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족 노조

민노총, 최저임금위원에 “사퇴하라” 메일폭탄

최만섭 2021. 5. 11. 05:12

민노총, 최저임금위원에 “사퇴하라” 메일폭탄

최저임금 인상 전방위 압박 의도
전교조도 차등성과급 ‘팩스 공격’
법조계 “일종의 협박, 法위반 소지”

곽래건 기자

입력 2021.05.11 03:59 | 수정 2021.05.11 03:59

 

 

 

 

 

민주노총이 최저임금위원회 공익위원들에게 사퇴를 요구하는 ‘이메일 폭탄’을 대거 보내면서 논란이 되고 있다. 내년도 최저임금 심의가 본격화하기 전 장외에서 최저임금 인상을 압박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하지만 최저임금위원회에 근로자 위원으로 참여하며 엄연히 심의 주체로 활동하고 있는 민노총이 다른 위원들을 이런 식으로 압박하는 게 맞느냐는 비판이 나온다. 불안감을 유발하는 메시지를 반복적으로 보내는 것이 일종의 ‘협박’에 해당해 정보통신망법 위반 소지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위원 그만두라'며 이메일 폭탄

민노총은 10일 최저임금위원회 공익위원들을 대상으로 항의 이메일을 보내는 캠페인에 착수했다. 별도의 홈페이지를 만들어 공익위원 9명의 이름과 얼굴을 그린 캐리커처를 올려놓았다. 스마트폰으로 이 홈페이지에 접속해 위원별로 있는 ‘메시지 보내기’ 버튼을 누르면 해당 위원의 이메일로 항의 메시지가 자동 발송된다. “지난 2년간 역대 가장 낮은 최저 인상률을 결정한 공익위원께서는 자진 사퇴하시길 바란다” “저임금 노동자의 생계를 위험으로 내몬 공익위원들의 자진 사퇴를 촉구 드린다”는 내용 등이 담겼다. 10일 오후 8시까지 이메일 4500여건이 발송됐다.

민노총은 올해 공익위원 9명의 사퇴를 계속 요구하고 있다. 최저임금은 문재인 대통령의 ‘최저임금 1만원’ 공약에 따라 2018년(2017년 결정) 16.4%, 2019년 10.9% 등 급격하게 인상됐다. 하지만 저임금 일자리가 오히려 줄어드는 등 부작용이 생기자 2020년 2.87%, 2021년 1.5%로 인상률이 대폭 낮아졌다. 민노총은 이 결정 과정에서 현재의 공익위원들이 결정적 역할을 했다고 보고 있다.

공익위원 임기는 오는 13일 끝난다. 다만 정부는 이들을 유임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민노총은 이를 계기 삼아 이메일 폭탄으로 사퇴를 종용하고 있는 것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공익위원은 10일 본지 통화에서 “이메일이 수백 건 넘게 쏟아지고 있는데 솔직히 마음이 좋지 않다”며 “근로자 위원으로 위원회에 참여 중인 민노총이 공식 채널을 놔두고 이런 식의 압박을 가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했다. 민노총은 앞선 2018년 4월 국회가 최저임금에 들어가는 수당 등의 범위를 늘릴 때 ‘인상 효과가 떨어진다’고 반발하며 환경노동위원회 여야 의원들에게 원색적인 욕설이 담긴 문자 폭탄을 보낸 적이 있다.

 

전교조도 하루 500개씩 팩스 폭탄

전교조도 지난달 30일부터 이달 중순까지 차등 성과급을 폐지하라는 ‘팩스 투쟁’을 벌이고 있다. 교육부는 2001년부터 평가에 따라 교사들에게 성과급을 3단계로 나눠 다르게 지급하고 있는데, 전교조는 이를 폐지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전교조는 팩스 투쟁을 시작하며 낸 보도 자료에서 “차등 성과급 지급을 강행한 교육부와 인사혁신처에 교사들이 분노의 마음을 담아 팩스를 보내고 있다”며 이를 ‘팩스는 분노를 싣고’라는 이름의 ‘민원 전송 투쟁’이라고 불렀다.

전교조는 “교육부 담당자가 ‘최근에 하루에 500개씩 차등 성과급을 폐지하라는 팩스가 와서 업무가 마비되고 있습니다’라고 어려움을 토로한다. 인사혁신처 팩스는 과부하가 걸려 있다고 한다”며 투쟁 성과를 자랑하기도 했다.

정보통신망법 위반 소지

하지만 법조계에선 민노총의 이메일 폭탄, 전교조의 팩스 폭탄이 법 조항 위반 소지가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현행 정보통신망법 44조7은 ‘정보통신망을 이용해 공포심이나 불안감을 유발하는 문자 등을 반복적으로 상대방에게 유통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한다. 위반하면 1년 이하 징역이나 1000만원 이하 벌금으로 처벌받는다. 법무법인 ‘강’의 구주와 변호사는 “이메일 내용이 사퇴를 촉구하는 것인 데다 저임금 노동자의 생계를 위험으로 내몰았다는 표현도 있어 반복적으로 발송되면 당사자 입장에선 불안감을 느낄 수 있다”며 “대량의 팩스 발송도 마찬가지라 모두 정보통신망법 위반 소지가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