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

유럽의약청 “아스트라 맞는게 더 이익… 뇌혈전은 추가 조사”

최만섭 2021. 3. 20. 09:41

유럽의약청 “아스트라 맞는게 더 이익… 뇌혈전은 추가 조사”

독일·프랑스·이탈리아 접종 재개

김정환 기자

최은경 기자

입력 2021.03.20 03:35 | 수정 2021.03.20 03:35

 

 

유럽연합(EU) 산하 유럽의약품청(EMA)이 18일(현지 시각) “아스트라제네카(AZ) 접종과 혈전 생성의 연관성이 매우 낮다”며 “접종을 권고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매우 드문 혈액 응고 장애 보고가 있어, AZ 접종과 관련성에 대한 추가 검토가 필요하다”고 했다. 매우 드문 혈액 응고 장애는 DIC(파종혈관내응고)와 CVST(뇌정맥동혈전증)를 가리킨다. DIC는 몸의 미세혈관에 혈액 덩어리가 형성돼 장기 장애 등을 일으키는 증상이고, CVST는 뇌 정맥동(뇌 정맥 중 큰 정맥)에 혈전이 생기는 경우다. AZ 백신이 100% 안전하다고 확답하지 않은 것이다.

18일 서울 양천구 구립양천어르신요양센터에서 양천구 보건소 의료진이 센터 종사자들을 대상으로 한 아스트라제네카(AZ) 백신 방문 접종에 앞서 소분하고 있다. /연합뉴스

 

◇유럽 각국, 접종 중단에서 재개로

에머 쿡 EMA 청장은 이날 “영국과 유럽에서 AZ 백신을 맞은 2000만명 중 혈전이 보고된 사례는 469건”이라며 “일반 인구 발생률보다 낮은 편”이라고 했다. 2016년 미국 연구에 따르면 인구 10만명당 100명 이상이 혈전증을 경험했는데, 이보다 낮다는 것이다. EMA는 유럽 일부 국가에서 문제가 된 AZ 백신의 특정 제조 번호나 특정 제조 장소도 혈전과 연관성이 있다는 증거가 없다고 했다.

코로나 선별검사소 앞 장사진 - 19일 오전 서울시 구로역 앞에 설치된 코로나19 임시선별검사소를 찾은 시민과 외국인 등이 검체 검사를 위해 대기하고 있다. 이날 0시 기준 신규 코로나19 확진자는 463명으로 지역 발생 441명, 해외 유입 22명으로 집계됐다. /연합뉴스

EMA가 이런 입장을 내자 프랑스·독일·이탈리아는 AZ 접종을 재개하기로 했다. 프랑스는 카스텍스 총리가 19일 백신을 맞을 예정이며, 마크롱 대통령도 동참한다. 네덜란드·스페인 등도 곧 접종을 재개한다. 노르웨이·스웨덴은 다음 주 자체 지침을 발표할 예정이다. 올 상반기 AZ를 대부분 접종하는 우리나라도 마찬가지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숙 여사가 오는 23일 AZ 백신을 맞는다.

 

◇‘드문 혈전'은 일반 발생률보다 많아

그러나 EMA는 AZ 접종과 혈액 응고 장애 관련성에 대한 결론을 명확하게 내리지 않았다. 코로나 이전 상황 통계를 기준으로 봤을 때 50세 미만이 백신 접종 후 14일 내에 DIC가 발생할 확률은 1건 미만, CVST는 1.35건이라 예상했지만, 실제로는 16일 기준 각각 5건, 12건이 발생했다. 두 증상 사례 중 9명이 사망했고, 이 중 대부분은 55세 미만 여성이었다.

 

신경과 교수들은 두 혈전증은 일반적으로도 흔하게 나타나는 증상은 아니라고 했다. 조아현 여의도성모병원 교수는 “전 연령층에서 드물게 나타난다”며 “고령층·기저질환자에게 자주 발생하는 뇌졸중(뇌경색·뇌출혈)의 주요 원인인 뇌동맥 혈전증보다 훨씬 발생이 적다”고 했다. 전상범 서울아산병원 교수는 “CVST는 혈액 응고가 심해지거나 뇌 정맥의 피가 정체될 경우, 머리에 외상을 입어 뇌 정맥 손상이 있을 경우 주로 발생한다”며 “드문 형태의 뇌 혈전증”이라고 했다.

 

◇“접종 후 혈전 증상 세부 안내해야”

의료계에선 정부가 AZ 접종 후 혈전 증세가 나올 경우에 대해 상세하게 국민에게 안내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EMA는 “혈액 응고를 암시하는 증상이 나타나면 즉시 치료를 받아야 한다”고 했다. EMA가 말한 혈전 징후는 백신 접종 후 숨이 차는 증상, 심하거나 악화하는 두통, 시력이 흐려지는 증상, 지속된 출혈, 멍이나 붉은 반점(보라색 포함) 등이다.<그래픽 참조> 천은미 이대목동병원 교수는 “혈전이나 혈액 응고 장애가 발생했을 때 흔히 관찰되는 대표적인 증상”이라며 “어떤 증상이 어느 정도로 심각하면 응급실을 방문하라는 세부적인 가이드라인을 알려야 한다”고 했다.

김우주 고려대 교수는 “AZ 접종과 특정 혈전증이 단순한 통계적 우연인지, 이 백신의 코로나 항원 전달체인 아데노바이러스 영향인지 등 세밀한 조사는 필요해 보인다”고도 했다. 이 백신을 160만명이 맞은 독일은 20~63세 13명(여성 12명, 남성 1명)에게서 뇌 혈전이 나왔고, 3명은 사망했다. 오스트리아에선 49세 여성이 접종 후 혈전으로 숨졌다. 우리나라에선 20대 코로나 대응 요원에게 뇌 혈전이 발생해 정부가 역학 조사를 하고 있다. 방역 당국은 이날 EMA 조사 결과와 국내 혈전 사례 등을 분석하고 검토한 뒤 결과를 22일 발표할 예정이다.

 

김정환 기자

 

 

 

최은경 기자

 

사회정책부 최은경 기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