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하산 공공기관장들, 노조 눈치만 보게될것”
公기관 노동이사제, 학계·재계 등 우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에 이어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공공기관 노동이사제에 대해 찬성 입장을 밝히자, 재계가 “한국의 대립적 노사 관계 현실을 무시한 것”이라며 크게 우려하고 있다. 노동이사제는 근로자 대표가 의결권을 갖고 이사회에 참여하는 제도로, 독일을 비롯한 유럽에서 주로 시행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2016년 박원순 시장 시절 서울시가 산하 13개 기관에 근로자 이사를 의무화하는 조례를 제정하며 도입됐다.
재계는 국회에서 입법 추진 중인 공공기관 노동이사제에 대해 공개적으로 반대 의사를 표명해왔다. 대한상공회의소·중소기업중앙회·한국경영자총협회·한국중견기업연합회 등 경제 4단체는 최근 발표한 입장문에서 “기업의 이사회가 노사 교섭과 갈등의 현장으로 변질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며 “이로 인한 부작용은 국민 부담으로 전가될 것”이라고 밝혔다. 반면 여당과 노동계는 기획재정부에 쏠려 있는 공공기관 운영 권한을 분산하고, 방만 경영에 대한 감시와 공공성 강화를 위해 노동이사제 시행을 서둘러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 “공공기관 방만 운영 늘어날 것”
노동이사제는 현재 OECD 회원국 중 독일을 포함한 오스트리아, 덴마크, 프랑스 등 유럽 국가를 중심으로 운영 중이다. 당초 노사 협력을 통해 경영 투명성과 생산성을 높일 수 있다는 취지였다. 하지만 최근 노동이사제 본산인 독일에서도 유명무실화되고 있다. 급변하는 경영 환경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는 판단이다. 독일에서는 노동이사제 의무 대상 기업 945곳 중 307곳이 외국 법인으로 전환하는 방식으로 이 제도 도입을 피해 왔다. 최준선 성균관대 명예교수는 “노동이사제가 기업 혁신과 성장에 장애가 된다는 인식이 점점 커지고 있다”며 “독일에서는 노동이사제 의무를 벗어나는 기업들의 주가가 더 많이 올랐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고 말했다.
재계에선 노동이사제 도입으로 가뜩이나 방만한 공공기관의 운영이 더 나락으로 빠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공공기관에선 새 기관장이 올 때마다 노조가 출근 저지 투쟁을 벌이고, 신임 기관장이 노조의 요구를 수용하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노동이사제까지 도입되면 노동조합이 사실상 기관을 좌지우지하게 된다는 것이다. 게다가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중장기 재무 관리 대상인 공공기관 40곳 중 19곳은 벌어들인 이익으로 이자도 갚지 못할 정도로 경영난에 시달리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경제학 원로 교수는 “공공기관 수장들이 임기 동안 말썽이 없도록 노조 눈치만 볼 것”이라며 “주인 없는 회사인 공공기관이 정말 노영(勞營) 기업이 되고 말 것”이라고 우려했다.
한국경영자총협회가 전국 4년제 대학 경제·경영학과 교수 200명을 대상으로 ‘노동이사제 도입이 공공기관의 경영에 미칠 영향’에 관해 설문조사한 결과, 44%가 “방만 경영과 도덕적 해이가 늘어날 것”이라고 답했다.
◇재계 “민간 기업으로 확산은 시간문제”
재계에서는 공공 부문에서 노동이사제가 도입될 경우, 민간 기업으로 확산은 시간문제라고 보고 있다. 실제로 노동계에서는 공공기관뿐 아니라 민간 기업에도 노동이사제를 적용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국노총 출신 민주당 이수진 의원은 지난 4월 민간 기업에 대해서도 노동자가 추천하는 노동이사·노동감사 등을 도입하는 ‘근로자 대표제 및 경영참가법’ 제정안을 발의했다.
김용춘 한국경제연구원 고용정책팀장은 “지금도 우리 기업들은 전투적 노조 때문에 몸살을 앓는데 노동이사제까지 도입되면 이사회가 투자 논의가 아닌 투쟁의 장으로 변질될 우려가 크다”며 “만일 한국에 노동이사가 있었다면 오늘날 삼성과 현대차 같은 글로벌 기업이 나오기 어려웠을 것”이라고 말했다. 10대 기업의 고위 임원은 “최근 주요 대기업이 이사회 중심의 결정을 강조하고 있는 상황에서, 노동이사가 주주와 기업의 이익에 앞서 근로자의 이익만을 대변하려고 하면 이사회가 마치 단체교섭장과 같이 변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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