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3년 벽을 허물다
美 연방대법관에 첫 흑인 여성
미국 연방대법원 233년 역사에서 처음으로 흑인 여성 대법관이 탄생했다. 미 연방상원은 7일(현지 시각)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명한 커탄지 브라운 잭슨(52) 대법관 지명자에 대한 인준 표결을 진행해 찬성 53표 대 반대 47표로 지명안을 가결했다. 여성으로는 역대 6번째, 흑인으로는 3번째이며 ‘흑인 여성’으로는 처음이다. 척 슈머 상원 민주당 원내대표는 “오늘은 신기원을 이룬 날”이라며 “연방대법원의 역사에 흑인 여성이 대법관 직함을 가진 적은 없었다. 커탄지 브라운 잭슨이 처음이며 앞으로 더 많은 이들(흑인 여성 대법관)이 나오리라 믿는다”고 말했다. 워싱턴포스트는 “연방상원이 미국 정부 내에 남아 있던 가장 중요한 인종적 장벽 중 하나를 무너뜨리고 12년 만에 처음 민주당이 지명한 후보를 대법관으로 만들었다”고 보도했다.
공화당은 잭슨 판사를 “좌파 급진주의자”로 묘사하면서 인준을 막으려고 시도했지만 중도파로 분류되는 밋 롬니, 수전 콜린스, 리사 머카우스키 상원의원이 반대 행렬에서 이탈하면서 최초의 흑인 여성 대법관 인준이 이뤄졌다. 잭슨 지명자는 스티븐 브라이어(84) 연방대법관이 은퇴하는 6월 말이나 7월 초쯤 취임할 전망이다. 보수 6명, 진보 3명인 연방대법원 구성에는 변함이 없다.
1970년 워싱턴DC에서 태어난 잭슨 판사는 변호사인 아버지와 교사인 어머니 사이에서 자랐다. ‘커탄지’란 아프리카식 이름을 지닌 그는 어려서 서부 아프리카의 전통 의상인 ‘다시키’를 자주 입었다고 한다. 하버드대에서 행정학을 공부한 그는 잡지 타임지의 기자직을 잠시 거쳐 하버드대 로스쿨에 진학했다. 1999~2000년 브라이어 대법관의 재판연구원(law clerk)으로 일했고, 이후 국선변호인 경험도 쌓았다.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은 2009년 그를 ‘미국양형위원회’의 부위원장으로 지명했고, 2012년에는 워싱턴DC 지방법원 판사로 지명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2월 그를 차기 대법관으로 지명하면서 “미국의 여정이란 역사에 새로운 장을 쓸 사람”으로 소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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