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美, 더 센 긴축 예고... 시중자금 월 115조원 거둬들인다

최만섭 2022. 4. 8. 05:04

 

美, 더 센 긴축 예고... 시중자금 월 115조원 거둬들인다

5월 양적긴축 시사
연준, 가이드라인 제시
0.5%p 금리 인상 빅스텝도... 내달 ‘쌍끌이 돈줄죄기’ 나설 듯

입력 2022.04.07 20:31
 
 
 
 
 

 

제롬 파월 미 연방준비제도 의장/로이터 연합뉴스

40년 만에 최고 수준인 미국 물가를 잡기 위한 연방준비제도의 강도 높은 통화 긴축 ‘가이드라인(정책 방향)’이 모습을 드러냈다.

6일(현지 시각) 공개된 연준의 3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 의사록에 따르면, 다수의 참석자들은 월 950억달러(약 115조원) 한도 내에서 양적긴축(QT)을 진행하는 데 의견을 모았다. 양적긴축은 연준이 보유한 국채 중심의 채권 자산이 만기가 될 때 재투자하지 않거나 시중에 파는 방식으로 유동 자금을 흡수하는 정책이다. 경기 부양을 위해 채권 자산을 사들이는 방법으로 시중에 돈을 푸는 양적완화(QE)와 반대 개념이다. 양적완화가 호수에 물을 집어넣는 작업이라면 양적긴축은 물을 도로 빼내는 과정이다.

양적긴축과 별개로 연준은 오는 5월 통상적인 금리 변화 폭의 2배인 0.5%포인트를 올리는 이른바 ‘빅스텝(big step)’을 밟을 가능성이 크다. 양적긴축과 빅 스텝을 함께 가동해 ‘쌍끌이 돈줄 죄기’에 돌입하면 전례가 없는 빠른 속도의 통화 긴축이 이뤄지게 된다. 코로나 경기 방어를 위한 돈 풀기가 만들어낸 ‘유동성 파티’가 막을 내리게 된다. 한국은행도 꾸준히 기준금리를 올릴 예정이기 때문에 부동산, 주식 등 자산 시장이 위축되는 흐름으로 가게 된다.

월 최대 115조원 규모 양적긴축 예고

3월 FOMC 의사록에 따르면, 다수의 참석자들은 양적긴축의 월 상한선으로 미 국채 600억달러, 주택담보대출 유동화증권(MBS) 350억달러를 합친 950억달러로 정하는 방안에 대해 적절하다고 했다. 월 950억달러의 한도는 연준이 2017년 10월부터 약 2년간 양적긴축을 할 때 최대 한도가 월 500억달러였던 것과 비교하면 2배에 가까운 규모다. 이번에는 훨씬 빠른 속도로 긴축이 진행된다는 의미다. 양적긴축을 시작하는 시기에 대해 연준 의사록은 “이르면 5월”이라고 했지만, 시장에서는 5월 개시를 기정사실로 받아들이고 있다. 2월 미국의 물가 상승률이 40년 만의 최고치인 7.9%에 달할 정도로 인플레이션을 누르는 것이 시급한 과제가 됐기 때문이다. 재닛 옐런 미 재무장관은 이날 하원에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가리켜 “전 세계 식량 흐름을 망가뜨려 물가 폭등을 일으켰다”고 말했다.

 

다만 950억달러의 상한선을 곧바로 적용하지는 않고 점진적으로 늘려갈 전망이다. 연준 의사록에 따르면, 처음에는 적은 액수로 양적긴축을 시작해서 시장 상황에 따라 3개월이나 그보다 더 긴 기간에 걸쳐 단계적으로 액수를 늘려 월 950억달러까지 도달할 예정이다.

원래 연준이 가진 채권 자산은 1조달러에 못 미쳤다. 하지만 글로벌 금융위기 극복을 위해 2008년 이후 꾸준히 양적완화를 실시한 결과 2016년 5조달러 가깝게 늘어났다. 2017~2019년 사이에는 양적긴축으로 다소 액수가 줄었다. 그러나 코로나 사태를 맞아 다시 과감한 양적완화를 가동한 결과 올해 3월 말 기준으로 역대 최대치인 8조9371억달러(약 1989조원)에 달한다. 지나치게 많은 돈이 풀려 물가가 폭발적으로 뛰자 연준은 작년 11월 테이퍼링(자산 매입 축소)에 들어가 올해 3월 돈 풀기를 종료했다.

재닛 옐런 미 재무장관이 6일(현지 시각) 미국 하원 금융서비스위원회 청문회에 출석해 발언하고 있다. 옐런 장관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세계 질서에 대한 모욕”이라고 강도 높게 비판하면서“전 세계 식량 흐름을 망가뜨려 물가 폭등을 일으켰다”고 했다. /로이터 뉴스1

◇5월 ‘빅 스텝’ 확률 78.8%

3월 FOMC 의사록에 따르면, 다수의 연준 위원들은 인플레이션 압력이 올라가거나 강해진면 향후 한번 이상 기준금리를 0.5%포인트 인상하는 ‘빅 스텝’을 밟는 것이 적절할 수 있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시장 전문가들은 ‘빅 스텝’ 시기가 5월이 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7일 시장 금리의 흐름을 분석해 연준의 금리 인상 확률을 측정하는 시카고상품거래소의 ‘페드워치툴’은 5월 FOMC에서 ‘빅 스텝’이 나올 확률을 78.8%로 내다봤다. 연준이 마지막으로 금리를 0.5%포인트 올린 건 2000년 5월이었다.

5월에 ‘빅 스텝’과 양적긴축이 동시에 이뤄질 가능성이 예고되자 이날 뉴욕 증시는 출렁거렸다. 다우평균은 0.42%, S&P500은 0.97% 각각 내렸다.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지수는 2.22% 하락했다. 박성욱 한국금융연구원 거시경제연구실장은 “빠른 속도의 금리 인상과 양적긴축이 동시에 이뤄지면서 국내에서도 코로나 시대에 상승했던 부동산, 주식 등 자산 가격이 내려가는 방향으로 상당한 압력을 받을 것”이라며 “금융시장을 안정적으로 관리하는 것이 정부의 숙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경제부 손진석 기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