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홍남기 “재정은 화수분 아니다”… 이번에도 빈말 될까

최만섭 2021. 1. 11. 05:31

홍남기 “재정은 화수분 아니다”… 이번에도 빈말 될까

[줌人] 전국민 재난지원금 반대 입장

정석우 기자

황대진 기자

입력 2021.01.11 03:34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10일 4차 재난지원금을 전 국민에게 지급하자는 정치권의 주장에 대해 “정부 재정은 화수분이 아니다”라고 했다. 화수분은 아무리 써도 줄어들지 않고 무한정 꺼내 쓸 수 있는 보물단지다. 코로나 지원금이 필요하긴 하지만, 적자 국채를 찍어내서 나랏빚을 무작정 늘리는 식으로 재정 운용을 할 수는 없다는 입장을 밝힌 것이다. 이재명 경기지사를 비롯한 여권 인사들이 주장하는 전 국민 4차 재난지원금 지급에 대한 경제부총리의 첫 반응으로, 상당히 강한 반대 목소리를 낸 것이다.

 

홍 부총리는 이날 KBS ‘일요진단’에 출연해 “4차 재난지원금을 논의하는 것은 시기적으로 이르다”며 이같이 말했다. 11일부터 3차 재난지원금 지급을 시작하는데 벌써 4차 지원금 얘기를 꺼내는 것은 너무 빠르다는 것이다. 정세균 국무총리도 지난 7일 모든 국민을 대상으로 4차 지원금을 지급하자는 이재명 지사 주장에 대해 “더 이상 ‘더 풀자’와 ‘덜 풀자’ 같은 단세포적 논쟁에서 벗어났으면 좋겠다”며 반대하는 입장을 페이스북에 올렸다.

하지만 오는 4월 서울시장과 부산시장 보궐선거를 앞두고 여권 유력 인사들 사이에서 ‘전 국민 4차 재난지원금 지급’ 주장이 나오는 상황에서 정 총리나 홍 부총리가 이를 막아서기는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홍남기 “피해 계층 집중 지원 방식 바람직”

홍 부총리는 이날 “불가피하다면 전 국민 지원보다는 피해 계층에 집중 지원하는 선별 지원이 바람직하다”고 했다. 이 지사는 지난 4일 여야 국회의원 300명과 기획재정부에 보낸 편지에서 “전 국민을 대상으로 1차 재난지원금을 넘어서는 규모의 재난지원금 지급이 필요하다”고 했는데, 정반대 입장을 낸 것이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전 국민 4차 지원이 현실화될 경우 대규모 적자 국채 발행이 불가피한데, 새해 벽두부터 가불(假拂)을 하자는 주장이 나오자 재정건전성을 중시하는 홍 부총리가 서둘러 대응에 나선 것”이라고 했다. 지난해 두 차례 재난지원금을 포함해 네 차례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하느라 나랏빚(국가 채무)이 1년 만에 100조원 넘게 급증했다. 역대 최대 증가 폭이다.

 

하지만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이날 홍 부총리 발언이 전해진 뒤 페이스북에 “9조3000억원의 (3차) 재난피해지원금이 가장 어려운 국민 580만명께 지급되지만 충분하지 못할 것”이라며 “신속하고 유연하게 추가 지원 방안을 준비하겠다”고 했다. 4차 지원금 논의에 나서겠다는 것이다. 이 대표는 지난 4일 언론 인터뷰에서 “코로나19 사태가 어느 정도 진정되면 경기 진작을 위해 전 국민 지원도 할 수 있다”며 운을 뗐다.

전 국민 지급을 놓고는 여권 내에서도 이견이 나온다. 민주당 박용진 의원도 10일 “공평이 공정은 아니다”라며 “피해 업종 등에 집중하는 것이 맞는다”고 했다. 원희룡 제주지사가 10일 “피해 계층에게 가야 할 지원금을 여유 계층의 부수입으로 지출해서는 안 된다”고 밝히는 등 야권도 전 국민 지원에 반대 목소리를 냈다.

 

◇홍두사미 재연될 가능성

기획재정부 안팎에서는 “이번에도 ‘홍두사미(홍남기+용두사미)‘가 아니겠느냐”는 말이 나온다. 홍 부총리는 주식 양도소득세 대주주 요건 논란으로 지난해 11월 3일 사표를 냈지만 다음 날 “대통령이 사표를 반려했다. 직무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하면서 하루짜리 사표 소동이라는 말을 들었다. 홍 부총리는 1·2·3차 재난지원금 지급을 앞두고도 ‘취약 계층에게 선별 지원을 해야 한다’ 식의 주장을 했지만 관철되지 않았다. 한 경제학 교수는 “내년 대선까지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홍 부총리가 ‘결기’를 고수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고 했다. 홍 부총리도 이날 방송에서 “국정을 기재부 혼자 하는 것이 아니고 정부 내 논의와 국회와 협의 구조가 있다. 최종적인 의사 결정을 관철했느냐 못 했느냐 갖고 판단한다면 그것은 약간 지나치지 않을까 생각된다”며 타협의 여지를 남겼다.

 

정석우 기자

 

기획재정부,국세청 등을 담당합니다.

 

황대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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