보자는 이날 오전 인사청문회 준비를 위해 정부과천청사에 출근하며 취재진을 만나 주택임대차법 개정, 공시가격 급등 같은 문재인 정부의 주요 부동산 정책을 비판적으로 평가했다. 그는 “정부의 정책 실패로 인한 집값 장벽이 도저히 넘어설 수 없는 현대판 신분 계급이 돼 버린 상황”이라고 했다. 하지만 이런 상황을 어떻게 개선할지에 대해선 “신중하게 접근하겠다”는 입장을 되풀이했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국회 협조 없이는 바꿀 수 없는 규제가 많은 데다가 규제 완화를 성급하게 밀어붙이다가 집값이 과열돼 민심이 돌아서면 제대로 정책을 펴보지도 못하고 추진력을 잃을 수 있는 상황을 고려한 발언”이라고 분석했다.

◇“시장 제압한다는 오만한 접근 안 해”

원 후보자는 ‘시장 기능 복원’과 ‘다양한 의견 청취’를 부동산 정책 방향의 큰 틀로 제시했다. 그는 “집값을 단번에 잡을 수 있다거나 몇 번의 조치로 시장을 제압할 수 있다는 오만하고 비현실적인 접근은 하지 않을 것”이라며 “전문가들의 식견을 잘 받아들이고, 국민의 뜻과 새 정부의 의지가 잘 융합돼 가시적인 성과가 나오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윤석열 당선인의 주요 공약인 주택 공급 확대에 대해 원 후보자는 “실제 수요에 맞는 현실적 공급 대책을 가급적 이른 시일 안에 내놓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규제 완화가 일부 집단의 자산 증식 수단이 되는 것은 막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밝혔다. 그는 “민간 주택 공급을 활성화하고자 재건축·재개발 규제를 완화하는 것을 개발 이익을 누릴 수 있고, 투기 기회라고 생각하는 건 큰 착각”이라고 설명했다.

인수위가 최근 폐지 또는 축소를 추진하겠다고 밝힌 임대차 3법(계약갱신청구권, 전·월세 상한제, 전·월세 신고제)과 관련해서도 원 후보자는 “기대에 못 미치고 시장에 부작용을 준 부분이 있다”고 지적하면서도 “국가와 정책이 보호하는 대상은 절대다수인 세입자·임차인이란 점을 분명히 인식한 상황에서 (개선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국회 다수당인 더불어민주당이 임대차법 폐지에 반대하는 만큼 주무 부처 장관으로서 입법부를 자극하지 않으려는 의도로도 해석된다.

 

◇“공시가격 개편, 신중히 접근할 것”

원 후보자는 과거 제주지사 시절부터 현 정부의 공시가격 정책을 강도 높게 비판했다. 제주도 자체 공시가격 검증 센터를 운영하면서 사람이 살지 않는 폐가가 공시가격 조사 대상이 되고, 땅값을 포함한 주택 공시가격이 토지 공시가격보다 낮은 이상 사례를 적발하기도 했다. 하지만 원 후보자는 이날 공시가격 제도 개선 방법을 묻는 말에 “많은 문제점을 느끼긴 했지만, 정책은 어느 한 측의 요구와 입장만 갖고 결정할 수 없다”며 한발 물러나는 모습을 보였다.

원 후보자가 이처럼 신중한 입장을 보이자 부동산업계에선 “민주당의 역공을 의식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규제 완화를 무리하게 추진하다가 집값이 오르면 “새 정부가 집값을 들쑤셨다”는 책임론이 불거지면서 정권 초부터 국정 운영이 어려워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이날 안철수 인수위원장이 “부동산 폭등과 세금 폭탄은 명백히 현 정부의 잘못이지만, 새 정부가 출범하자마자 당장 바로잡기는 어렵다”고 말한 것 역시 문재인 정부 정책 실패의 책임을 윤석열 정부에 돌리는 것을 경계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원 후보자는 윤석열 당선인이 자신을 국토부장관으로 지명하면서 “시험대이자 독배가 될 수 있다”고 했다며 “서민·중산층 주거 안정과 부처 이기주의 타파 등을 당부했다”고 전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여소야대가 될 정치적 상황과 집값 등락에 민감한 여론을 감안할 때, 새 정부는 부동산 정책의 우선순위를 면밀히 정해 효율적으로 정책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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