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

질병도 남녀유별... 남성이 여성보다 심근경색 3배 많다

최만섭 2021. 6. 24. 05:23

질병도 남녀유별... 남성이 여성보다 심근경색 3배 많다

성별 따라 질병도 다르다 ‘성차의학’

김나영 분당서울대병원 소화기내과 교수

김철중 의학전문기자

입력 2021.06.23 23:09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이 처방되는 수면제 졸피뎀. 미국에서 700여 건의 교통사고가 졸피뎀과 연관된 것으로 보고됐다. 전날 졸피뎀을 먹었는데, 잠에서 덜 깨어 일어난 사고였고, 대부분 여성 운전자였다. 여성은 남성보다 졸피뎀이 체내에서 대사되고 배출되는 속도가 느리다는 것을 뒤늦게 알게 됐다. 여성에게서 5배 높은 혈중 약물 농도가 유지되는 것이 확인됐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이에 따라 식품의약품안전국(FDA)은 2013년 졸피뎀 복용 다음 날 운전 또는 집중력이 요구되는 작업을 피할 것을 권고했다. 특히 여성에게는 첫 처방 용량을 기존 절반인 5mg으로 낮추도록 했다. 약물을 개발하고 치료 용량을 결정하는 단계에서 남녀 차이를 감안하지 못해 일어난 일이다.

 

◇약물 대사 남녀 차이 알아야

여성과 남성은 성호르몬과 유전자에 의해 차이가 나는 성(sex) 측면과 음주·흡연 등 사회문화적 행동이나 역할 차이에 의해 다른 젠더(gender) 측면으로 구별할 수 있다. 두 가지가 상호 연관성을 가지며 남녀 차이를 만든다. 이를 성차의학이라고 한다.

현대 의학은 키 170cm, 몸무게 65kg 남자를 기준으로 연구되고 분석됐다. 하지만 졸피뎀 사례처럼 남녀 차이를 고려하지 않으면 비극적인 결과가 나올 수 있다. 1953년에 진정제로 개발된 ‘탈리도마이드’ 약은 임신부가 복용했을 경우의 문제를 생각치 않고 시판되다가 그 약물로 인해 1만명 이상의 기형아가 태어났다. 여성 심박동은 심전도상 특정 파동 간격이 남성보다 긴데, 1980년대 이를 고려치 않은 식도염 약물이 나왔다가 여성에게 심장마비를 일으키는 사건도 있었다. 미국 회계감사원에서 1997년부터 2001년까지 부작용 발생으로 퇴출된 10개의 의약품을 조사한 결과, 8개가 여성에게서 남성보다 더 높은 위험도를 보인 것으로 밝혀졌다.

남녀에서 약물 대사와 부작용은 왜 다르게 나타나나. 기본적으로 생물학적 차이에서 기인한다. 수면제 졸피뎀 같은 약은 지방에 잘 흡수되는데, 여성이 남성보다 체내 지방을 더 많이 가지고 있어, 여성의 몸에 더 오래 남아 있게 된다. 여성호르몬은 간을 통해 대사되는 약물에 영향을 줄 수 있다.

 

여성은 콩팥 크기가 작아, 같은 용량의 약을 먹었을 때 콩팥을 통한 약물 배출 속도가 느려진다. 또한 여성은 남성보다 만성적인 증상을 더 많이 호소하는 경향이 있다. 결국 더 많은 약을 복용하게 되어, 약물 간 상호작용에도 더 자주 노출된다는 의미다

 

질병 발생에도 남녀 차이

식후 더부룩함과 속쓰림 증상이 나타나는 기능성 소화불량증은 여성이 많은데, 여성호르몬 에스트로겐이 뇌와 위장이 연결된 회로를 자극해 스트레스 호르몬 분비를 늘리기 때문이다. 반면 에스트로겐은 위암과 대장암 발생 예방 효과를 가져 이 암들은 남성에게 2배 정도 많다. 성호르몬과 이로 인한 면역 기전 차이, 남녀 행동 차이 등으로 남성은 식도암, 위궤양, 췌장염, 심근경색증, 뇌졸중, 간암, 폐암, 강직성 척추염 등이 여성보다 많다. 여성은 갑상샘암은 남성보다 6배, 골다공증은 5배 많다. 이 밖에 치매, 우울증, 류머티즘 관절염 등에 더 많이 걸린다.

미국 존스홉킨스의대 연구에 따르면, 여성은 남성보다 예방접종 후 항체 반응이 더 크게 나타나거나, 빈번한 부작용을 겪는다. 이번 코로나 아스트라제네카 백신도 20~30대 여성에게서 혈전 발생 부작용이 상대적으로 많았다.

여성 질병으로 여기고 방심하다가 남성에게서 병의 발견이 늦어지는 경우도 있다. 국민건강 영양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70대 이상 남성 18%에서 골다공증을 가지고 있다. 이들 중 실제 치료를 받는 경우는 일곱 중 하나에 불과하다. 골다공증은 여성 질병이라고 여기고, 관심을 덜 둔 탓이다.

여성은 남성보다 몸집이 작은 사람이 아니다. 이제 약물을 처방하거나, 질병을 찾아낼 때, 수술 등 특정 치료를 하면서 심리적 요인을 고려할 때 등에서 의료진과 환자 모두 남녀 차이를 인지하고, 그에 맞는 세심한 조치와 관리가 이뤄져야 한다.

/김나영 분당서울대병원 소화기내과 교수, 김철중 의학전문기자

 

김철중 의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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