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0m 배에 막힌 수에즈운하, 유가 6% 뛰었다
초대형 컨테이너선 강풍으로 좌초, 사흘째 인근 선박 150여척 발묶여… 운항 재개에 수주 걸릴거란 전망도
입력 2021.03.26 03:00 | 수정 2021.03.26 03:00
아시아와 유럽을 잇는 해상 교역의 핵심 통로인 이집트 수에즈 운하가 초대형 화물선에 가로막히면서 국제 해상 물류가 타격을 입고 유가까지 올랐다. 당초 하루 이틀 정도면 해당 선박을 예인할 수 있을 것이란 전망이 나왔지만 예인 작업이 쉽지 않아 운항 재개까지 수주일이 걸릴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25일(현지 시각) 현재 수에즈 운하 인근에는 150척 이상의 선박들이 통행 재개를 기다리고 있다.
/EPA 연합뉴스
지난 23일 오전 7시 40분쯤 ‘에버기븐’이란 이름의 파나마 선적 컨테이너선이 수에즈 운하 남쪽 입구 인근에서 돌연 멈춰 섰다. 길이 400m, 폭 59m, 22만t 규모의 이 선박은 중국에서 출발해 네덜란드로 향하는 중이었다. 뱃머리가 한쪽 제방에 박혔고, 선미(船尾)가 반대쪽 제방에 걸쳐져 폭 약 280m인 운하가 가로막혔다. 이집트 수에즈운하관리청(SCA)은 “에버기븐호가 강풍과 먼지 폭풍 속에서 조향 능력을 잃으며 운하를 가로막았다”고 밝혔다.
SCA는 사고 직후 예인선을 투입해 다른 선박이 통행할 수 있도록 선체를 수로 방향으로 바로 돌리려고 했지만, 사고 선박의 규모가 크고 일부가 모래톱에 박혀 이동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해운 수요 폭증으로 에버기븐호 적재량이 거의 꽉 차 있는 것도 어려움을 가중시키고 있다. 에버기븐호에는 컨테이너를 2만 개 이상 실을 수 있는데, 적재량이 100%에 가깝다고 영국 해운 전문지 로이즈리스트는 전했다.
앞서 로이터·블룸버그통신 등은 24일 에버기븐호의 선체 일부가 다시 물에 떴고 조만간 선박 통행이 재개될 것이라 보도했지만, 운하 통과 서비스 업체 GAC는 이 보도가 ‘부정확한 정보’라고 했다. GAC는 25일 고객사들에 ‘예인 노력을 계속하고 있지만, 풍랑과 선박 규모가 작업을 방해하고 있다’는 내용의 공지를 했다. 이날 전 세계 선박 위치 정보를 제공하는 ‘베슬파인더’에 따르면 지난 24시간 동안 에버기븐호의 위치는 거의 변하지 않았다. 운하의 수위가 높아지는 28~29일에 에버기븐호를 빼내지 못하면 2주가량을 더 기다려야 한다는 전망도 있다.
컨테이너선 좌초로 뱃길 막힌 수에즈운하
수에즈 운하 선박 정체가 장기화할 경우 원유·가스 수송 등을 비롯한 글로벌 교역에 큰 혼란이 빚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수에즈 운하는 국제 해상 물류의 핵심 통로로, 전 세계 컨테이너 선적량의 30%, 상품 교역량의 12%가 이곳을 통과한다. 지난 한 해 약 1만9000척, 하루 평균 51.5척이 이 운하를 통과했다.
국제 유가는 이번 사고에 예민하게 반응했다. 국제 해상 원유 수송량의 약 10%가 수에즈 운하를 통과하기 때문이다. 24일 뉴욕상업거래소에서 5월 인도분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는 전날보다 배럴당 5.9%(3.42달러) 오른 61.18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덴마크 해운 컨설팅업체 시인텔리전스의 닐스 마드센 부사장은 “수에즈 운하 봉쇄가 3~5일 더 이어진다면 심각한 글로벌 파급효과를 가져오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월스트리트저널도 “이 사고는 (원자재 등의) 공급 부족을 악화시켜 (상품의) 가격을 상승시킬 수 있다”고 전했다. 로이터통신은 선박 전문가들을 인용해 “앞으로 48시간 이내에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면, 일부 해운회사는 선박들을 아프리카 대륙으로 우회시킬 텐데 이 경우 항해 기간은 대략 일주일 정도 늘어난다”고 전했다.
국내 해운 업계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HMM(옛 현대상선) 관계자는 “유럽에서 돌아오는 선박 중 1척이 수에즈운하 입구 근처에서 통행이 정상화되기를 기다리는 중”이라며 “다음 주에도 유럽행 1척, 아시아행 1척이 수에즈 운하를 통과할 예정”이라고 했다. 해운 업계 관계자는 “사태가 장기화하면 해운 운임도 출렁일 수 있다”고 했다.
이옥진 기자
조선일보 국제부 이옥진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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