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性중독’에 무게둔 경찰… 美전역선 “증오범죄” 반발
美애틀랜타 연쇄총격사건 범행동기 논란
입력 2021.03.19 03:00 | 수정 2021.03.19 03:00
“성(性) 중독에 따른 범죄인가, 인종 혐오 범죄인가.”
미국 조지아주(州) 애틀랜타 일대 아시아계 마사지 업소 3곳에서 발생한 연쇄 총격 사건의 범행 동기를 놓고 미국 사회에서 논란이 뜨거워지고 있다. 현지 경찰 당국은 17일(현지 시각) 범행 일체를 인정한 로버트 애런 롱(21)을 살인 등 혐의로 기소하면서 “성적(性的) 동기에서 비롯된 범죄”일 가능성을 시사했다. 그러나 한인 사회를 포함한 아시아계는 물론, 미국 주류에서도 인종 혐오 범죄 가능성을 배제해서는 안 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어떤 범죄냐에 따라 미국 사회가 마련해야 할 해법이 크게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희생자 기리는 모녀 - 연쇄 총격 사건이 일어난 미국 애틀랜타시의 ‘골드 마사지 스파’ 앞에 마련된 추모 공간에 17일(현지 시각) 한 모녀가 희생자를 기리는 꽃다발을 놓고 있다. ‘골드 마사지 스파’를 포함해 애틀랜타의 아시아계 마사지 업소 3곳에서 16일 발생한 총격 사건으로 한국계 4명을 포함해 8명이 숨졌다. /AP 연합뉴스
총격 사건 3건 중 2건이 발생한 애틀랜타시(市)의 로드니 브라이언트 애틀랜타 경찰청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증오 범죄냐는 질문이 많은데 아직 결정하기 이르다”고 했다. 그러나 범인이 첫 총격 사건을 일으킨 인근 체로키 카운티의 프랭크 레이놀즈 보안관은 기자들에게 “롱이 자신이 성적 중독이라고 할 수 있는 문제들을 갖고 있었다고 털어놨다”며 “그가 과거에 (사건이 발생한) 장소들을 자주 다녔을 수 있다”고 했다. 체로키 카운티 보안관 사무소의 대변인인 제이 베이커 경감도 “롱이 인종적 동기에서 비롯된 일은 아니라고 주장했다”고 했다. CNN에 따르면 롱은 경찰에서 “(성적 중독 문제로) 자살하려고 했지만 그 대신 마사지 업소들을 공격해 다른 성적 중독자들을 돕기로 결정했다”고 진술했다고 한다. 스파와 마사지숍들이 자신을 성적으로 유혹한다고 여겨 이를 제거하려 했다는 것이다.
한인 교포와 아시아계 사회에서는 사망자 8명 중 6명이 아시아계인 상황에서 증오 범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비판이 즉각 제기됐다. 뉴욕과 로스앤젤레스, 애틀랜타 한인회 등은 “이 사건은 단순히 성적 동기에서 비롯된, 정신적으로 불안한 외로운 남성의 단독 범행이 아니다”라면서 “증오 범죄로 수사해줄 것”을 촉구했다.
미 정치권에서도 성적 동기에 의한 범죄로 다뤄질 수 있다는 점에 우려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대만계인 테드 루 연방 하원의원은 “누구나 나쁜 날은 있지만 아시아계 가게 3곳에 가서 아시아인 종업원들에게 총을 쏘지는 않는다”며 “살인자가 아시아계 여성들에게 유혹을 느껴서 그들을 죽였다면 인종적 동기가 있는 것”이라고 했다. “한 가지 동기가 있었다는 것이 다른 동기를 부정하지는 않는다”고도 했다. 한국계인 매릴린 스트리클런드 연방 하원의원은 “인종적인 동기의 폭력은 정확히 그렇게 불려야 한다. 변명거리를 주거나 성적 중독으로 다시 이름 붙여서는 안 된다”고 했다.
바이든 “아시아계 걱정 알고있다” -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17일(현지 시각) 백악관에서 애틀랜타 연쇄 총격 사건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밝혔다. 그는 “범인의 동기가 무엇이든 아시아계 미국인들이 매우 우려하고 있다는 것을 안다”고 했다. /AFP 연합뉴스
미 언론들은 범행 동기를 단정 짓지 않으면서도 범인이 성적 중독 문제를 겪은 것은 사실이라고 보도했다. CNN은 범인과 2019년 8월부터 작년 초까지 조지아주 로즈웰에 있는 중독자 재활 시설에 함께 있었다는 타일러 베일리스란 인물을 인터뷰했다. 베일리스는 “롱이 섹스 중독 치료를 받고 있었다”고 했다. 롱이 “자주 성경 해석을 얘기하는 종교적인 인물”이었지만 “‘(중독이) 재발해서 성적 행위를 하러 마사지 업소에 갔다'고 말했다”고도 했다.
CNN은 또 범인이 “자주 몇 시간씩 온라인 포르노를 보는 것을 포함한 성적 중독 문제로 부모의 집에서 최근 쫓겨났다”고 전했다. 첫 총격 사건 직후 경찰이 공개한 용의자 영상을 보고 범인의 신원을 신고한 것도 그의 부모였다. 범인의 아버지가 응급 전화 911에 전화를 걸어 “용의자가 내 아들 같다”면서 “휴대전화에 위치 추적 기능이 있다”고 알렸다는 것이다.
범행 동기에 대한 논란이 커지는 가운데 조 바이든 대통령은 “동기가 무엇이든 아시아계 미국인들이 매우 우려하고 있는 것을 안다”고 했다.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은 이번 사건을 ‘비극적’이라고 말하면서, “대통령과 나, 그리고 우리나라는 (피해자들을 잃은) 상실감에 슬프다”고 했다. 젠 사키 백악관 대변인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코로나를 ‘우한 바이러스’ 등으로 부른 것이 아시아계 미국인 커뮤니티에 대한 부정확하고 불공정한 인식으로 이어졌다”고 했다.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은 ”총격자의 동기는 아직 불분명하지만 아시아계를 겨냥한 폭력의 걱정스러운 증가가 반드시 끝나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다”고 했다.
'글로벌 뉴스' 카테고리의 다른 글
400m 배에 막힌 수에즈운하, 유가 6% 뛰었다 (0) | 2021.03.26 |
---|---|
[박수찬의 뉴스 저격] 미얀마, 1967년 反中폭동 재현 우려… “中연결 가스관 테러” 얘기도 나와 (0) | 2021.03.26 |
죄없는 여성이 살해당했다, 영국판 ‘강남역 살인사건’ (0) | 2021.03.15 |
美 "첨단기술 훔치는거 못 봐"···닥치는대로 기업 사는 中 막는다 (0) | 2021.03.13 |
자유의 몸이 된 룰라, 브라질 대선 핵으로 (0) | 2021.03.1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