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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서 놀던 아이까지… 미얀마 하루 114명 총에 쓰러졌다

최만섭 2021. 3. 29. 05:39

거리서 놀던 아이까지… 미얀마 하루 114명 총에 쓰러졌다

토요일 최악의 유혈사태… 쿠데타 이후 440명 숨져

베이징=박수찬 특파원

입력 2021.03.29 03:00 | 수정 2021.03.29 03:00

 

 

 

 

 

미얀마 중부 도시인 몽유와에서 28일 군부 통치를 반대하는 시민들이 행진을 하고 있다. /AFP 연합뉴스

미얀마군이 27일 군사 통치 종식을 요구하는 쿠데타 반대 시위대를 향해 발포해 이날 하루에만 100명이 넘는 사람이 숨졌다고 미얀마 언론이 보도했다. 지난달 1일 군부가 쿠데타를 일으켜 아웅산 수지 국가고문이 이끄는 민선(民選) 정부를 축출한 이후 벌어진 최악의 학살로 기록됐다. 쿠데타 반대 시위 도중 사망한 민간인은 지금까지 최소 440명에 이른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이날 양곤, 만달레이 등 미얀마 전역 41개 도시에서 군부에 반대하는 시위가 벌어졌다. 이날은 미얀마가 1945년 일본군에 항전한 것을 기념하는 ‘국군의 날’이지만 시위대는 ‘혁명의 날’로 부르며 새벽부터 거리로 몰려나왔다. 미얀마 군부는 전날 관영 매체를 통해 시위대에게 “머리와 등에 총 맞을 각오를 하라”며 사살(射殺)까지 경고했지만 시민들은 타이어로 도로를 막고 시위를 벌였다. 군경이 실탄과 고무탄을 쏘며 시위대를 해산하자 일부 시위대는 돌과 화염병을 던지고, 활로 나무 화살을 쏘며 저항했다.

현지 언론인 미얀마나우에 따르면 군경이 이날 시위대를 해산하는 과정에서 최소 114명의 민간인이 숨졌다. 사망자 중에는 식수 배달원 등 행인뿐만 아니라 어린이도 여럿 있었다. 미얀마나우는 군경이 만달레이 지역 주택가에 총을 난사해 집에 있던 13세 여자아이가 사망했다고 보도했다. 미얀마 매체 이라와디는 거리에서 놀던 아이를 비롯해 최소 4명의 5~15세 어린이가 이날 군경 총탄에 숨졌다고 전했다.

쿠데타 반대 시위나선 시민들 - 27일(현지 시각) 미얀마 최대 도시 양곤에서 쿠데타 반대 시위에 참석한 시민들이 타이어를 쌓아 만든 바리케이드 뒤편에 서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만달레이 북부의 아웅미야이타잔 지역에서는 군경이 총격으로 부상당한 한 남성을 산 채로 폐타이어에 붙은 불길 속으로 던져 살해했다는 증언도 나왔다고 미얀마나우가 28일 보도했다.

양곤 남부 달라 지역에서는 군경이 체포자 석방을 요구하며 경찰서 주위에 모인 시위대에게 약 2시간 넘게 총을 발사해 8명이 숨지고 다수가 부상했다고 한다. 달라 지역은 한국의 차관으로 ‘한·미얀마 우정의 다리’가 건설 중인 지역이다.

국제사회는 미얀마 군부를 규탄했다.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27일 소셜미디어에 “버마(미얀마의 옛 이름) 군이 저지른 유혈 사태에 경악을 금치 못한다”고 했다. 한국을 비롯해 미국, 일본, 영국, 독일, 캐나다 등 12국 합참의장은 27일 공동 성명을 내고 미얀마군에 민간인에 대한 폭력을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토마스 앤드루 유엔 특별보고관도 성명을 통해 “군부가 대량 학살을 저지르는 동안 국제사회가 비난과 우려만 하는 것은 미얀마인들에게 공허한 소리일 뿐”이라며 원유·가스 수출로 벌어들이는 군부 돈줄을 끊는 등 제재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군부 총사령관은 ‘국군의 날’ 맞이 카 퍼레이드 - 같은 날 미얀마 수도 네피도에서 민 아웅 흘라잉 미얀마군 총사령관(앞쪽 가운데)이 미얀마 ‘국군의 날’을 맞아 열병식을 진행하는 모습. /로이터 연합뉴스

하지만 중국, 러시아 등이 제재에 부정적인 입장을 고수하고 있어 국제사회가 미얀마 제재에 돌입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27일 미얀마 수도 네피도에서 열린 미얀마 국군의 날 열병식과 기념 연회에는 중국, 러시아, 인도, 파키스탄, 방글라데시, 베트남, 태국, 라오스 등 8국 대표가 참석했다. 쿠데타를 통해 권력을 장악한 민 아웅 흘라잉 미얀마군 총사령관은 이날 연설을 통해 “국민을 지키고 민주주의를 위해 힘쓰겠다”고 말했다고 로이터통신이 보도했다.

시위대는 계속 항전(抗戰)을 예고했다. 반군부 시위를 이끄는 단체 중 하나인 ‘민족 총궐기 위원회(General Strike Committee of Nationalities)’는 28일 소셜미디어에서 “독재 정권에 대한 저항을 다시 시작할 것”이라고 했다. 시위대는 이날도 양곤 등에서 산발적 시위를 벌였다. 로이터통신은 군경이 28일 양곤의 한 장례식 참가자들을 향해 실탄을 발사했다고 보도했다. 시민들은 전날 시위 과정에서 희생된 사람을 기리며 노래를 부르고 있었다고 한다.

한편 미얀마군은 28일 미얀마 북부 소수민족인 카렌족(族) 마을을 전투기로 공격해 최소 3명이 숨졌다. 무장 정치 단체인 카렌민족연맹은 앞서 군부에 반대하며 태국 접경에 있는 정부군 기지를 공격해 점령했다. 이 과정에서 미얀마군 10명이 숨지고 카렌민족연맹 소속 1명이 사망했다고 이 단체는 밝혔다.

 

 

베이징=박수찬 특파원

 

2019년부터 베이징 특파원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시시각각 달라지는 중국을 전해드리기 위해 노력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