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

유현준의 도시 이야기] 기후변화와 빈부 양극화 극복, 나무 건축에 길 있다

최만섭 2021. 4. 9. 05:17

유현준의 도시 이야기] 기후변화와 빈부 양극화 극복, 나무 건축에 길 있다

유현준 홍익대 교수·건축가

입력 2021.04.09 03:00 | 수정 2021.04.09 03:00

 

 

 

 

 

나무 건축

현재 우리 사회의 문제는 크게 두 가지다. 첫째는 ‘빈익빈 부익부’다. 양극화가 심해지고 계층 간 이동 사다리가 없다는 점이 문제다. 집값은 너무 올라서 부동산을 소유할 수 있는 중산층이 점점 사라지고 있다. 소수의 사람에게 자본과 권력이 집중되는 암울한 미래다. 둘째 문제는 기후변화다. 탄소배출량을 혁신적으로 줄이지 못하면 해결하기 어렵다. 둘째 문제는 첫째 문제를 더욱더 가속화시킨다. 기후변화에 대한 대책이 없이 첫째 문제 해결만 노력하면 구멍 난 독에 물을 붓는 꼴이다. 이 둘을 건축적인 측면에서 해결할 방법은 무엇일까? 현대식 목(木)구조로 건물을 지으면 용적률을 높일 수 있도록 인센티브를 주는 것이 한 해법이 될 수 있다.

 

서울 집중화 부른 교통 발달

집값이 높아지는 것은 공급 부족이 가장 큰 이유다. 통화량 증가 때문에 집값 상승은 전 세계적 추세라고 진단하는 사람이 있지만, 만약에 그 이유라면 다른 나라도 한국처럼 집값이 몇 배 올랐어야 하는데 그렇지 않았다. 현재 한국 집값이 오르는 원인은 크게 두 가지다. 우선 서울 집중화다. 교통수단의 발달로 시간 거리가 단축되었기 때문이다. 서울에 직장이 있는 사람들 중 다수는 용인이나 광명시 같은 수도권에 살면서 출퇴근을 한다. 수도권에서 서울 직장까지 한 시간 반이 걸리기 때문이다. 한 시간 반은 사람들이 가지는 통근의 심리적 저항선이다. KTX로 대구까지 한 시간 반 만에 갈 수 있게 되었다. 그러자 대구의 대형 병원이 망했다. 서울의 대형 병원에 한 시간 반 만에 갈 수 있기 때문이다. 세종시가 서울 인구를 분산시키는 데 도움이 안 된 이유도 세종시를 서울에서 40분 이내에 갈 수 있기 때문이다. 교통수단 발달로 인한 시간 거리 단축으로 서울에 인구가 집중되고 있는데 서울시는 지난 10년간 재건축을 저지하는 정책을 고수해왔다. 일반적으로 재건축 재개발은 시간이 10년이 걸린다. 따라서 10년 전에 무산시킨 재건축의 성적표를 지금 받기 시작한 것이다. 향후 재건축을 활성화시켜도 그 결과는 10년 후에나 나타날 것이다.

 

‘공간’ 확보가 계층 이동 가능케 해

공간이 확보되지 않으면 계층 간 이동 사다리가 사라진다. 역사를 보면 기술 발전으로 공간이 저렴하게 공급될 때 사회의 약자 계층이 그 공간을 자산화하고 이를 통해 부를 축적했다. 범선의 발달로 콜럼버스는 2주 만에 대서양을 건널 수 있게 되었다. 유럽에서 기회를 가지지 못했던 약자 계층은 아메리카 대륙이라는 무료에 가까운 공간에서 기회를 가질 수 있었다. 기차가 발달하자 대륙을 횡단해서 서부에 가기 쉬워졌다. 미국 동부에서 기회를 가지지 못하는 사람들은 서부의 저렴한 공간에서 실리콘 밸리를 구축했다. 우리나라의 경우 지방에서 소작농으로 살던 사람들이 도시라는 새로운 공간이 생겼을 때 기회를 가졌다. 90년대에 대기업이 장악한 도시에서 기회를 가지지 못했던 젊은이는 인터넷 가상공간이 생기자 기회를 가지고 IT 기업을 만들 수 있었다. 필요한 곳에 저렴한 공간이 공급되면 계층 간 이동 사다리는 만들어질 수 있다. 공급을 늘려서 가격을 떨어뜨려야 한다.

 

시멘트·철 등, 탄소 배출 31% 차지

빌 게이츠의 저서 ‘기후 재앙을 피하는 법’에 의하면 1년에 510억t의 탄소가 배출되는데 그중 31%가 시멘트, 철, 플라스틱 같은 재료를 만들 때 배출된다고 한다. 이 중 상당 부분은 건축 재료다. 탄소 절감을 위해서 시멘트와 철강 생산을 줄이는 방법은 한번 지은 건축물을 오랫동안 사용하면 된다. 오랫동안 건축물을 사용하려면 시대의 변화에 맞게 공간의 변형이 쉬워야 한다. 가장 쉬운 방법은 기둥식 구조로 건축을 하는 것이다. 벽 구조로 지어진 건축물은 구조 벽을 부술 수 없어서 시대 변화에 적응력이 떨어진다. 기둥식 구조라면 100년 넘게 사용 가능하다. 그 기둥도 시멘트나 철 대신 목재로 만든다면 더욱 좋다. 현대 기술로는 수십 층 높이의 건축물도 나무 기둥으로 지을 수 있다. 목재 건축 자재를 생산하기 위해 나무를 키울 것이고 그 과정에서 탄소를 더 줄일 수 있을 것이다. 만약 우리의 모든 도시의 건축물이 기둥식 목구조로 지어진다면 향후 100년간 탄소배출을 혁신적으로 줄일 수 있다. 그런데 지금은 비용이 많이들기 때문에 채택이 되지 않는다.

 

만약에 재건축을 할 때 현대식 기둥식 목구조를 사용할 경우 용적률을 2배로 올려주는 법을 만든다고 상상해보자. 경제적 이유로 모두 목구조를 사용할 것이고, 대량으로 공급되어 저렴해진 공간은 사회적 약자에게 공간적 기회를 제공하게 되지 않을까? 그것이 탄소 절감과 양극화 해소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는 진정한 스마트시티가 아닐까? 이때 만들어지는 수도권 집중화를 해결하고 지방 균형 발전을 위해서는 지방은 수도권과 다른 방식으로 개발되어야 한다. 교통수단이 발달한 상황에서 지방에 신도시를 만든다고 인구 이동이 생기지는 않는다. 지방 혁신 도시를 만들면서 경험해본 바이다. 지방은 새로운 학교, 새로운 라이프 스타일, 전혀 다른 공간으로 차별화를 통해서 지방으로의 인구 분산을 이루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