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치 멤버서 주포로… 4년만에 날았다
배구 대한항공 1위 이끈 임동혁
입력 2021.01.14 03:00
어떤 운동이든 ‘힘 빼기’가 가장 어렵다. 힘을 효율적으로 사용해 최상의 결과를 얻는 것. 운동선수라면 모두가 바란다. 요즘 프로배구 V리그 남자부 1위 대한항공의 주포로 자리 잡은 프로 4년 차 임동혁(22·라이트)이 딱 그렇다. 그는 “힘 빼고 타점 잡은 다음 공을 때리니 잘 날아가고 리듬감도 좋다”고 한다.
임동혁이 지난달 31일 수원체육관에서 열린 한국전력과의 원정 경기에서 스파이크하는 모습. /정재근 스포츠조선 기자
대한항공은 지난 시즌 득점 1위(786점) 외국인 선수 안드레스 비예나(스페인)가 올 시즌 초반 무릎 부상으로 전력에서 이탈하면서 비상이 걸렸다. 하지만 그간 외국인 선수에게 가려 벤치 멤버였던 임동혁이 그 공백을 훌륭하게 채웠다. 대한항공은 비예나 없이 치른 11경기에서 7승4패로 선전했고, 순위도 오히려 3위에서 1위로 올라갔다. 임동혁은 지난달 23일 OK금융그룹전에서 자신의 한 경기 최다 득점(32점)을 세웠고, 지난 6일 현대캐피탈전, 12일 우리카드전에서도 각각 32점을 올렸다.
◇외국인 선수에 가린 유망주
임동혁은 될성부른 떡잎이었다. 제천산업고 1학년이던 2015년 역대 최연소 국가대표로 뽑혔다. 고3이던 2017년 8월 19세 이하 세계선수권대회에서 24년 만의 4강 진출을 이끌었다. 대회 득점 1위로 라이트 포지션 최고 선수로 뽑혔다. 한 달 뒤 진행된 2017-2018시즌 프로 신인 드래프트에선 1라운드 전체 6순위로 대한항공 유니폼을 입었다.
프로 4년 차 '점보 엔진' 임동혁(22)
그는 박철우(한국전력)와 문성민(현대캐피탈)을 이을 라이트로 기대받았지만, 프로에선 외국인 선수들에게 밀려 좀처럼 기회를 얻지 못했다. V리그에선 수비 부담이 적은 라이트 포지션에 외국인 거포들이 주로 뛰기 때문이다.
◇근육 키우고 비예나에게 기술 배워
임동혁은 벤치에 있으면서 꾸준한 식단 관리와 웨이트를 하면서 근육을 키웠다. 입단 당시 80㎏이었던 몸무게를 4년 동안 20㎏ 늘렸다. 근육량만 약 10㎏이 증가했다고 한다. 2m가 넘는 큰 키에 파워까지 더해져 외국인 선수와 맞먹는 공격력을 갖추게 됐다. 임동혁은 “경기를 계속 뛰다 보니 대처 능력이 향상됐다”고 했다. 벤치 멤버로 올 시즌을 시작했는데도 371득점으로 이 부문 8위다. 국내 선수 중에선 팀 선배 정지석(449점)에 이어 둘째다. 공격 성공률은 51.02%로 전체 5위다.
결국 팀을 떠난 같은 포지션의 비예나에게서도 많은 걸 배웠다고 한다. 임동혁은 “비예나 얘기를 듣고 공격할 때 스텝을 바꿨더니 타점 잡기가 편해졌다. 비예나는 여러 상황에서 어떻게 대처할지에 대해서도 알려줬다”고 고마움을 나타냈다.
대한항공은 V리그 경력이 있는 요스바니 에르난데스(쿠바)를 새로 영입했다. 이달 초 입국해 오는 17일 자가 격리 기간이 끝나는 요스바니는 이르면 22일 OK금융그룹전에 투입될 전망이다. 하지만 자신감이 오른 임동혁은 요스바니와의 경쟁도 두렵지 않다. 그는 “경기가 안 풀릴 때 서로 번갈아가며 코트에 나가 경쟁하면 팀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했다.
최천식 SBS스포츠 해설위원은 “임동혁은 대한항공 입단 전부터 하드웨어가 좋은 ‘완성형’ 선수였다”며 “최근 결정적인 순간에 범실이 잦은데 이를 줄이고 대각선 공격력을 보완한다면 더 무서운 선수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송원형 기자
2009년 조선일보에 입사해 사회부 기동취재팀과 법조팀, 디지털뉴스부, 산업1부 등을 거쳐 현재 스포츠부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현장을 생동감 있게 전달하면서도 사람 냄새가 물씬 나는 기사를 쓰려고 노력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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