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세금으로 만드는 일자리·52시간 근로제 등 손본다

최만섭 2022. 4. 12. 05:19

세금으로 만드는 일자리·52시간 근로제 등 손본다

시장주의자 추경호가 이끌어갈 기재부

입력 2022.04.12 03:00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가 11일 오전 서울 중구 예금보험공사에 마련된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로 출근하고 있다.

새 정부 초대 경제부총리 후보자인 추경호 국민의힘 의원이 이끌 기획재정부는 문재인 정부 시절과는 완전히 달라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추 후보자가 20대와 21대 국회에서 기획재정위원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등에서 부동산 규제에서부터 국가 부채, 주 52시간 근로제 등 다양한 경제 현안에 대해 밝혔던 입장들을 보면 이런 방향성이 명확하게 드러난다. 기재부 안팎에서는 “추 후보자는 ‘시장주의자’에서 벗어나려고 하지 않을 것”이라는 말이 나온다.

기획재정부 내부에서는 주류 세력에 변화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문재인 정부에서 중용됐던 ‘예산 라인’들이 물러나고 정책 기획과 부처 간 조정 역할에 능한 ‘정책 라인’이 부상할 전망이다. 성장도, 일자리도 세금 퍼주기로 해결할 수 있다고 했던 문재인 정부와는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다주택자 규제, 분양가 상한제 등에 부정적

추 후보자는 자유시장경제 원칙을 강조하는 발언들을 주로 했다. 2020년 8월 국회 기재위 정책 질의에서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에게 “다주택자가 전부 범죄자냐, 투기꾼이냐”고 물었다. 홍 부총리가 “다주택자들이 (전세를 끼고 적은 돈으로 주택에 투자하는) 갭 투자를 한다”고 답하자 추 후보자는 “갭 투자가 범죄냐”고 되물었다. 다주택자들이 임대주택 상당 부분을 공급하는 만큼, 규제 대상으로만 봐서는 안 된다는 취지였다. 다만, “시장에 굉장히 큰 교란을 일으키는 행태나 탈세자는 엄벌해야 한다”며 불법적 투자 행태에 대한 엄정한 규제 필요성을 강조하기도 했다.

분양가 상한제에 대해서도 비판적이었다. 과도하게 분양가를 억누른 탓에 청약이 당첨되면 큰 시세 차익이 가능한 ‘로또 분양’을 초래했다는 것이다. 2020년 11월 예결위에서 당시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에게 “누군가 ‘뽑기’를 잘했다고 시세(차익) 수억을 버는 이 체계는 근본적으로 문제가 있다. 공정하지 못하다”고 지적했다.

◇재정 건전성 강조하고, 재정준칙 도입 추진할 듯

현 정부의 돈풀기 정책에는 비판의 날을 세웠다. 2020년 11월 예결위에서는 “국가채무비율은 필요할 때 마음껏 써도 된다, 높여도 된다는 경향이 있어서 굉장히 걱정이 많다”고 말했다. 그는 21대 국회 개원 직후인 2020년 6월 국가재정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을 45% 이하로, 관리재정수지 적자 비율을 3% 이하로 유지하는 재정준칙을 담고 있다. 그는 10일 기자간담회에서도 재정준칙의 법제화를 언급했다.

 

세금으로 만드는 일자리 역시 줄여야 한다는 입장이다. 2020년 8월 국회에서 “노인 일자리로 대한민국에 대단한 일자리가 많이 늘어난 것처럼 되고, 착시현상을 일으킬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주 52시간 근로제를 탄력적으로 완화하자는 주장도 했다. 그는 “월 단위, 연 단위로 추가 연장근로를 하게 해 달라는 중소기업 건의는 상당히 일리 있는 호소다”고 말했다. 한 주에 근로 시간 기준을 넘기더라도 월간이나 연간으로 맞추는 식으로 유연하게 적용하자는 뜻이었다.

◇힘 실리는 기재부, ‘패싱 논란’은 없을 듯

추 후보자는 금융정책국장·청와대 경제금융비서관·금융위 부위원장·기재부 1차관 등을 거쳤다. 이번 인수위에는 기재부 출신이 8명이나 파견됐다. 특히 김병환 경제정책국장(행시 37회)이 포함된 점이 이례적이다. 그만큼 차기 정부가 경제정책 부문이 주도하는 기재부에 힘을 싣는 것으로 해석된다. 이제까지는 성장 가능성이 큰 직원들이 인수위로 파견을 가고 핵심 보직인 경제정책국장은 남았다. 홍두선 공공정책국장(36회), 김명규 전 종합정책과장(43회) 등도 금융정책국 등을 거친 정책기획 라인이다.

기재부 안팎에서는 문재인 정부 시절 정치권이 밀어붙인 소득 주도 성장을 실행하기 위해 정부 예산을 집행하는 부처로 전락했던 기재부의 기능이 정상화될 기회를 맞았다는 반응이 나온다. 잠재성장률 제고나 가계·자영업자 부채 해결 방안, 산업 구조조정 등 거시적으로 정리해야 할 굵직한 사안들이 산적해 경제정책의 중요성이 더 커졌다는 평가다.

예산·재정 부문이 인수위에서 아예 배제된 것은 아니다. 경제1분과 전문위원으로 파견 온 조규홍 재정차관보(32회)와 김동일 대변인(37회)은 각각 예산총괄과장을 거친 예산통이다. 김완섭 예산총관심의관(36회)도 기획조정분과 실무위원으로 참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