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하이 먹거리 부족해 시위하는데... 당국 “애국주의 노래 불러라”
[박수찬의 차이나 종단횡단] 전시장은 ‘4만 병상’으로 개조
중국 상하이 훙차오공항 인근에 있는 중국 국가전시센터는 한 해 100건이 넘는 산업 전시회가 열려 일 년 내내 전 세계 비즈니스맨들로 붐볐던 곳이다. 매년 700억위안(약 13조4000억원) 규모의 계약이 체결되는 중국 국제 수입박람회도 열린다. 하지만 7일 이곳은 세계에서 가장 큰 코로나 임시 병원을 만드는 작업이 한창이었다.
하루에 인력 6000명을 투입해 24시간 진행하고 있는 공사가 8일 밤 끝나면 전시장은 병상 4만 개를 갖춘 초대형 코로나 환자 수용 시설로 거듭나게 된다. 중국 당국은 이와 별도로 저장, 장쑤 등 상하이 주변 지역에도 총 10만 실 규모의 격리 시설을 만들고 있다.
지난달 시작된 상하이의 코로나 상황이 갈수록 최악으로 치닫고 있다. 중국 보건 당국에 따르면 상하이에서는 6일 하루 1만9982명의 감염자가 확인됐다. 역대 최대 규모로 3월 이후 누적 감염자는 11만명을 넘어섰다.
지난달 28일 오전 5시 시작된 도시 봉쇄가 7일로 열흘째 이어지면서 2600만 시민들의 불편도 눈덩이처럼 커지고 있다. 상하이 교민 A씨는 “온라인 식료품 배달 서비스가 운영 중이긴 하지만 이용자가 몰려서 그런지 봉쇄 시작 이후 한 번도 주문에 성공하지 못했다”며 “아파트 주민들은 단지 주민위원회가 만든 단체 채팅방을 통해 식품을 공동 구매하고 전달받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 매체 차이신은 7일 “상하이의 한 소프트웨어 회사 직원 가운데 10%가 매일 라면, 과자, 냉동 식품으로 연명하고 있고, 요리를 할 줄 모르는 일부 직원의 경우 식료품이 바닥나 굶을 지경”이라고 말했다. 중국 전역에서 상하이로 채소를 보내고 있지만 시민에게 전달되지 못한 채소가 거리에 산처럼 방치돼 있거나 쓰레기처럼 버려진 영상도 소셜미디어에 올라오고 있다.
가장 큰 피해는 환자, 노인, 어린이 등 취약 계층에서 쏟아지고 있다. 시민의 외출을 금지하고, 의료 인력, 차량을 코로나 통제에 투입하면서 코로나 이외의 질병으로 사망하는 사례도 이어지고 있다. 지난달 30일에는 천식 환자가 구급차를 불렀지만 차량을 배정받지 못했고, 마침 다른 환자 이송을 위해 아파트 단지에 있던 구급차에 도움을 요청했으나 이송을 거부당해 숨지는 사례도 발생했다.
중국 소셜미디어에는 아버지(70)가 도시 봉쇄로 제때 치료를 받지 못해 숨졌다는 상하이 여성의 이야기도 화제가 됐다. 심장병, 당뇨 등을 앓았던 여성의 아버지는 담당 의사가 코로나 방역에 차출돼 당장 수술할 수가 없었고 6일 사망했다고 한다. 노부모와 따로 살던 여성이 이 소식을 듣고 주택 단지를 나가려 하자 방역 요원이 “작은 일”이라며 제지했고, 여성은 새벽 4시 자신의 주택 단지 문 앞에서 울부짖었다는 내용이다.
지난 2020년 우한 봉쇄 때와 달리 시민들은 언제 끝날지 모르는 정부의 통제에 불만을 터뜨리고 있다. 특히 일선에서 통제를 시행하는 말단 행정 단위인 거주민위원회(한국의 통·반 격)에 대한 불만이 적지 않다. 상하이 일부 지역 주민들은 식자재 공급 문제에 항의하며 주택 단지 안에서 시위를 벌였다. 저녁 시간 집집이 창문을 열고 애국주의 노래를 부르자고 거주민위원회가 제안하자 주민들이 단체로 “멍청한 거주민위원회”라며 욕설하는 동영상도 인터넷에 돌고 있다.
중국 정부는 군인 2000명을 비롯해 15개 성·시에서 3만8000명의 외부 인력을 상하이에 투입했다. 하지만 시민 이동을 통제하고 거의 매일 2600만명 시민 전체를 대상으로 코로나 검사를 진행해야 하는 일선 방역 요원의 어려움도 커지고 있다. 중국 매체 펑파이에 따르면 상하이의 한 거주민위원회 당서기는 외출을 요청하는 주민에게 울면서 “나도 무너지기 직전”이라고 호소하기도 했다.
전 세계 코로나 확산세가 꺾이는 가운데 제로 코로나 정책을 유지해 온 중국은 오히려 상하이, 지린 등에서 감염자가 늘면서 중앙정부가 느끼는 부담감도 커지고 있다. 중국 당국은 방역을 완화할 경우 어린이, 노인층 피해가 심각할 것이라며 “제로 코로나를 반드시 유지한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상하이 코로나 상황이 난국에 빠질 경우, 올가을 20차 당대회에서 3연임을 확정 짓고 ‘중국 공산당의 새로운 100년을 이끌 지도자’ 위치를 공고히 하겠다는 시진핑 주석 구상이 큰 타격을 받을 것이란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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