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득세 빈틈 파고든 투기… 공시가 1억 안되는 아파트 휩쓸어
실수요자 위해 중과세 제외하니 일산·창원·김해 다주택자 몰려
7000만원 집, 1년새 1억6000만원
입력 2021.01.04 03:12
입주 34년 차인 경남 창원시 성산구 가음동 ‘은아아파트’ 전용면적 49㎡는 작년 상반기만 해도 1억7000만원 전후에 거래됐다. 하지만 11월엔 최고 2억9000만원으로 뛰었다. 이 아파트는 공시가격은 8500만원 정도이고, 문재인 정부 출범 후 2019년까지 집값이 줄곧 내렸다. 지난해 갑작스러운 가격 급등에 대해 지역 부동산 업계에선 “공시가 1억 이하 주택이 세금 규제 대상에서 빠지자 외지 투자자들이 저가 아파트들을 쓸어담고 있기 때문”이라고 해석한다.
실제로 창원 은아아파트 49㎡를 2억9000만원에 매수할 경우 취득세는 319만원이다. 그러나 다주택자가 공시가격 1억원 넘는 집을 똑같이 2억9000만원에 사들이면 내야 할 취득세가 3828만원으로 10배 넘게 불어난다.
정부는 작년 7·10 부동산 대책을 통해 다주택자의 취득세율을 기존 1~3%에서 최대 12%로 강화했다. 하지만 공시가격이 1억원을 넘지 않는 주택은 ‘투기 대상으로 보기 어렵다’는 이유로 취득세 중과 대상에서 제외했다. 다주택자가 집을 사들여도 1.1%의 취득세율만 적용받는다. 취득세 인상으로 타격을 받은 다(多)주택자들로서는 저가 아파트들이 중과세를 피할 틈새시장이 된 것이다.
전국 곳곳에서 공시가격 1억원 이하 저가 주택에 매수세가 몰리면서 가격도 급등하고 있다. 경남 김해시 내동 ‘홍익그린빌’ 전용 60㎡는 작년 초 7000만원 수준이던 실거래가가 연말 1억6000만원까지 치솟았다. 수도권에서도 경기도 고양시 일산서구 탄현동 ‘탄현마을 부영 7단지’ 전용면적 50㎡가 지난달 1억8000만원에 거래되며 5개월 새 5000만원가량 올랐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투기 수요가 저가 아파트에 집중되면서 가격이 오르면 결과적으로 해당 아파트에 실제 살아야 할 사람의 부담이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정순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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