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족 노조

“대체근로, 美·日은 되는데 우린 왜 안되죠”

최만섭 2021. 4. 15. 05:09

“대체근로, 美·日은 되는데 우린 왜 안되죠”

고용 차관에 울분 쏟아낸 기업

곽래건 기자

입력 2021.04.15 03:00 | 수정 2021.04.15 03:00

 

 

 

 

 

우리가 자동차 만들어서 한국에만 파는 게 아니라 세계 시장에서 경쟁합니다. 그런데 이렇게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어떻게 경쟁을 합니까.”

14일 아침 열린 대한상의 고용노동위원회 간담회. 한 중견기업 대표가 박화진 고용노동부 차관에게 뼈 있는 말을 쏟아냈다. 그는 “(노동 규제로) 자동차 산업이 글로벌 경쟁에서 밀려 위축된다면 국민이 받을 피해는 규제로 얻는 것보다 훨씬 더 크다”고 말했다. 재계에선 이날 발언을 두고 ‘기업들이 노동계 중심으로 정책을 추진한 정부에 작심 발언을 한 것’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2년 만의 간담회서 날 선 비판

이날 간담회는 대한상의 고용노동위원회가 박 차관을 초청해 비공개로 강의를 듣는 자리였다. 대한상의 회원사 대표와 인사·노무 임원 50여 명이 활동하고 있다. 강연회에는 국내 대기업과 중견기업 임원 30여 명이 참석했다.

작심 발언은 차관 강연이 끝난 뒤 질의응답 시간에 나왔다. 참석자들 질문을 모아 한꺼번에 내는 방식이었다. 어느 기업에서 무슨 질문을 하는지 드러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다. 질문에는 중대재해기업처벌법, 노조법 개정, 파업 시 대체근로 금지, 경직된 노동 유연성 문제에 대한 비판이 담겼다. 형식만 질문이었을 뿐, 내용은 항의와 건의에 가까웠다.

◇외부 노조 활동가 회사 활보

지난 1월 국회에서 통과된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은 집중 탄원 대상이었다. 이 법은 사망 사고 등 중대재해가 발생하면 경영 책임자를 징역 1년 이상 또는 벌금 10억원 이하로 처벌하는 게 핵심. 참석자들은 “법이 모호하고 처벌이 과하다”며 “아무리 안전 관리를 잘해도 근로자 실수로 사고가 날 수도 있는데, 대체 어디까지 책임을 져야 하는지 명확하게 해달라”고 요구했다. 이어 작년 12월 통과된 노조법 개정안도 문제 삼았다. 개정 노조법은 해고자나 해당 회사 직원이 아닌 경우에도 노조에 가입하게 해주고 회사 출입도 일부 허용했다. “회사와 상관 없는 전문 노조 활동가가 노조원 자격으로 사업장을 활보하면 기업에 어떤 부작용이 일어날지 모른다”고 했다. 대체근로가 허용되지 않는 부분에 대해서도 아쉬움을 토로했다. 경영계는 노조법 개정 당시 파업 때 회사가 대체 인력을 투입하는 걸 금지하는 규정을 삭제하자고 요구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기업들은 “경쟁국 미국, 일본 등은 대체근로를 허용해준다”면서 “대체근로를 할 수 없기 때문에 노조가 파업 결정을 쉽게 내린다”고 보고 있다. 다만, 미·일에서도 제도상으로 허용했을 뿐, 파업이 적어 실제 대체근로자를 고용하는 경우는 드물다.

 

경직된 노동 유연성에 대해서도 일침을 놨다. “외국과 비교해 파견을 허용하는 범위가 너무 좁고, 쉽게 고용이나 해고를 하지 못해 오히려 비정규직이 늘었다”는 것이다. 현대자동차에서는 노조 동의 없이 노조원이 어느 생산라인에서 일하는지도 바꿀 수 없다. 이런 경직성이 회사가 하도급 업체를 이용하도록 내몰면서 비정규직을 양산했다는 논리다.

◇정부 “일부 논의해볼 수는 있어”

박 차관은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은 현재 시행령을 마련 중이고 올해 상반기에 공개해 기업 의견을 수렴하겠다”고 했다. 노조법 개정에 대해서는 “직원이 아니어도 노조원이라면 노조 사무실에 들어가거나, 운동장에서 피케팅하는 것 정도는 사용자도 일정 부분 보장해야 할 측면이 있다”고 했다. 대체근로 허용 문제에 대해서는 “허용할 경우 근로자 입장에서 사용자에 맞설 수 있는 파업이라는 수단이 없어지게 된다”며 “경영계가 많이 말씀하는 만큼 논의해볼 수 있다”고 했다. 노동 유연성 문제에 대해서는 “파견이 제한적인 대신 기업들이 도급, 용역 등 형태로 유연성을 확보했다”며 “중지를 모아보고 이야기를 해봐야 하는 일”이라고 했다.

 

곽래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