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북·유튜브 “중독 원치 않는다” 말뿐… 착한 알고리즘은 없다
[2021 신년특집 - 알고리즘이 당신을 지배한다] [3·끝]
유해 콘텐츠 걸러내고 있다지만
“가짜뉴스 여전” 증언·보도 잇따라
美국민 56% “페북이 공동체 분열”
기획취재팀
입력 2021.01.05 03:00
“우리는 페이스북이 중독적이길 원치 않습니다. 사람들이 페이스북을 통해서 의미 있는 콘텐츠를 접하고, 상호작용할 수 있도록 연결해주는 것이 목표일 뿐입니다.”
지난해 11월 미 상원 화상 청문회에 출석한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최고경영자(CEO)는 소셜미디어 알고리즘을 변호하느라고 바빴다. 청문회 주제는 ‘소셜미디어 플랫폼은 사용자가 올린 콘텐츠에 어느 정도까지 책임을 져야 하는가’였다. 저커버그는 “페이스북은 해로운 콘텐츠를 걸러내기 위한 ‘투명성 보고서’를 분기마다 발행하고 있다”며 “우리는 게시물의 사실 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독립적인 ‘팩트(fact) 체킹’ 네트워크도 구축한 상태”라고 했다.
이날 청문회에 참석한 순다르 피차이 구글 CEO와 잭 도시 트위터 CEO도 ‘가짜 뉴스’ 걸러내기를 비롯해 알고리즘의 편향성 완화 등의 자정(自淨)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주장했다. 소셜미디어 기업들은 알고리즘의 부정적인 영향에 대한 지적에 “소셜미디어를 지나치게 부정적으로만 바라본 데 따른 심각한 오해”라고 항변한다. 하지만 대다수 전문가는 “알고리즘을 외부에 공개하지 않는 이상 수익 극대화가 최우선 과제인 빅테크(대형 IT기업)의 해명은 설득력이 낮다”고 비판한다.
◇알고리즘 악의적 활용 내부 폭로 잇따라
페이스북은 “알고리즘을 결코 악의적으로 활용하지 않는다”는 저커버그의 주장과 달리 회사 내부에서 이용자의 중독을 유도하는 알고리즘을 이용하거나, 확인되지 않은 편향된 정보의 확산을 막는 데 소극적이라는 폭로가 여러 차례 나왔다. 지난해 5월 미국 일간지 월스트리트저널은 “페이스북이 자사 알고리즘이 혐오 발언, 극단주의 등 반사회적 행동을 부추기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도 수년간 묵인해왔다”고 보도했다. 또 미국의 경제 전문 매체 비즈니스인사이더에 따르면 페이스북은 지난해 11월 치러진 미국 대선 이후 자극적인 매체보다 CNN 등 신뢰할 수 있는 유력 언론사 기사가 더 많이 노출되도록 알고리즘을 바꿨고, 회사 내부에서도 이 알고리즘이 더 바람직하다고 판단해 경영진에게 “이 방식을 계속 유지하자”고 건의했지만, 저커버그는 이를 거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주요 소셜미디어 기업의 알고리즘 자정 노력과 반박
트위터 역시 타임라인에서 맞춤형 알고리즘이 작동할 수 없게 하는 기능을 만들고, ‘가짜 뉴스’를 골라내 경고 딱지를 붙이는 등 여론 양극화를 막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트위터의 핵심 개발자 출신의 제프 지버트(Jeff Seibert)는 지난해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소셜딜레마’에서 소셜미디어 운영 기업들의 겉과 속이 다르다고 지적했다. 그는 “기업들이 강력한 인공지능(알고리즘)을 이용해 우리의 관심을 끄는 법을 알아낸 뒤, 그들의 입맛에 맞는 걸 보게 만든다”고 했다.
유튜브도 알고리즘 운영에 대한 경영진의 반사회·비윤리적 행태가 외부에 알려지면서 홍역을 치렀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수전 워치츠키 유튜브 CEO를 비롯한 고위 임원들이 “유해한 영상들을 관리할 필요가 있으며 추천 알고리즘이 이러한 영상들을 추천하는 일을 막아야 한다”는 직원들의 의견을 묵살해 왔다. 이용자 안전보다는 참여도 증가에 따른 광고 수익 확대를 더 중요시하고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유튜브는 이런 의혹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 “사실이 아닌 정보를 퍼트리는 동영상을 추천 목록에서 빼고, 신뢰할 수 있는 영상을 우선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커지는 알고리즘에 대한 불만과 비판
소셜미디어 기업들은 알고리즘의 폐해에 대한 지적이 늘어나면서 편향성과 중독성을 낮추기 위한 자정 노력을 하고 있다고 발표했다. 긍정적인 평가도 일부 있지만, 최근 들어 거세진 비판 여론을 잠재우기 위한 보여주기식 대처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많다. 실제로 지난해 7월 미국 소셜미디어 연구기관인 ‘어카운터블 테크(Accountable Tech)’가 진행한 설문조사에서 세계 최대 소셜미디어인 페이스북에 대해 응답자의 71%는 “(페이스북이) 사회적으로 해가 되더라도 이익을 우선시한다”고 했고, 56%는 “공동체를 분열시키고 사람들을 멀어지게 하고 있다”고 했다. 전창배 한국인공지능윤리협회 이사장은 “빅테크 기업들은 광고 수익이 지상 과제이기 때문에 알아서 정화하게끔 내버려둬선 안 된다”며 “AI 기술의 능력과 한계를 정확하게 파악하고 부작용에 대응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지섭 기자
안중현 기자
친절한 디지털 콘텐츠로 찾아뵙겠습니다.
오로라 기자
산업부 IT담당. 빠르게 변하는 기술의 맥을 짚습니다. 날카롭되 친절한 글을 쓰겠습니다.
박상현 기자
김윤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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