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의원들 주택수 줄이기 수법, 안팔고 용도 바꿨다
[중앙일보] 입력 2021.03.25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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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전경. 중앙포토
지난해 고위공직자들의 1가구 다주택 보유 논란이 벌어지자 일부 국회의원들이 주택의 용도를 바꾸는 방식으로 보유 주택수를 줄인 것으로 나타났다.
여당, 총선 때 ‘1주택 서약서’ 제출
최종윤·유기홍·임종성 집 용도 변경
국민의힘 김미애도 근린 상가로
의원들 “사무실·상가 등 활용” 해명
국회 공직자윤리위원회가 25일 공개한 국회의원 재산신고 내역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 최종윤(경기 하남·초선) 의원은 본인과 배우자, 장남이 지분을 나눠 보유하고 있는 서울 명일동의 ‘연립주택’ 57.12㎡(4억8000만원)를 ‘근린생활시설’로 용도 변경했다. 결과적으로 최 의원은 아파트 전세권(2억8000만원)만 남기고 무주택자가 됐다. 최 의원은 “부친에게 작년 7월에 상속받은 곳”이라며 “엄청 낡아 팔리지가 않아 근린생활시설로 바꾸면 좀 더 잘 팔린다고 해서 용도 변경을 했다”고 밝혔다. 주택에서 상가로 건물 용도를 변경하려면 관할 기초단체장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최근 다주택자의 세부담이 커지자 기존 주택을 상가 등으로 용도 변경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같은 당 유기홍(서울 관악갑·3선) 의원도 배우자 명의로 돼 있는 인천 강화군의 단독주택(대지 494㎡, 건물 36㎡, 1억6700만원)을 근린생활시설로 바꿨다. 용도 변경으로 인해 집은 서울 봉천동 아파트(4억7900만원)만 남아 유 의원은 ‘1주택자’가 됐다. 유 의원은 “2017년에 투자용이 아닌 주말 농장용으로 강화도의 집을 샀는데, 선거 준비를 하다보니 공천을 할 때 ‘1가구 2주택’이 문제가 되더라”며 “당정에서도 계속 1가구 2주택을 문제 삼아서 합법적으로 용도를 변경한 것”이라고 말했다.
같은 당 임종성(경기 광주을·재선) 의원도 배우자가 갖고 있는 서울 방이동의 복합건물(주택+상가) 548.86㎡를 근린생활시설(22억8120만원)로 용도를 변경했다. 남은 집은 본인 명의의 경기도 광주 단독주택(3억100만원)과 배우자 명의의 서울 대치동 아파트(14억7000만원)다. 임 의원은 “배우자 재산이어서 사실 제가 상황을 자세히는 모른다”며 “원룸인가로 돼 있어서 잘 안 팔리니까 상가로 바꿨다는 정도만 알고 있다”고 말했다.
“다주택자 문제 삼아서” “안 팔려서”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인 민주당 윤호중(경기 구리·4선) 의원은 배우자 소유인 경기도 구리시의 ‘복합건물(주택+상가)’ 85.95㎡(4억7000만원)의 용도를 ‘상가’로 ‘수정’했다. 같은 건물에 있던 복합건물(주택+상가)’ 32.16㎡는 1억2000만원에 매도를 했다. 최종적으로 본인 명의의 구리시 아파트 한 채(4억2300만원)만 남아 ‘1주택자’가 됐다. 이와 관련해 윤 의원 측 관계자는 “용도를 바꾼 게 아니라 재산신고 표기를 바꾼 것”이라며 “주택으로 사용될 수 있는 오피스텔은 매도를 했고, 상가로만 쓰는 곳은 표기가 복합건물이라 오해를 사니까 국회 감사관실에 문의를 해서 표기를 고쳐서 쓴 것”이라고 설명했다. 흔히 오피스텔로 부르는 복합건물의 경우 용도가 상가인 경우에는 주택수에 포함시키지 않는다.
국민의힘 김미애(부산 해운대을·초선)은 부산 해운대에 있는 단독주택 등을 근린생활시설(대지 253.70㎡, 건물 735.47㎡, 9억374만원)로 용도 변경을 했다. 해운대에 있던 아파트(13억원)까지 매각하면서 김 의원은 무주택자가 됐다. 김 의원은 “지하1층-지상4층 건물 중 지상3층까지 원래 근린생활시설이었고 지상 4층만 주택이었다”며 “내가 다른 곳으로 이사를 한 뒤 팔려고 해도 팔리지 않아 국회의원이 된 뒤 사무실로 쓰고 있어서 용도대로 바꾼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지난해 총선 때 “1주택 외 매각” 서약
이를 두고 정치권에선 “주택수를 줄인 것처럼 보이려고 용도를 변경한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부동산 문제가 심각해지면서 그동안 다주택자 국회의원에 대한 여론의 시선은 곱지 않았다. 특히 민주당의 경우 지난해 4·15 총선 때 후보자들을 상대로 “민주당 후보는 당선될 경우, 부동산 규제지역(투기지역·투기과열지구·조정대상지역) 내 2주택 이상 보유 시 2년 안에 실거주를 목적으로 한 1주택 외에 다른 주택을 매각한다”는 서약서를 받았었다. 당시 윤호중 의원은 총선기획단장과 공천심사관리위원회 부위원장이었다.
지역구에는 전세로 살면서 실제 보유하고 있는 건물은 재건축을 추진하고 있는 서울의 아파트인 경우도 있었다. 국회 기획재정위원장인 민주당 윤후덕(경기 파주갑·3선) 의원은 지역구에서는 아파트 전세(4억1000만원)를 살고, 서울 여의도 시범아파트(13억3500만원)를 보유하고 있다. 같은 당 조응천(경기 남양주갑·재선) 의원도 지역구에는 전세(4억2000만원)을 얻어 아파트에서 지내고, 부부 공동 명의로 서울 대치동 은마아파트(15억4500만원)를 갖고 있다.
농지를 새로 취득한 의원들도 있었다.
민주당 유동수(인천 계양갑·재선)은 ‘신규 토지거래 중 계약금 입금’ 명목으로 배우자의 사인간 채권이 2500만원이 늘어났다고 신고했다. 지난해 12월말 작성 기준인 재산신고 내역에는 반영되지 않았지만 유 의원의 배우자 등은 인천 도림동의 밭 1626㎡(5억원)를 사서 지난 2월에 등기를 마쳤다. 유 의원은 “의사인 아내가 주말 농장용으로 구입했다”며 “아내와 장모님이 직접 가서 상추를 심고는 한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강기윤(경남 창원 성산·재선) 의원의 장남은 창원시에 있는 각 440㎡(1억4070만원)과 701㎡(2억2473만원)의 논을 새로 매입했다고 신고했다. 강 의원 측 관계자는 “아들이 주말 농장용으로 산 것”이라며 “비닐하우스도 있고, 감나무도 있다”고 말했다.
“주말 농장용” 농지 취득한 여야 의원
그런 가운데 최재성 청와대 정무수석은 배우자가 경기도 남양주시에 임야(3억400만원)를 보유했다고 신고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3기 신도시로 지정된 남양주 왕숙에 속하지는 않고, 정무수석에 임명되기 전인 지난해 5월에 매매계약이 이뤄졌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현재 집이 없는 최 수석이 거주할 목적으로 이곳에 집을 짓고 있다”고 덧붙였다.
김준영·여성국·이병준·편광현 기자 kim.junyoung@joongang.co.kr
[출처: 중앙일보] [단독]의원들 주택수 줄이기 수법, 안팔고 용도 바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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