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代 70%가 앓는 하지정맥류, 예방 비법은 ‘까치발’
[”이 병은 내가 안다”] ⑩ 하지정맥류 시술 전문의의 극복기
박상우 건국대 병원 영상의학과 교수·팔다리혈관센터장
입력 2021.10.20 22:33
필자는 하지정맥류를 치료하는 의사이자 동시에 하지정맥류 치료받은 환자다. 수많은 강의에서 하지정맥류 위험 인자로 오래 서있는 직업을 예로 들었다. 예방법으로 자주 걷고 다리를 심장보다 높게 하고 자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중이 제 머리 못 깎는다는 말처럼 정작 나한테 하지정맥류가 왔다. 혈관 조영술이나 엑스레이 투시 영상을 보면서 진단과 처치를 하는 인터밴션 영상의학과 의사이기에 무거운 방사선 차폐복을 입고 온종일 서서 일한다. 하지정맥류 발생 고위험 그룹이었다. 결국 오른쪽 다리에 푸릇푸릇한 정맥들이 튀어나오기 시작했다. 저녁이 되면 다리를 소파에 올리고 한참 있지 않으면 다리가 천근만근이 됐다. 새벽에 난데없이 종아리에 쥐가 나서 소리를 지르며 깨어나기 일쑤였다.
/게티이미지뱅크
하지정맥류는 기실 질병 이름이 아니고 만성 정맥 부전으로 나타나는 임상 증상이다. 만성 정맥 부전이란 정맥의 피가 역류하는 것을 막아 주는 판막에 이상이 생기거나 정맥 벽에 문제가 있어서 심장 쪽으로 가야 할 정맥 피가 사타구니에서 종아리 쪽으로 거꾸로 흐르는 질환이다. 정맥 피 역류가 심해지면 이를 감당하지 못하는 정맥이 풍선 부풀 듯 튀어나오고, 다리가 붓고 쥐가 잘 나는 등의 증상이 생긴다.
오래 서 있는 직업에 이런 현상이 온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지만, 예방 활동을 하지 않았고 결국 하지정맥류가 나에게 오고 말았다. 한번 생긴 만성 정맥 부전은 저절로 좋아지지 않는다. 하지정맥류 시술 의사가 자기 것을 치료받아야 하는 상황이 온 것이다.
경험을 토대로 다양한 방법을 놓고 나 자신에게 뭘 할지 고민했다. 핵심 부위를 묶는 수술적 치료 방법은 전통적이고 건강보험 적용을 받아서 치료비가 저렴하다. 하지만 수술하지 않고 뭔가를 찌르고 주입하는 내 전공 인터벤션 치료법을 받기로 했다. 재발률에 별 차이가 없는 데다, 치료 후 통증, 시술 후 일상으로 복귀하는 데 걸리는 시간 등이 월등히 낫기 때문이다.
인터벤션 방법 안에서도 어떤 방식을 정해야 했다. 부푼 정맥을 열을 이용해 지지는 레이저와 고주파, 접착제를 사용해 정맥을 납작하게 붙여버리는 방법, 그리고 정맥 안에 경화제를 넣어 혈류를 차단하는 방법 등이 국내에서 가능하다. 환자 정맥 위치나 상태 등을 고려하여 치료 방법을 정하는데, 모두 한쪽 다리 치료를 1시간 이내에 끝낼 수 있다. 필자도 이 중 한 방법으로 간단히 치료받았으며 시술 시간은 30분도 채 걸리지 않았다.
만성 정맥 부전에 따른 하지정맥류가 정확히 진단됐다면, 환자들은 치료를 두려워할 필요가 없다. 출혈과 통증이 없이 일상생활로 금세 돌아갈 수 있다.
하지정맥류를 예방하는 가장 좋은 일상 방법은 걷기, 가벼운 조깅 등 운동이다. 잘 때 다리를 심장보다 높게 하기 위하여 이불이나 베개를 발목 밑에 괴는 것도 좋다. 비만이 원인일 수 있으니 과도한 체중 증가도 피해야 한다. 오래 서 있는 직업은 정맥 압력이 높아지니 정맥 부담을 덜기 위해 압박 스타킹을 사용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
치료 받은 후에도 이와 같은 예방 수칙을 지켜야 한다. 일정 기간 압박 스타킹을 착용하고 걷기 운동과 종아리를 주물러 주는 마사지를 꾸준히 해야 한다. 다리 정맥 피를 심장으로 쭉쭉 올려 주는 것이 좋기 때문에 서 있는 경우 까치발을 자주 들어 주어 정맥 피를 위로 짜주면 좋다. 필자가 이런 것을 게을리 했기에 하지정맥류로 고생했다. 이제는 예방과 관리 수칙을 지키려고 매일 노력한다. 하지정맥류 고위험군<그래픽 참조>과 이미 발생한 사람도 마찬가지다.
하지정맥류로 치료받은 환자는 2011년 13만4000여 명에서 2020년 21만6000명으로 10년 새 61% 늘었다. 고령 사회로 갈수록 탄력 잃은 정맥으로 환자가 는다. 50대가 넘어가면서 빈도가 급격히 높아져 70대 이상에서는 70%에게서 발견된다는 연구 보고도 있다. 예방 활동을 꾸준히 하여 나이 들어도 건강한 다리로 돌아다니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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