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

국민이 백신과학 신뢰… 3개월새 접종률 75계단 점프, 美·英 제쳐

최만섭 2021. 10. 25. 05:34

국민이 백신과학 신뢰… 3개월새 접종률 75계단 점프, 美·英 제쳐

[접종률 70% 돌파]
접종 시작 8개월만에… 집단방역 첫 관문인 70% 넘어
전문가들 “한국의 초고속 접종, 백신 거부감 적었기에 가능했다”
서울 전철·버스 오늘부터 정상화… 지방공항 국제선도 내달 재운항

이준우 기자

김민정 기자

입력 2021.10.25 03:47

 

 

 

 

 

주요국 백신 접종 완료율

23일 국내 백신 접종 완료율이 70%를 넘어선 것은 첫 접종이 시작된 지난 2월 26일 이후 약 8개월, 정확히 239일 만이다.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소속 국가 중 접종 완료율이 70%를 넘긴 곳은 24일 기준 포르투갈(86.8%)·스페인(79.6%)·캐나다(73.4%)·이탈리아(70.6%) 등 한국 포함, 10국에 불과하다. 정부는 “접종 완료율 70% 돌파는 OECD 국가 중 셋째로 빠른 속도”라고 했다. 전 세계 기준으로도 접종 완료율이 70%를 넘는 나라는 약 30국에 불과하다. 국제 통계 사이트인 ‘아워월드인데이터’ 기준으로 한국은 지난 7월 말 접종 완료율(13.9%)이 세계 104위에 그쳤지만, 현재는 29위까지 초고속으로 치고 올라왔다.

전문가들은 한국이 비교적 빠른 속도로 접종 완료율 70%를 달성할 수 있었던 가장 큰 원동력으로 백신 접종이야말로 코로나 사태의 종결자라는, ‘과학에 대한 국민 신뢰’와 ‘자발적인 참여 의식’을 꼽는다. 백신 도입 초기만 해도 혈전(피딱지)·심근염·심낭염 등 각종 희소 부작용에 대한 우려와 불안감이 컸지만 ‘코로나로부터 자신과 가족의 생명을 지키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백신 접종’이라는 믿음과 확신이 있었기에 가능했다는 것이다.

2021년 7월 19일 광주 북구 예방접종센터에서 고3학생들과 교직원들이 코로나 예방접종을 하고 있다. /김영근 기자

천은미 이화여대 교수는 “우리나라 국민이 백신에 대해 갖는 거부감은 다른 나라와 비교해도 상당히 낮은 편”이라며 “(코로나 사태 초·중반기에) 백신 도입이 더 빨리 이뤄졌다면 접종률 속도 역시 지금보다 훨씬 빨랐을 것”이라고 말했다. 백신 접종 역사가 긴 유럽 국가들의 경우 오래전부터 각종 부작용 사례를 겪으면서 백신에 대한 거부감이 큰 편으로, 코로나 백신 접종률 상승세가 주춤해진 상태다. 정기석 한림대 교수는 “우리나라는 불과 1960년대만 해도 소아마비·콜레라 등 각종 질병이 한창 유행했지만 백신 접종으로 현재는 이 질병들이 거의 사라졌다”며 “역사적 경험을 통해 백신에 대한 믿음이 굉장히 견고하게 자리 잡고 있다”고 했다. 결국 과학에 대한 신뢰가 초고속 백신 접종으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국내 접종완료율 70% 도달까지

하루 최대 100만명까지 백신 접종이 가능한 국내 의료 인프라와 의료진의 헌신도 빼놓을 수 없다. 백신을 보관할 수 있는 시설을 갖춘 동네 병·의원(위탁의료기관) 약 1만4000여 곳이 접종에 동참하고 있다. 매년 인플루엔자(독감) 백신을 대규모로 공급하는 노하우를 바탕으로 코로나 백신 역시 안전하게 병원으로 운송할 수 있는 것이다. 한때 백신 접종 사전 예약을 하면서 한꺼번에 많은 사람이 몰리며 접속이 안 되는 ‘예약 대란’ 사태가 있었지만 질병관리청의 온라인 예약시스템도 개선되면서 접종률 제고에 도움이 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정재훈 가천대 교수는 “작년 말부터 이어져온 사적 모임 제한 등으로 우리 국민의 일상 회복에 대한 기대감은 어느 때보다도 큰 상태”라며 “백신 접종만이 예전으로 돌아갈 수 있는 방법이라는 데 대다수 국민이 동의하고 있다”고 했다. 최재욱 고려대 교수는 “대기업들이 백신 휴가 도입 등 자발적으로 직원들의 접종을 독려한 것 역시 큰 역할을 했다”며 “민간 경제 주체들의 노력도 잊어선 안 된다”고 말했다.

지난 9월 11일 추석을 앞두고 전남 강진군 관계자들이 고향방문을 자제해 달라는 내용의 현수막을 걸고있다./김영근 기자

접종 완료율 70% 달성으로 서울 대중교통과 지방 공항 운영이 정상화 수순에 들어가는 등 ‘위드 코로나’ 분위기도 점점 무르익고 있다. 지난 7월 9일부터 평일 밤 10시 이후 최대 20% 감축 운영됐던 서울시 대중 교통은 4개월 만에 감축 이전 수준으로 돌아간다. 지하철 2호선과 5~9호선, 우이 신설선 및 시내·마을버스 운영이 25일부터 정상화한다고 서울시가 밝혔다. 코레일과 연계 운행 중인 지하철 3·4호선은 12월 1일부터 순차적으로 정상화된다. 작년 4월 국제선 운항이 인천공항으로 일원화된 이후 1년 7개월 동안 중단됐던 지방 공항의 국제선 운항도 11월부터 재가동된다. 김해공항은 이르면 11월 말부터 사이판(주 2회)과 괌(주 1회) 운항을 시작한다. 지방 공항에선 접종 완료자와 재외 공관에서 발급하는 격리 면제서 소지자가 국제선 비행기를 탈 수 있다.

한편 25일 정부가 내놓을 ‘단계적 일상 회복 추진안’에는 현재와 비교해 각종 방역 조치들이 파격적으로 풀릴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전해졌다. 수도권 밤 10시, 비수도권 밤 12시로 운영이 제한되고 있는 식당·카페 등을 비롯해 다중이용시설의 영업 시간 제한은 대폭 풀릴 전망이다. 정부는 25일 오후 공청회에서 단계적 일상 회복 추진안을 공개한 후, 전문가 논의를 거쳐 29일 최종안을 발표할 계획이다.

 

 

이준우 기자

 

조선일보 사회정책부 이준우 기자입니다. 코로나 관련 이슈를 주로 다루고 있습니다.

 

김민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